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우값 상승에 수입육 의존↑
가뭄·기생충 악재, 美 '늑대 사냥' 승부수

국내에서 한우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외식업계와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가축을 위협하는 늑대 사냥을 허용해서라도 소고기 공급을 늘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물가 안정 대책이 국내 수입육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주목된다.

회색늑대는 개과 중 가장 큰 야생 동물이다. National Wildlife Federation

회색늑대는 개과 중 가장 큰 야생 동물이다. National Wildlife Fed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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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B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백악관에서 회색늑대 및 멕시코 늑대의 멸종 위기종 보호를 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축산업자들이 기르는 가축을 지키기 위해 늑대를 사냥할 수 있는 길을 공식적으로 연 것이다.


미국 어류 야생동물국(FWS) 통계에 따르면 멕시코 늑대의 경우 1998년 단 4마리에 불과했으나, 각종 보호 조치 시행으로 지난해 기준 야생에서 319마리까지 늘어났다. 미국 전역에 회색 늑대는 약 1만8000마리가 살고 있지만, 늑대 서식지 대부분이 인간에 의해 파괴되고 있어 회색 늑대 또한 '멸종위기종'에 해당한다.

가뭄·기생충으로 '미국산 소고기' 가격 급등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같은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최근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은 소고기 가격이 자리 잡고 있다. 가뭄과 기생충 확산 여파로 미국의 소 사육 두수는 75년 만에 최저치인 8620만 마리로 떨어진 반면, 지난 10년간 고기 수요는 오히려 10% 증가했다.

텍사스의 한 초원에서 소들이 풀을 먹고 있다. 아이스톡

텍사스의 한 초원에서 소들이 풀을 먹고 있다. 아이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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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주들이 소를 늘리지 못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텍사스 곳곳이 2020년부터 중증도 이상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텍사스주 포트맥케빗 인근에서 8400에이커(약 1020만 평) 규모 목장을 운영하는 한 부부는 한때 300마리가 넘던 소를 185마리로 줄였다. 이 지역에서는 소 한 마리당 24에이커(약 2만9000평)가 필요하다. 목초지가 건조해 풀이 잘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나사벌레 감염증은 2023년부터 중앙아메리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서서히 북상해 지난해 말에는 멕시코에서도 발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나사벌레 감염증은 2023년부터 중앙아메리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서서히 북상해 지난해 말에는 멕시코에서도 발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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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지난 6월 60년 만에 살아있는 동물의 살을 파먹으며 생존하는 기생충 '신세계 나사 벌레'가 미국 텍사스주의 송아지에서 발견되면서 공급부족은 더욱 악화했다. 이후 방역 비용 증가와 함께 미국 생우 선물 가격은 장중 약 0.8%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수입산 고기 규제를 완화해 가격을 낮추려 했으나, 수익성이 악화한 국내 목장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결국 축산업계 달래기 차원에서 늑대 보호 해제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단체 "늑대 사살과 소 개체 수 관련 없어" 반발

반면 환경 및 야생동물 보호 단체들은 이번 조치가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한다. 늑대가 가축을 공격하는 사례 자체가 매우 드물어 목장주들의 수입에 미치는 타격이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늑대로 인한 가축 피해의 최대 100%까지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주 정부 차원의 피해 방지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오리건주 어류 및 야생동물국(ODFW)에 따르면 2021년 11월부터 현재까지 14건의 가축 피해 사례가 확인됐다. 사진은 멕시코 늑대가 소 사체를 뜯어먹고 있는 모습. 오리건 축산인 협회

오리건주 어류 및 야생동물국(ODFW)에 따르면 2021년 11월부터 현재까지 14건의 가축 피해 사례가 확인됐다. 사진은 멕시코 늑대가 소 사체를 뜯어먹고 있는 모습. 오리건 축산인 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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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머서 그랜드캐니언 늑대 복원 프로젝트 대표는 개체 수가 다소 늘었다고 해서 늑대 복원이 완료된 것은 아니라며, "지금 연방정부의 보호 조치를 약화하는 것은 수십 년간 공들여온 복원 작업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이번 행정명령이 곧바로 목장주들에게 '늑대 사냥 권한'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에게 90일의 시한을 주어 회색늑대와 멕시코 늑대 개체군이 멸종 위기 목록에서 빠질 만큼 충분히 회복되었는지를 판단해 보고하도록 했다. 만약 내무부가 보호 해제 절차를 밟을 경우, 환경단체들은 과거처럼 즉각 법적 소송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우 가격 급등하는데 수입육 공급도 불안정해

한편 국내에서도 한우 공급량은 꾸준히 감소세다. 지난 6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한우 안심 가격은 100g당 1만530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9% 올랐다. 등심은 전년 동기 대비 22.6% 상승했다. 이처럼 한우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자 소고기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다. 국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소고기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에서 한우를 구매하고 있는 쇼핑객 모습. 연합뉴스

롯데백화점에서 한우를 구매하고 있는 쇼핑객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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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미국산 소고기 관세가 완전히 철폐됐으며, 지난해 이미 30만 톤 이상이 수입되는 등 국내 시장에서의 비중이 매우 높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전체 소고기 수입량이 약 43만6000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관세 인하와 수입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수입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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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업계 관계자는 "외식업체와 식육 업체들이 한우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수입육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불안정한 수입육 시장의 흐름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국내산 고기의 가격 경쟁력을 지탱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신은서 인턴기자 els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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