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 곳곳에 버려진 '불법 돗자리'…100만명 왔다간 불꽃축제의 씁쓸한 뒷모습
축제 후 주인 잃은 텐트·돗자리 남아
공연법·하천법 등 법 적용 한계 뚜렷
"법·제도적 사각지대 메워야 할 것"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던 '2026 서울세계불꽃축제'가 끝난 다음 날인 6일 오전 8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은 전날의 열기 뒤로 씁쓸한 풍경만 남아 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환경미화원이 투입돼 주요 보행로의 쓰레기는 정리됐지만 공원 산책로 곳곳에는 짐만 정리된 채 덩그러니 남겨진 텐트와 겹겹이 쌓인 돗자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 텐트 내부에 수십 개의 돗자리가 겹겹이 쌓여져 있다. 텐트 전면에는 '불법 하천점용에 대한 계고통지서'가 붙어 있다. 박재현 기자
한강공원 산책로에 걸린 불법 노점상 영업 제재 등을 알리는 현수막도 무색했다. 일부 텐트 전면에는 '불법 하천점용에 대한 계고통지서'가 부착돼 있었고 취재진이 머무는 동안 한 텐트 주인이 물건을 챙겨 조용히 사라지는 모습도 목격됐다. 개인의 상업적 이익을 위해 공공장소를 선점하고 판매하는 불법 자리 매매의 흔적이다.
축제가 끝난 뒤 한강을 찾은 시민들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경기 군포시에서 온 곽모씨(42)는 "공공의 공간을 개인의 상업적 이익을 위해 판매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피해는 불꽃놀이를 보러 온 또 다른 시민들이 고스란히 받는다"고 꼬집었다. 인근 주민 이모씨(38)는 "자리를 판매하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면서도 "틈새시장을 노리는 행위를 강제로 완전히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씁쓸해했다.
무료 공공장소에서 열리는 대형 행사의 명당자리 불법 매매와 무단 점유 행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현행법상 한계로 처벌이 사실상 어려워 실효성 있는 법적·제도적 제재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서 열린 '2026 서울세계불꽃축제'에는 경찰 추산 53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2000년을 시작으로 올해 22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에 경찰은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서울 전역에 경찰 인력 4600명을 배치했다. 주최 측인 한화는 임직원 봉사단 등 5000여명의 안전 관리 및 질서유지 인력을 투입했다.
올해 불꽃축제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은 명당자리 선점과 이를 둘러싼 불법 거래였다. 행사 전부터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명당자리 판매합니다' '불꽃축제 돗자리 판매합니다' '명당 주차권 판매합니다' 등의 글이 올라오며 수십만원 선의 웃돈이 붙었다. 서울시가 돗자리 일괄 회수 방침을 밝히고 플랫폼 측에 차단 공문을 보냈지만 변칙 거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장 단속 역시 법 적용 기준의 모호함 탓에 한계가 명확하다. 하천법상 한강공원 내 무단 상행위와 점유는 금지되고 있지만 24시간 개방된 공공장소 특성상 하루 이틀 돗자리나 텐트를 쳐놓은 행위를 무단 점유로 규정할 기준이 없어서다. 또 무단 상행위를 입증하려면 현장에서 실제로 계좌이체나 현금이 오간 거래 증거를 직접 포착해야만 처벌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공원에서 돈을 받고 자리를 파는 행위를 무단 상행위로 보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존재하지만 적발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결국 현수막을 걸고 도덕성에 호소하는 계도 캠페인 외에는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이 없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강보안관은 "개인 소유물이기 때문에 무단으로 즉시 수거할 수 없어 계고통지서를 부착하고 사진을 남기는 선에서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순자산 4.3억, 절반은 집도 있다…'결혼 계획 없는...
전문가들은 공공장소에서의 무단 상행위를 막기 위해 법적·제도적 사각지대를 메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현행 공연법상 암표 규제 대상은 입장권을 발행하는 공연에 한정되고 경범죄처벌법은 오프라인 위주라 법적 사각지대가 크다"며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마련해 단속 근거를 세우는 등 실효성 있는 방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