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8년 금호미술관 문 닫는다…5년 연속 적자 끝 '음악에 집중'
2027년 7월 미술사업 전면 종료
2020년 이후 매년 3~4억원 운영손실
금호아시아나 해체 뒤 조직 축소…관계사 수익 기반도 흔들
재단은 클래식 음악 지원에 역량 집중
38년간 한국 현대미술과 신진 작가 발굴의 한 축을 맡아온 금호미술관이 내년 7월 문을 닫는다. 금호문화재단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문화예술 지원의 지속가능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공개된 재무자료와 재단의 사업 변화를 종합하면 2020년 이후 이어진 운영 적자와 금호아시아나그룹 해체 이후의 사업 기반 축소가 결정의 배경에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 전경. 금호문화재단은 2027년 7월 금호미술관 운영을 포함한 미술사업을 전면 종료하기로 했다. 1989년 금호갤러리로 출발한 금호미술관은 1996년 현재의 사간동 건물로 이전·재개관했다. 금호미술관
금호문화재단은 4일 "중장기 사업 운영 방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2027년 7월을 끝으로 금호미술관 운영을 비롯한 미술사업을 전면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단은 사업 역량을 선택·집중해 문화예술 지원을 지속가능하게 이어가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폐관 때까지 예정된 전시와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진행한다.
금호미술관은 1989년 서울 관훈동 금호갤러리로 출발해 1996년 현재의 사간동 건물로 이전·재개관했다. 특히 2004년 시작한 '금호영아티스트'는 만 35세 이하 신진 작가를 발굴해 개인전을 지원하는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 기준 95명의 작가가 이 프로그램을 거쳤다. 기업이 설립한 사립미술관 가운데 장기간 젊은 작가의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폐관 결정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재단의 재무 여건 변화가 눈에 띈다. 공익법인 공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금호문화재단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연속 당기운영손실을 기록했다. 해마다 적자 규모는 3억~4억원 수준이었다. 2024년에는 사업수익 약 28억원에 사업비용 약 32억원으로 약 3억원의 당기운영손실을 냈다. 금호아트홀과 금호미술관 등 공익사업 자체 매출은 약 13억원이었고, 계열사 지분에서 나온 배당수익 약 12억원을 더하고도 비용을 충당하지 못했다.
재단의 양대 축을 비교하면 음악사업의 규모가 이미 미술사업보다 컸다. 2024년 전체 사업수행비용 28억원 가운데 금호아트홀 등 음악 분야에 약 19억원, 미술관 등 미술 분야에 약 8억원이 쓰였다. 이번 결정은 두 사업을 함께 유지하기보다는 재단의 대표 메세나 사업으로 자리 잡은 음악 분야에 자원을 몰아주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술사업 축소 움직임은 앞서 나타났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누나인 박강자 전 관장이 2019년 물러난 뒤 금호미술관은 관장 공석 상태로 운영돼왔다. 이어 202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사실상 해체·축소되는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금호문화재단으로 이름을 바꿨고 미술관 조직 역시 인력 이동 등을 거치며 규모가 줄었다. 당시부터 모그룹 축소가 문화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재단의 수익구조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최근 커졌다. 2024년 말 기준 재단 전체 자산 609억원 가운데 특수관계법인 주식가액이 410억원으로 67%를 넘었다. 재단이 지분 100%를 보유한 KF는 2024년 재단에 12억원을 배당했다. KF·KR·KA·KO 등 재단 관계회사들은 아시아나항공과 연결된 항공 지원 사업을 주요 사업 기반으로 삼아왔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된 뒤에는 이 관계회사 생태계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2025년 말 KO·KA와 이들의 관계사 등 확인된 5개 업체가 아시아나항공 및 관계회사로부터 조업 중단 통보를 받아 관련 도급계약을 종료했고, 일부 업체는 감사보고서에 계속기업 존속에 관한 불확실성을 명시했다. 이후 청산 절차에 들어간 회사도 확인됐다. 이는 장기적으로 재단이 의존해온 관계회사 기반의 배당·기부 구조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재단은 미술사업을 정리한 뒤 클래식 음악가 발굴과 육성에 역량을 집중한다. 금호영재콘서트를 비롯해 고악기를 무상 대여하는 금호악기은행, 금호솔로이스츠, 금호매니지먼트스쿨 등 음악가의 성장 단계에 맞춘 지원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하루 한 끼로 버티며 월 350만원 주식 올인"…'파...
결국 이번 폐관은 갑작스러운 단일 결정이라기보다, 2020년 이후 진행돼온 금호그룹과 재단의 구조 변화가 미술사업 정리로 이어진 결과에 가깝다. 1989년 금호갤러리에서 시작된 기업 메세나의 한 축은 38년 만에 막을 내리고, 금호문화재단의 문화예술 지원은 클래식 음악 중심으로 재편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