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민주당 신임지도부 만찬서 "왼쪽을 더 품고 가야"
중폭 개각·靑참모 인선서, 용혜인·이해민 발탁
양대 노총·시민 사회와 연쇄 접촉

지지율 하락세는 지속, 취임 후 최저…범진보 이완
보수 품은 '통합 인사', 용혜인 지명도 잡음

이재명 대통령의 시선이 최근 부쩍 '왼쪽'을 향하고 있다. 범여권 인사를 내각과 청와대에 전진 배치한 데 이어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잇달아 청와대로 초청해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취임 이후 중도·보수를 아우르는 통합과 실용을 앞세워 외연 확장에 공을 들여온 것과는 결이 다소 달라진 모양새다. 국정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으면서 전통적 지지 기반도 챙겨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9.4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9.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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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의 시도는 지난달 25일 민주당 신임 지도부와 만찬에서 먼저 나왔다. 이 대통령은 당시 "우리가 그동안 왼쪽을 너무 안 챙겼다"며 "왼쪽을 더 함께 품고 가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과 닷새 뒤 단행한 중폭 개각과 청와대 인사에선 이 같은 문제의식이 인선으로 이어졌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원내대표를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고,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을 AI미래기획수석으로 발탁했다. '친문 적자'라는 상징성이 큰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으로 불러들였다. 민주당 바깥 범여권과 진보 진영으로 인재 풀을 넓힌 셈이다.


인사에 이어 대통령의 일정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 대통령은 3일 김동명 한국노총위원장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메가특구법의 노동 쟁점을 노사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로 풀고 정년 연장 문제도 국회 숙의를 거쳐 연내 결과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 대통령은 특히 민주노총 내부에서 사회적 대화 복귀 논의가 시작된 데에 환영의 뜻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하루 뒤인 4일에는 시민사회 관계자 20명 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여성단체연합, 자주통일평화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등 인권·노동·여성·평화 분야에서 활동해온 단체들이 망라됐다. 대표급 인사보다 일선 실무책임자들을 중심으로 참석자를 구성한 이날 간담회는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이 원하는 세상이나 제가 만들고 싶은 세상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목표에 이르는 경로, 방식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사회 대개혁에서도 시민사회의 몫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자유토론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도 거론됐다고 한다. 평화·시민사회 진영에서 파병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자 이 대통령은 "매우 고민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사회의 우려를 경청한 대통령이 파병과 관련한 자신의 생각과 고뇌를 간접적으로 공유한 것이다.


정부는 미국·영국·프랑스 등과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위한 국제 공조를 협의해왔고, 전투·비전투 등 여러 형태의 군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자유로운 통항은 우리 국익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호르무즈 파병 문제에 "한반도 대비 태세에 큰 손상이 있지 않은 범위 내에서는 운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차담을 나누고 있다.     이 대통령과 양대 노총위원장은 '3대 메가 프로젝트' 및 정년 연장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부터 시계방향으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강훈식 비서실장, 강유정 수석대변인, 김경자 사회수석, 김영훈 노동부 장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2026.9.3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차담을 나누고 있다. 이 대통령과 양대 노총위원장은 '3대 메가 프로젝트' 및 정년 연장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부터 시계방향으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강훈식 비서실장, 강유정 수석대변인, 김경자 사회수석, 김영훈 노동부 장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2026.9.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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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의 진보 진영 접촉면 확대 행보는 지지율 하락세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한국갤럽이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조사해 4일 발표한 경과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40%로 전주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취임 이후 최저치다. 부정 평가는 51%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 뼈아픈 대목은 핵심 지지 기반의 이완이다. 이번 조사에서 진보층의 긍정 평가는 66%, 광주·전라 지역은 67%, 40대는 55%였다. 지난 5월 중순 같은 갤럽 조사에서 진보층 91%, 광주·전라 89%, 40대 73%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낙폭이 작지 않다. 당시 64%였던 전체 긍정 평가 역시 석 달여 만에 40%까지 내려왔다. 중도층 확장 이전에 집토끼부터 다시 붙잡아야 한다는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수치다.

이해민 AI미래기획수석(오른쪽)과 이원주 국가전략투자보좌관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6.9.3 연합뉴스

이해민 AI미래기획수석(오른쪽)과 이원주 국가전략투자보좌관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6.9.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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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공을 들여온 '통합 정치'가 기대만큼 순탄하게 작동하지 않은 점도 최근 행보와 맞물려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한 뒤 이명박 정부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으로, 보수 성향의 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를 규제개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기용하는 등 진영을 넘나드는 인사를 이어갔지만 잡음도 적지 않았다. 이병태 전 부위원장은 '5·18 성역화' 발언 논란 끝에 물러났고, 이석연 위원장도 정부·여당 정책을 잇달아 비판하고 이 대통령에게 민주당 탈당을 요구한 뒤 임기를 채우지 못하게 됐다. 국민의힘 출신 인요한 전 의원의 대한적십자사 회장 인준을 두고도 여권과 시민사회 반발이 이어졌다.


범진보 진영을 껴안는 듯한 인선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지도 미지수다. 용혜인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의당 등 진보정당과 여성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충분히 용 후보자의 입장을 들어봐야한다면서 지명철회 가능성에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갈수록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 대통령은 이완된 진보·개혁 지지층을 복원하면서도 중도 확장과 국민통합 기조를 놓치지 않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최근의 '왼쪽 품기' 행보도 전면적인 좌클릭이라기보다 흔들린 지지 기반 다지기에 가깝다는 해석도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핵심 지지층을 끌어안되 어렵게 확보한 중도층까지 놓치지 않는 균형이 집권 2년 차 국정운영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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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갤럽 9월 1주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0.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21일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국민통합위원회가 개최한 2026 세대분야 현장형 국민대화 경상권 토론회에서 이석연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6.7.21 연합뉴스

21일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국민통합위원회가 개최한 2026 세대분야 현장형 국민대화 경상권 토론회에서 이석연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6.7.21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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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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