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장기밀매 조직 있다" 주장까지…청정자연 자랑하던 섬, '괴소문' 몸살
10여년 전부터 강력사건 때마다 괴담 돌아
전부 사실무근으로 판명…피해는 도민 몫
제주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괴소문까지 퍼지면서 제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실제 사건과 뒤섞여 확산하면 제주 전체가 위험하다는 공포가 커지는 데다 관광업계와 자영업자 등 제주도민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는 만큼 근거 없는 괴소문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에는 지난 5월 제주시 한림읍에서 실종 신고된 30대 여성 장모 씨 사건 이후 '제주 실종 지도'가 올라온 데 이어 '제주에 장기밀매 조직이 있다', '특정 국가와 경찰이 유착돼 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주장까지 등장했다.
장씨 사건 담당 경찰관은 실제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허위 종결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고, 장씨는 실종 100일여 만인 지난달 24일 숨진 채 발견됐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 동안 장씨를 포함해 앞서 실종 신고된 4명이 제주시 한림읍과 애월읍, 조천읍, 구좌읍에서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러자 온라인에서는 이들의 발견 장소와 시점을 한데 모은 이른바 '제주 실종 지도'가 빠르게 확산했고, 이 사건들을 하나의 범죄와 연관 짓는 추측까지 나온 것이다.
일부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제주에 장기밀매 조직이 있다'는 등의 미확인 주장까지 올라왔다. 한국인 감금 범죄가 발생한 캄보디아에 제주를 상징하는 귤을 합친 '귤보디아'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하지만 숨진 채 발견된 4명의 사건이 서로 관련됐다는 사실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장기밀매 조직이 개입했다거나 특정 국가 또는 외국인 범죄와 관련됐다는 주장 역시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나오지 않았다.
제주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뒤 근거 없는 괴소문이 뒤따른 일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2012년 7월 혼자 제주 올레길을 걷던 40대 여성 관광객이 살해된 뒤에는 '중국에서 온 조선족 9명이 제주에서 여성 2명을 납치했다'는 괴소문이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소문은 한 여중생이 친구에게 들은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인터넷에 올리면서 시작된 것으로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
2018년 예멘 난민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에는 '제주 연쇄 실종'이라는 게시물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했다. 예멘 난민이 제주에 들어온 뒤 한 달간 여성 변사체 6구가 발견됐다는 내용이었지만, 일부 사례는 중복되거나 사실이 아니었고 실제 변사사건에서도 타살 혐의는 없었다.
2019년 고유정 전남편 살인사건 당시에도 각종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사건과 관련이 없는 렌터카 업체가 피해를 본 일도 있었다.
이처럼 강력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미확인 괴소문이 퍼지면서 개별 사건에 대한 불안이 제주 전체의 치안 문제로 확대되는 양상은 10여년째 반복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괴소문이 빠르게 확산하고 인공지능(AI) 등으로 허위정보를 사실처럼 정교하게 만들어낼 수 있어 거짓을 판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제주에서 '범죄가 많은 섬', '여행하면 위험한 곳'이라는 식의 근거 없는 인식이 확산하면 그 피해는 관광업계와 자영업자는 물론 제주도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은 최근 사건 이후 '불안하다', '밤에 돌아다니기가 겁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행업계는 사건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제주 여행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주도관광협회는 "확인되지 않은 추측과 정보가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며 "마치 제주 전체가 위험한 지역인 것처럼 규정되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 건의 사건과 사고도 관광객에게는 큰 불안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관광 현장의 안전체계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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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전망의 허점을 보완하는 작업에 나섰다. 인공지능 기반 폐쇄회로(CC)TV 전환율을 2030년까지 75%로 높이고 영상 보관기간을 현행 30일에서 60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혼자 제주를 찾는 여행객을 위한 '안심여행기구' 도 개설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올레길과 해안가, 오름 등 인적이 드문 곳의 순찰을 확대하고 관광객 밀집 지역의 어두운 구간에는 가로등과 조명을 보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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