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제도 공백 시장 가상자산 업계
기틀 잡는 '나침반' 역할
"문제 해결 넘어 사회에 기여하는 삶"
"당장의 손해보다 장기적 시야 가져야"

법무법인(유) 광장 디지털자산센터 가상자산팀 공동팀장인 한서희 변호사는 가상자산 산업의 기술적 논리를 법과 제도의 언어로 풀어온 전문가다. 2011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며 가상자산 관련 법령이 전무했던 시장 극 초기부터 업계에 몸담아온 그는, 10년 이상 기술적 특성과 법적 규제 사이의 간극을 좁혀왔다.


산업의 초창기부터 시장의 역동적인 변화를 온몸으로 겪은 그는, 공정거래·IT·금융 영역에서 축적한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및 규제 준수, 자금세탁방지(AML), 해외 스테이블 코인 발행 등을 아우르는 실질적인 법률적, 정책적 방향을 제시해왔다.

그가 걸어온 궤적은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법제화 과정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특정금융정보법 개정 후속 조치 태스크포스(TF)를 비롯해 증권형 토큰 TF 및 증권성 판단위원회, 금융감독원 가상자산 검사·감독 준비단 TF 등에 연이어 참여했다. 아울러 대한변호사협회 IT 블록체인 특별위원회, 블록체인법학회 이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ISMS-P) 인증위원회 위원 등으로도 활동하며 디지털자산을 둘러싼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초기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거래소 자율규제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한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금융 규제 전공으로 법학 박사를 취득하며 학술적 깊이까지 더했다. 현재는 전통 금융회사의 디지털자산업 진출과 토큰증권(STO) 업무 등을 이끌며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한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서울 중구 법무법인 광장에서 진행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서울 중구 법무법인 광장에서 진행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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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로서 어떤 이력을 쌓아왔고, 가상자산 분야의 전문성은 어떻게 키우게 됐는가.

▲2008년에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2011년쯤부터 변호사 업무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공정거래, IT, 개인정보 보호, 일반 소송, 금융 등 다양한 분야를 다뤘다. 가상자산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며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던 2017년 무렵이다. 당시 스타트업에 다니던 동생이 가상화폐공개(ICO)에 관심이 많아 법률적 문제가 없는지 함께 검토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동생은 (결과적으로) 이쪽 일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나는 오히려 이 분야의 자문을 시작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관련 업무를 하는 변호사가 드물어 한국블록체인협회 및 초기 가상자산 거래소들과 협업했고, 해킹 피해자들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특금법 입법 당시 TF 위원으로 참여하고, 국회 법안 발의를 돕는 등 가상자산 규제 체계의 기틀을 다지는 데 기여해 왔다.

-IT와 금융을 아우르는 분야로 산업의 초창기였던 만큼, 법적 쟁점이 생겨도 선례가 없어서 변호사로서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가상자산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금융위원회 중 어느 곳에서 담당해야 할지조차 정해지지 않은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점차 블록체인 기술은 과기정통부가, 가상자산 규제는 FIU와 금융위가 담당하는 구조로 정리됐다. IT와 금융의 접점에 있는 산업이다 보니 금융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서울대학교 정순섭 교수 지도하에 금융 규제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토큰 증권과 증권성 판단 관련 금융위 TF에서도 활동했다.


-규제가 전무하던 초기 시장에서 사업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주며 많은 역할을 하신 것 같다. 가장 보람을 느꼈던 사례를 소개해달라.

▲크게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첫째는 '예탁 결제 구조의 분리' 문제다. 기존 자본시장에서는 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이 분리되어 있지만, 가상자산은 인터넷망을 거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해킹에 취약해진다. 따라서 기존 자본시장 구조를 그대로 차용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와 학계에 설득했다. 둘째는 '스테이킹(Staking)' 서비스다. 초기에는 스테이킹을 자본시장법상의 '운용(펀드 등을 굴려 수익을 배분하는 행위)'으로 오해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스테이킹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검증에 기여한 대가로 기술적 보상을 받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이를 명확히 구별하여 설명한 결과, 현재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하에서도 거래소들이 적법하게 스테이킹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산업의 기술적 특성을 정부와 학계에 이해시키고 소통을 돕는 과정이 내겐 큰 보람이었다.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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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및 디지털 자산 시장과 관련해 현재 우리나라 규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해외, 특히 미국은 디지털 자산 시장의 중심이 되기 위해 자국 내에서 사업을 장려하는 '온쇼어링(On-shoring)' 정책을 펼치며 규제를 빠르게 완화 및 발전시키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가장 아쉬운 점은 가상자산 파생상품(선물 거래 등)이 국내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국내 투자자들이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가고 있으며, 막대한 자본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 국가 경제를 위해서라도 국내에서 안전하게 파생상품 거래를 할 수 있는 규제가 마련되어, 해외로 나간 자금들이 국내 시장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개인적인 삶의 지향점과 목표는 무엇인가.

▲기독교인으로서 타인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가치관이 크다. 처음 이 업계에 들어와 보람을 느꼈던 것도 법을 지키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사업자들을 도와주면서부터였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될 때 큰 자부심을 느낀다. 또한 개인적으로 '재미있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다. 정해진 판례나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룰을 만들어가고 기여하는 과정 자체가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


-사업자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투자자 보호나 안전한 시스템 구축은 당연한 이야기이고, 솔직한 심정으로 덧붙이자면 '과도한 자신감을 경계하라'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법이 명확하지 않은 경계선상에서 사업을 하다 보면 본인의 능력을 과신하다가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형사적 문제에 휘말리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사기의 의도가 없었더라도, 조금만 더 겸손하게 주변과 투자자들의 마음을 헤아렸다면 피할 수 있었던 안타까운 상황들이 있다. 산업이 발전할수록 더 세심하고 겸손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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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파트너 변호사로서 후배 여성 법조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궁금하다.

▲뛰어난 자질을 갖춘 여성 후배들이 법조계에 많이 진출하고 있지만, 여전히 파트너 변호사까지 가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아 아쉽다. 파트너 변호사는 단순히 페이퍼 워크(서류 작업)만 잘해서 되는 자리가 아니다. 의뢰인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문제를 다각도로 바라보는 '넓은 시야', 그리고 솔루션을 만들어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 과거에는 이런 영업이나 고객 관리가 밥이나 술자리 위주라 여성이 불리하다고 여겨졌지만, 지금은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지속적인 정보 제공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능력을 알리고 관계를 쌓을 수 있는 도구가 훨씬 많아졌다.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길 바란다. 또한, 살면서 당장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묵묵히 감내하고 넓은 마음으로 임하다 보면 결국 좋은 보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만약 내게 딸이 있다면,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도 라이선스가 주는 보호막 안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추천하고 싶다. 어려움을 잘 견디고 앞으로 나아가 더 많은 여성 지도자들이 나오기를 응원한다.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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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희 변호사는
디지털자산업, 디지털금융업에 대한 각종 자문이나 소송을 담당하면서 디지털자산 및 디지털금융 시장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아온 전문 변호사다. 특히 디지털자산사업자의 신사업 규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업무, 자금세탁방지 및 내부통제 관련 자문, 디지털자산 및 디지털 금융업 관련 입법 정책 전반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 및 디지털 금융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는 법무법인 광장의 디지털자산 센터의 가상자산팀 공동팀장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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