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개혁에 '간판만 상장사' 퇴출…도쿄증시 상폐건수 3년 연속 역대 최다
도쿄증권거래소 '밸류업' 영향
기준 오르자 요건 충족 못해 상폐
공격적 투자 위해 PEF 손잡고 자발적 상폐도
일본 증시의 중심 도쿄증권거래소의 상장폐지(상폐) 건수가 3년 연속 역대 최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당국이 기업 가치 제고를 목표로 증시 개혁에 속도를 내면서, 이른바 '간판만 상장사'의 퇴출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올해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가 확정된 기업은 128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5곳을 넘어선 수치다. 감리종목으로 지정돼 추후 상장 폐지 가능성이 있는 기업도 29곳으로, 상폐 건수는 연말까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상장사 수도 빠르게 줄고 있다. 도쿄 프로마켓(우리나라의 코넥스 격)을 제외한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사는 지난달 말 기준 3705곳으로, 지난해 말(3782곳) 대비 77곳 줄었다. 상장사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2023년 말과 비교하면 4% 줄어 7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는 2022년부터 도쿄증권거래소가 추진해온 증시 개혁과 맞물려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당시 도쿄증권거래소는 4개(1부·2부·자스닥·마더스)로 구성된 시장을 3개(프라임·스탠더드·그로스)로 재편하고, 상장 필수 조건인 시가총액 기준 등을 변경했다. 이어 프라임과 스탠더드에 상장된 기업들에는 밸류업 경영을 요청, 2024년부터 자기자본이익률(ROE), 투하자본이익률(ROIC)에 대한 목표 설정과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한 경영계획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개혁 당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에 부여했던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올해부터는 실제로 상폐가 본격화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 3월 개선기간 종료와 맞물려 끝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 10곳이 다음 달 1일 상폐될 전망이다.
상장 유지에 대한 시장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발적으로 상폐를 선택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비상장화를 택한 기업 중 20%에 해당하는 28곳은 사모펀드(PEF)의 손을 잡았다. PEF의 자금력을 활용해 복잡한 주주 구성을 정리하고, 경영 구조 재편 등으로 이어가려는 의도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닛케이는 "경영 개선에 압력을 가하는 행동주의 펀드(액티비스트)의 움직임이 계기가 된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시스템 개발 업체 마메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호실적에도 불구, 공격적 투자를 위해 상폐를 단행했다. 2024년 6월 도쿄증권거래소 그로스 시장에 상장해 꾸준히 좋은 실적을 기록했으나, 단기 실적에 얽매이지 않고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 위함이라며 유럽계 PEF EQT와 손잡고 상폐에 들어갔다.
상장 유지를 목표로 하는 기업 중 일부는 지방 증권거래소로 이동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프로마켓을 제외하고 나고야, 후쿠오카, 삿포로 거래소에 새로 상장한 기업은 지난해 47곳으로 2020년 기준 3곳에서 대폭 늘었다. 올해의 경우도 지난 8월 말까지 21곳이 상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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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쿄증권거래소의 개혁은 기반을 갖추기 전에 PO에 나섰다가, 상장 후 성장세가 둔화하는 일본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닛케이는 "도쿄증권거래소를 산하에 둔 일본거래소그룹(JPX)의 야마미치 히로미 최고경영자(CEO)는 상장 기업 수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며 "이번 개혁은 계속 머무르고 있는 기업에 퇴출을 요구하면서 (상장부터 서두르던) 일본 증시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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