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기관 통폐합, 비용 절감 목표 아냐…AI 환경 변화에 맞춘 기능 대전환"
브리핑서 "목표 아니다"→"전혀 아닌 것 아니다" 말 바꿔
공식 자료엔 3대 비전으로 ‘비용 절감’ 명시 '혼선'
'급조 발표' '졸속 개편' 아니냐는 지적 나와
정부가 109개 공공기관을 감축하는 기능 개혁 방안을 내놓은 지 하루 만에 개혁의 목표를 두고 당국의 입장이 오락가락하며 혼선을 빚었다. 사후 설명회 자리에서 이번 개혁의 목표는 비용 절감이 아니며 산출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가, 공식 보도자료에 핵심 비전으로 버젓이 박혀 있는 사실이 지적되자 말을 뒤집는 촌극이 벌어졌다. 100여개가 넘는 기관의 간판을 바꾸는 매머드급 개편을 밀어붙이면서도 기본적인 정책 목표조차 정립하지 못한 채 대책 발표를 서두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비용 절감 목표 아니다" 선 긋더니…지적 나오자 "전혀 아닌 건 아냐" 번복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 사후 브리핑에서 정부는 "이번 정책 방향의 목표는 비용 절감에 포인트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비용절감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산출된 것은 없다"고 했다. 통합 초기에 수반되는 막대한 전산망 연계 비용과 자산 조정비 등 재정 소요를 묻는 말에 "인공지능(AI) 대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기능 융합이 핵심이지 비용 감축을 겨냥한 개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전날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 수요자 중심 서비스와 함께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재정 지속가능성 제고'가 3대 비전 중 하나로 명시돼 있다. 공식 배포 자료와 다른 설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 관계자는 "소규모 기관 통폐합 과정에서 기관장이나 기획조정실 중복 등에 따른 비용 절감 부분을 일부 넣은 것"이라며 "비용 절감이 전혀 목표가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 비용 절감이 주된 목표가 아니라면서도 공식 문서에는 최상위 비전으로 내세우고, 정작 질문이 이어지자 다시 발을 빼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셈이다.
정원 100% 보장에 처우 유지까지… 슬로건 무색한 '알맹이 없는 다이어트'
정부가 개혁의 간판으로 내건 '공공기관 DIET 2026'이라는 슬로건을 둘러싼 당국의 해명도 논란을 키웠다. 통상 조직의 체중 감량과 부채 축소로 통용되는 다이어트라는 표현을 전면에 내걸어 놓고도, 정부는 임원을 제외한 일반 직원의 정원을 100% 보장하고 보수 수준도 떨어뜨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게다가 조직 개편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한시 정액 수당 지급이나 선택적 복지비 한도 상향 등 오히려 복리후생을 늘려주겠다는 당근책까지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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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도 줄이지 않고 정원도 보장하면서 왜 다이어트라는 명칭을 썼느냐는 지적이 쏟아지자 정부는 "다이어트라는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내부에서도 걱정이 많았다"며 "체중 감량이 아니라 역동적 게임체인저(Dynamic), 통합(Integrated), 효율(Efficient), 투명(Transparent)의 영문 앞 글자를 딴 약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반 정원과 조직 체급은 고스란히 둔 채 임원 인건비 일부만 줄어드는 구조여서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 소요 계산 없이 일단 발표…졸속 개편안에 장기 표류 가능성도
더 큰 문제는 109개 기관을 감축하는 규모의 개편안을 던지면서 정작 기초적인 손익계산서조차 작성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 정비 대상에 포함된 183개 미지정 기관 등은 공시 의무가 없어 인건비 테이블이나 복리후생 수준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주무 부처를 통해 관련 비용 조사에 착수했다"고 했다. 정책의 비용과 효과를 정밀하게 따져보지도 않은 채 일단 발표부터 밀어붙였다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전체 대상 기관의 80% 이상이 법 개정을 거쳐야 하지만 구체적인 입법 추진 로드맵조차 제시하지 못했고, 노동계는 사전 조율 없는 밀실 행정이라며 투쟁을 예고하는 등 향후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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