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 세대' 지나 '한류 세대'
손하트 유행 출처 추적 어려워

북한 당국이 외부 문화 유입을 차단하기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손 하트' 제스처까지 단속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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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청소년 손끝에도 스며든 '한류'

데일리NK는 최근 평안남도 개천시의 한 고등학교(고급중학교)에서는 수업 중이나 집단체조 시간에 손가락으로 작은 하트를 만들어 주고받던 학생들이 대거 적발됐다고 3일 밝혔다.

한류의 영향으로 평양 시민들의 옷차림이 과거에 비해 세련돼졌다. 데일리 NK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한류의 영향으로 평양 시민들의 옷차림이 과거에 비해 세련돼졌다. 데일리 NK 평양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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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와 검지를 교차해 만드는 이른바 '코리안 핑거 하트'는 한류 열풍과 함께 전 세계로 퍼졌지만, 북한 내에서는 철저한 통제 대상이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이 동작을 누구에게 배웠는지 추궁했으나, 이미 또래 집단 사이에 광범위하게 자리 잡은 터라 최초 유포자를 색출하기는 불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학교 청년동맹 조직이 직접 나서 이를 '비사회주의적 행위'로 규정했다. 적발된 학생들은 "우리식 생활양식을 흐리는 행동에 경각심을 갖겠다"며 반성문을 써야 했다. 청년동맹은 북한 당국의 사상을 선전하는 '외곽단체' 중 하나로, 국정을 다루는 공식 기구는 아니다.

당국 감시에도 일상 파고들어

데일리NK에 따르면 북한은 그동안 반동사상 문화 배격법 등을 앞세워 남한식 말버릇, 옷차림, 헤어스타일을 단속해 왔다. 각 조직과 선전매체를 통해 청소년들이 언어생활뿐 아니라 옷차림과 행동까지 '우리식'에 맞춰야 한다는 사상 교양도 지속했다.

북한 학생들이 평양창전 소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학생들이 평양창전 소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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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데일리 NK는 "1990년대 후반 식량난 및 사회체제 이완 과정을 겪으면서 주민들의 대량 탈북, 북·중 간 국경통제 장벽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져 중국발 외부 정보와 문화가 스며든 것이 북한 내에서 한류가 움튼 시작이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매체는 "당시 북한에서 유통되던 한국 영상물은 먼저 중국에서 불법 복제 과정을 거쳤고 이후 화교 등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됐다"며 "이렇게 반입된 영상물은 암시장을 거점으로 대량 유통되면서 '장마당 세대'(배급제 붕괴 후 자본주의식 시장인 '장마당'을 경험하며 성장한 1980~1990년대 이후 출생 청년)를 지나 새로운 '한류 세대'를 만들어 냈다"고 전했다.

북한 장교 리정혁(현빈)과 한국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tvN

북한 장교 리정혁(현빈)과 한국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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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뜨거워진 '한류 인기' 속 최근 북한 청소년들은 검열을 피하기 위해, 소리 내지 않고도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손 하트'를 새로운 놀이이자 인사법으로 택했다. 현지 소식통은 "손 하트는 말을 섞어 실수할 염려도 없고 멀리서도 가볍게 표현할 수 있어 아이들 사이에 폭발적으로 번졌다"며 "워낙 일상적으로 쓰이다 보니 이제 와서 어디서 시작됐는지 따지는 것조차 무의미할 정도"라고 전했다.

감정 표현 확실한 '신세대', 엄지척에 브이까지

유행으로 번진 손짓은 하트 모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두 손가락으로 '브이'(V)를 그리거나 턱에 손을 갖다 대는 등 과거 기성세대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표현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제작·배포한 영상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이른바 '엄지척' 손짓이 등장한 것도 손짓을 통한 감정 표현 방식이 확산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2022년 5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열병식 참가 청년들을 향해 왼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5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열병식 참가 청년들을 향해 왼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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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2024년 공개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찬양곡 '친근한 어버이' 뮤직비디오에는 주민들이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주민들 사이에서 엄지를 세워 '좋다'거나 '최고다'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현상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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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은 "엄지를 세우는 모습은 간혹 보이긴 했으나 요즘 청년들이 브이를 하거나 턱에 손을 대면서 또래들끼리 장난도 치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변화"라며 "이것이 외부에서 유입된 문화의 영향이라고 해도 청년들끼리 사적으로 주고받는 손짓까지 모두 통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은서 인턴기자 els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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