해외 수주액 90% 여전히 단순 도급·EPC
"KIND, 정책금융 및 지분 투자 마중물"

국내 건설사들이 글로벌 디벨로퍼로의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자금력과 리스크 부담이 가장 큰 걸림돌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투입할 현금이 부족해 그동안 기획·운영 단계까지 아우르는 투자개발형 사업에 적극적으로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투자개발형 사업은 안정궤도에 진입하지 않고 있다.


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 중 투자개발형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심한 변동을 보였다. 2019년 8.1%(8억1000만달러)에서 2024년 13.9%(51억7000만달러)로 올랐지만, 지난해엔 3.7%(17억6000만달러)로 다시 주저앉았다. 올해 상반기에는 2.5%(2억9000만달러)에 그쳤다. 해외 수주액의 90% 이상은 여전히 단순 도급이나 설계·조달·시공(EPC) 방식에 머무르고 있다.

[판 바뀌는 해외건설③]'글로벌 디벨로퍼' 가장 큰 장벽은 자금력과 리스크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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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개발형 사업이 자금력과 위험 감수를 요구하는 건 사업발굴부터 금융지원까지 노하우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시공 능력 등 기술력으로 성장해온 국내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도인 셈이다.


해외건설 트렌드 변화에 맞춰 국내에선 2018년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가 설립됐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해외 발주처들이 투자 참여 형태로 사업을 요구하는 추세에 맞춰 국내 기업들의 투자 여력을 보완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는 국내 기업들이 발굴해온 투자개발형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해주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올해 들어서는 공사가 앞장서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직접 발굴한 뒤 국내 기업들에 제안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을 시작했다.


KIND에 따르면 현재 공사가 추진 중인 주요 해외 사업은 신재생 31건, 도시개발 49건, 석유화학 7건 등이다.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는 일본 고압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미국 콘초밸리 태양광 발전, 호주 탕캄(Tangkam) BESS 등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올해 6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델핀 FLNG 1호기 계약 서명식'에서 (왼쪽부터) 더들리 포스톤 델핀 미드스트림 CEO, 제이슨 칼리스만 탈리스만 그룹 CEO, 강경화 주미대사, 스티브 카멀 미국 해사청 청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카일 하우스트바이트 미국 에너지부 차관보, 윤재균 삼성중공업 영업본부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국 연안에서 LNG를 생산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사업을 주도하는 블랙록 펀드에 우리 공공기관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우리 기업의 수주를 지원했다. 삼성중공업 제공

올해 6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델핀 FLNG 1호기 계약 서명식'에서 (왼쪽부터) 더들리 포스톤 델핀 미드스트림 CEO, 제이슨 칼리스만 탈리스만 그룹 CEO, 강경화 주미대사, 스티브 카멀 미국 해사청 청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카일 하우스트바이트 미국 에너지부 차관보, 윤재균 삼성중공업 영업본부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국 연안에서 LNG를 생산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사업을 주도하는 블랙록 펀드에 우리 공공기관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우리 기업의 수주를 지원했다. 삼성중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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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개발 분야에서는 미국 루이지애나 주거단지, 베트남 경제협력 산업단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데이터센터 등이 있고, 석유화학 사업은 미국 루이지애나 FLNG, 인디애나 암모니아 생산설비, 멕시코 해저 파이프라인 등이 대표적이다. 건설업계에서는 KIND를 중심을 한 정책금융 및 지분 투자 마중물이 더 확충되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디벨로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만희 해외건설협회장은 "투자개발형 사업은 기업의 시공 역량만으로는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업 발굴과 개발, 금융, 투자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팀코리아'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KIND가 사업을 발굴·개발하고 투자를 연계하며,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이 민간금융을 뒷받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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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산유국이 있는 중동과 달리 아프리카나 중남미 지역은 현금이 부족해 투자개발형 사업을 필요로 한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기업은 사업을 구조화하거나 금융을 조달하는 부분에서 부족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급 사업과 달리 투자개발형은 아직 경쟁자가 많지 않아 국내 민간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정부와 KIND가 적극적인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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