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해외 사업 수주 첫 시도
美, 장기간 투자개발형 사업 10여건 제안
"금융 조달이 성패 갈라…종합 역량 갖춰야"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시장을 다시 두드리기 시작했다. 주택 등 건설경기 침체가 수년째 이어지자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방식은 진화했다. 프로젝트를 수주받아 짓는 도급에서 벗어나 금융 조달과 지분 투자, 운영 관리까지 총괄하는 투자개발형 모델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정부 주도의 해외 사업 수주가 처음 시도되면서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고부가가치 수익 구조를 창출하려는 건설업계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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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국토교통부가 최근 '미국 정부 소개 건설사업 설명회'를 통해 공개한 사업프로젝트 참여를 고심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 자리에서 미시간주 염화칼륨 플랜트(19억달러)를 비롯해 워싱턴주 암모니아 생산시설(15억달러) 등 5개 프로젝트를 소개한 데 이어 미국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등 총 40억달러 규모의 신규사업을 추가로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고위급 논의를 통해 미국 정부에서 10여건의 사업을 제안받았다.


건설사들이 이들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건 모두 장기간 투자개발형(PPP)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먼저 사업권을 발굴해 기업에 연결한다는 점에서 기업이 직접 해외 현지에서 발로 뛰며 입찰에 참여하던 과거 방식과 차이가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가 해외에서 유망 사업을 발굴해 국내 기업에 소개하는 구조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행사에 참석했던 업계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미국 프로젝트 추진을 진행하고 있다"며 "정책적으로도 지원이 많은 지금이 제일 좋은 기회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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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업체 간 협력 모델도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6월 미국 뉴저지주 버겐 카운티 팰리세이즈파크의 주거개발사업을 개시하며 20여년 만에 북미 부동산 개발 시장에 재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단순 시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디벨로퍼인 HM그룹 측과 현지 사업장을 검토하기도 했다.

업계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체질 개선의 필요성 때문이다. 매킨지 글로벌 연구소에 따르면 건설산업 생산성 증가율은 ICT, 제조업 등에 비해 턱없이 낮으며 디지털화 수준도 전 산업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노동집약적·현장 의존적 생산체계와 공급자 위주의 사업구조 탓이다. 기존 도급 방식의 영업이익률은 2~3% 수준이지만 투자개발형 사업은 10% 이상의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ICT, 모빌리티, 방위산업, 에너지 등 발주국이 선호하는 분야에서 한국이 갖춘 역량산업을 맞춤형 패키지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국내 건설업의 강점으로 꼽힌다. 국토부에서 출범한 민관 합동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은 2027년까지 연간 해외 수주 500억달러 달성 및 세계 4위 건설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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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희 해외건설협회장은 "그간 해외건설은 종합설계시공(EPC)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단순 도급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글로벌 시장은 플랜트 중심에서 원자력 발전소,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첨단 인프라로 영역이 확대되는 동시에 사업의 기획·금융·투자·운영까지 아우르는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투자개발형 사업은 금융 조달 경쟁력이 수주 성패를 좌우한다"며 금융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계약과 클레임 대응, 현지 법률·세무·노무, 운영·관리까지 사업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사업개발 역량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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