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출연기관법' 개정안 국회 통과
출연연 연구자 창업길 확산
과학기술인의 꿈을 산업으로 이어주는 길 되길
과학기술이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시대다. 인재를 과학기술 분야로 끌어들이려면 연구만 잘해도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 과학기술인이 큰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어렵지만, 매력적인 길 가운데 하나가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업이다. 그렇다고 연구자에게 연구도 잘하고 기업 경영까지 잘하라고 요구할 필요는 없다. 연구자는 연구를 잘하고, 기업은 경영에 능력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 이끌면 된다.
최근 바로 그 길을 넓혀 주는 의미 있는 제도 변화가 있었다. 출연연의 기술창업을 제약해왔던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에 대한 특례를 담은 '과기출연기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공공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한 연구자가 최고경영자(CEO)가 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개발한 기술의 가치에 걸맞게 기업의 주식이나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제도적 길이 열렸다. 연구성과 확산을 위해 창업기업에 조언·자문을 제공하거나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는 단순한 규제 완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022년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이후 출연연 연구자의 창업과 기술사업화 현장에서는 지분 보유나 창업기업 활동이 이해충돌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다. 연구성과를 사회와 산업으로 확산해야 할 연구자가 오히려 자신의 연구성과를 사업화하는 데 제약을 받는 역설이 있었다. 이번 특례는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원칙은 유지하면서도 연구자의 정당한 성과확산 활동에는 길을 열어 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출연연 기술사업화 현장의 문제를 지속해서 발굴하고 제도개선 의제로 발전시켰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그 필요성에 공감해 정책적 논의를 진전시켰다. 조인철·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국회가 뜻을 모아 통과시키면서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됐다.
이번 제도 변화는 개인 연구자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여러 연구자가 함께 개발한 기술로 창업이 이루어진다면 기술에 기여한 연구자들이 함께 기업의 성장 과실을 공유할 수 있다. 이는 개인 중심의 창업을 넘어 팀 연구와 협동 연구를 활성화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또한 연구자가 창업을 위해 연구자의 길을 포기해야 한다는 부담이 줄어들면 한 연구자나 연구팀의 성과가 하나의 기업에 그치지 않고 여러 번의 기술사업화와 창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특례가 사적 이익을 위한 무분별한 활동까지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공공연구기관에 소속된 연구자는 본연의 연구개발(R&D) 업무와 공직자의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그 범위 안에서 투명하고 절제된 기술사업화 활동을 해야 한다. 제도적 자유가 커진 만큼 연구자와 연구기관의 책임도 함께 커져야 한다.
좋은 연구가 좋은 기술을 만들고, 좋은 기술이 기업을 만들며, 성공한 기업이 연구자에게 정당한 경제적 보상을 돌려주는 사회. 그리고 이를 바라본 젊은 세대가 과학기술인의 길을 꿈꾸는 사회. 그 선순환이 만들어진다면 '부자 과학기술인'은 개인의 성공을 넘어 대한민국 과학기술 경쟁력의 상징이 될 수 있다.
그동안 막혀 있던 물꼬가 이제 막 터졌다. 이 작은 물길이 연구실의 성과를 시장으로, 과학기술인의 꿈을 산업으로 이어주는 큰 강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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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권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전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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