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군구 촘촘한 국가 안전망으로 확대
누적 21만명 이용…민관 협력 135억 결실

배고픔 앞에 그 어떤 가난의 증명도 요구하지 않는 먹거리 안전망 '그냥드림' 사업이 마침내 전국 모든 시군구에 뿌리를 내린다. 6년 전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코로나19 팬데믹 한복판에서 싹틔웠던 정책 구상이 대한민국 전역을 아우르는 국가적 복지 인프라로 완성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월11일 충북 충주시건강복지타운 그냥드림 사업장을 방문해 관계자와 운영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월11일 충북 충주시건강복지타운 그냥드림 사업장을 방문해 관계자와 운영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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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이달 중 미참여 지역이던 55개 시군구가 순차적으로 사업을 개시하면서 경북 울릉군을 비롯한 전국 모든 기초지자체에서 그냥드림 코너가 전면 가동된다고 6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전국 57개소 시범 운영으로 첫발을 뗀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175개 시군구를 거쳐 전국 단일망을 구축했고, 마침내 전국 지자체로 확대된 것이다. 복잡한 소득 증빙 절차 없이 먹거리와 생필품을 즉시 지원하는 사업이다.

경기도의 실험, 국가 표준으로 거듭나다

이 사업의 역사는 이 대통령의 오랜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코로나19 위기가 극에 달했던 2020년 당시 배가 고파 계란 한 판을 훔치다 징역형을 구형받은 '코로나 장발장' 사건을 접하고 깊은 충격을 받았다. 한 끼 뗄 거리가 없어 범죄를 저지르고, 이를 수사하고 구속하고 교정 관리하는 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들이느니, 차라리 국가가 아무 조건 없이 밥 한 끼를 내어주는 것이 훨씬 인도적이자 경제적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렇게 성남, 평택, 광명 3곳에서 출범한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는 연간 31만4000명의 발길을 모으며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생계형 범죄 예방이라는 족적을 남겼다. 31개 지역으로 확대됐고 후원금 33억원이 모였다. 6년 전 지방정부의 과감한 실험은 지난해 9월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어떤 경우에도 배가 고파 범죄를 저지르는 일을 막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기본 책무'라며 전국적 추진을 지시하면서 국가 단위 프로젝트로 본격 진행됐다.

"선지원 후행정"의 힘…사각지대 21만명 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1년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 현장 방문을 하고있다. 경기도.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1년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 현장 방문을 하고있다.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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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제도를 처음 도입할 당시 고급 외제차를 타고 와 먹거리를 쓸어가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제기됐다. 하지만 실제 현장의 결과는 정반대였다. 스스로 빈곤을 입증해야만 혜택을 주는 까다로운 '신청주의' 장벽을 걷어내자, 서류 뒤에 꽁꽁 숨어 있던 진짜 위기가구들이 비로소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왔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약 21만명의 국민이 그냥드림 코너를 이용했다. 푸드마켓과 행정복지센터 등지에 설치된 코너에서는 생계가 곤란한 주민 누구에게나 1인당 2만원 상당의 기본 먹거리와 생필품 3~5종을 즉시 내어준다. 이 과정에서 이뤄진 자연스러운 대면 접촉을 통해 4만 4712명이 심층 복지 상담을 받았고, 이 가운데 4437명은 기초생활수급권이나 긴급복지지원 등 제도권 보호망 안으로 안착했다.


특히 본사업으로 전환된 이후 복지 전달 체계의 연결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상담 후 읍면동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으로 연계된 비율은 시범사업 기간 46.4%에서 본사업 54.8%로 뛰었고, 실제 공적 복지서비스 혜택으로 최종 이어진 비율 역시 15.2%에서 25.1%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먹거리를 조건 없이 쥐여주는 행위가 사실상 고립된 한 사람의 생명을 건져 올리는 결정적인 마중물이 된 것이다.

섬마을부터 골목길까지 밀착 가동…민관 연대로 단단해진 복지안전매트

그냥드림 사업 홍보 포스터. 보건복지부.

그냥드림 사업 홍보 포스터.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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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모든 시군구로 확대되는 이번 단계부터는 이동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그냥드림'이 전면에 배치된다. 정부는 지역 특성을 반영해 신안군처럼 복지팀 차량이 섬과 외진 마을을 직접 순회하는 읍면동복지 연계형, 논산시처럼 동네 사정에 밝은 자원봉사자 민간망이 배달과 위기 감지를 도맡는 지역자원 연계형, 부천시처럼 집배원들이 물품 배달과 안부 확인을 병행하는 우체국 협업 모델 등 3대 표준 방식을 전국 지자체 여건에 맞춰 집중 보급하기로 했다.

국가 재정에만 기대지 않고 민간의 자발적 나눔을 이끌어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겠다는 구상도 순항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이 3년간 100억원 지원을 약속한 것을 비롯해 한국수출입은행, 롯데지주, 한국청과, 전국 상공회의소 등 경제계의 기부가 잇따르며 누적 민간 후원금은 135억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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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난 10개월 동안 그냥드림은 배고픔 앞에 어떤 증빙도 요구하지 않는 방식으로 복지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춰왔다"며 "전국 모든 시군구에 거점이 마련된 만큼 단 한 명의 국민도 굶주림과 소외 속에 방치되지 않도록 지방정부 및 민간과 함께 가장 촘촘한 안전망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안타까운 시선에서 출발했던 작은 먹거리 코너가, 이제 대한민국 복지의 패러다임을 '신청'에서 '선제적 보호'로 바꿔놓는 데 기여하고 있다.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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