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나이로비 대필업 종사자 한때 4만명
챗GPT 등장 3년 만에 단가 바닥·의뢰 실종
청년 실업률 25%…비정규 일자리 대다수

해외 대학생들의 과제를 대신 써주며 생계를 이어가던 케냐 청년들이 인공지능(AI)으로 인해 밥줄이 끊겼다.


생성형 AI 챗GPT 운영사 오픈AI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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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를 인용해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는 한때 약 4만 명이 해외 대학생들의 과제 대필로 생계를 꾸린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NYT가 만난 테레시오스 분디(34)는 이 시장에서 12년을 버티며 2500편이 넘는 에세이를 써준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1년 진학차 나이로비로 옮겨간 뒤 부업 삼아 대필에 손을 댔고, 2015년 공중보건학 학위를 받고서는 전공을 접고 대필에 전념했다. 건당 받은 돈은 40∼70달러(약 5만 4000∼9만 4000원)였다. 그는 "남의 학점을 대신 벌어준다는 찜찜함이 없지는 않았다"면서도 "부정행위 여부는 의뢰한 학생이 감당할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자신은 '과외 선생님'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판이 뒤집힌 것은 오픈AI가 생성형 AI 서비스 챗GPT를 공개한 지난 2022년이다. 대필 의뢰는 끊겼고 단가는 바닥을 쳤다고 한다. 분디는 "AI가 이런 일을 해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NYT에 말했다.

대필 작가 100명을 거느릴 만큼 몸집을 키웠던 리처드 에실라체(38)는 사업을 정리하고 사진 편집으로 업종을 바꿨다. 에실라체는 "AI를 끼워 넣은 작업을 시도하는 중이지만 예전 벌이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중심 업무 지구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중심 업무 지구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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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처지인 앨릭스 무뉴아(30)가 찾아간 다음 일자리는 '데이터 라벨링'이었다. '데이터 라벨링'은 AI 학습에 쓰이는 자료를 사람이 일일이 분류하고 검수하는 업무인데, 나이로비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이 작업을 몰아주는 기지로 꼽힌다. 나이로비 IT 기업 '콸라'의 시코 기타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미국 매체 '레스트 오브 월드'에 "케냐는 언어와 문해율, 전력 안정성, 서구 문화에 익숙한 인력 등 아웃소싱 지표의 상위 항목을 모두 충족한다"며 "시차도 유리해 미국 서부와 아시아 동부를 함께 상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케냐 정보통신디지털경제부가 지난 7월 공개한 'AI 및 신흥기술 정책' 초안을 보면 현지 AI 데이터 노동자의 시급은 1.46∼3.74달러(약 1960∼5030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일감마저 사라지고 있다. 무뉴아는 "일자리가 사라진 후 일부는 고향으로 돌아갔고, 몇몇은 다른 분야에 도전했으나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좌절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저임금 일감이라도 붙잡아야 하는 배경에는 노동시장 구조가 있다. 케냐에서는 매년 대학 문을 나서는 졸업생이 10만 명을 넘지만, 이들을 받아줄 정규직 자리는 크게 모자란다. 열 자리 가운데 여덟은 배달과 건설, 노점 같은 비정규 일감이며, 청년 실업률은 25%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NYT는 "케냐 정부가 에세이 대필을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 노동을 사실상 묵인해 온 배경"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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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가 맡던 온라인 업무를 AI가 넘겨받는 속도도 가파르다. 스케일AI와 AI안전센터가 함께 실시한 테스트를 보면 AI 모델이 이런 업무를 처리해낸 비율은 지난해 10월 2.5%에 그쳤으나 올해 7월 16%까지 올라섰다. 분디는 "AI는 이제 은행가와 회계사, 엔지니어, 건축가에게까지 다가오고 있다"며 "(일자리 위기는) 결국 모두에게 닥칠 일"이라고 말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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