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급류 속 가족 1시간 옥상 고립
구글 지도엔 '홍수에도 끄떡없는 집'

수천 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네팔 대홍수 참사 현장에서 주변 건물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동안 무너지지 않고 버틴 녹색 주택 한 채가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거센 물살에 1·2층 대부분이 파손됐지만, 건물 골조와 3층은 살아남으면서 집 안에 있던 가족들도 무사히 탈출했다.

홍수 속에서 무너지지 않은 이 집은 청록빛 외벽 때문에 현지에서는 이 집을 '기적의 녹색 집' 또는 '바이럴 하우스'라고 부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수 속에서 무너지지 않은 이 집은 청록빛 외벽 때문에 현지에서는 이 집을 '기적의 녹색 집' 또는 '바이럴 하우스'라고 부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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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피플 등 외신은 네팔 대홍수 참사에서도 굳건히 버틴 한 녹색 주택을 주목했다. 화제의 주택은 네팔 누와코트 지역 둥게 바자르(Dhunge Bazaar)에 있는 피아쿠렐 가족의 3층짜리 집이다. 청록빛 외벽 때문에 현지에서는 이 집을 '기적의 녹색 집' 또는 '바이럴 하우스'라고 부르고 있다.


지난달 26일 네팔과 티베트 사이 히말라야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빙하 붕괴로 엄청난 양의 물과 얼음, 암석, 토사가 계곡을 따라 쏟아져 내려왔다. 급류는 트리슐리강 유역의 마을들을 덮치며 주택과 상점, 교량 등을 잇달아 휩쓸었다. 누와코트 지역에서만 주택 1200채 이상이 완전히 파손됐고 1000채 이상이 부분적으로 피해를 보았다.

급류가 1·2층을 뜯어갔지만 결국 안 무너져

하지만 폐허 한가운데 피아쿠렐 가족의 녹색 집은 쓰러지지 않았다. 당시 모습을 담은 영상에는 흙탕물과 바위, 각종 잔해가 뒤섞인 급류가 집을 사방에서 거세게 때리는 가운데 가족들이 3층 발코니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담겼다. 물살이 계속 높아지자 가족들은 결국 옥상으로 이동했다. 이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대홍수에 마을 사라졌는데 홀로 '멀쩡'…전세계가 놀란 네팔 '기적의 녹색집' 정체 원본보기 아이콘

집주인 차트라 바하두르 피아쿠렐(67)은 홍수가 들이닥치기 직전 손자를 학교 버스에 태워 보낸 뒤 집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피아쿠렐 가족은 1시간 넘게 옥상에서 급류가 마을을 휩쓰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피아쿠렐은 당시 자신들의 생사뿐 아니라 학교에 가 있던 손자가 무사한지를 가장 걱정했다고 회상했다. 다행히 손자가 다니던 학교는 지대가 높은 곳에 있어 피해를 피했고 가족은 이튿날 다시 만났다.

물이 빠지기 시작한 뒤에는 주민들이 구조에 나섰다. 이들은 금속 파이프 등을 연결해 임시 사다리를 만들었고 가족들은 이를 통해 집에서 빠져나왔다. 홍수가 지나간 뒤 드러난 모습은 더욱 놀라웠다. 집의 1층과 2층은 벽과 내부 시설 대부분이 사라져 콘크리트 기둥들이 그대로 노출된 상태였다. 그러나 건물 전체가 무너지지는 않았다.


특히 3층 발코니에 놓여 있던 세탁기와 빨랫감은 남아 있었고, 옥상에 설치된 물탱크와 태양열 온수기, 가족들이 이용하던 작은 사당과 화분 등도 비교적 온전한 모습을 유지했다. 주변이 진흙과 잔해로 뒤덮인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폐허 속 홀로 살아남으며 뜻밖의 관광 명소로

집이 홀로 살아남은 이유를 두고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피아쿠렐에 따르면 이 집의 1층은 그가 식료품점을 운영하던 1995년 처음 지었다. 이후 사업이 커지면서 위층을 차례로 증축했다. 그는 집을 지을 당시 기둥을 지하의 단단한 암반까지 깊게 뚫어 고정했다며 이것이 급류에도 집이 쓰러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가능성도 제기된다. 집과 물살 사이에 돌출된 능선 형태의 지형이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하면서 급류가 건물을 정면으로 때리는 힘을 일부 약화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폐허 속에 홀로 남은 집의 모습이 확산하면서 뜻밖의 관광 명소가 되기도 했다. 도로가 일부 복구되자 주민과 방문객들이 집을 보기 위해 인근 능선에 올라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구글 지도에는 아예 해당 장소가 'Flood Proof House(홍수에도 끄떡없는 집)'라는 이름의 명소로 등록됐다. 피아쿠렐 가족의 생존은 피해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는 네팔에서 보기 드문 희망의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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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NDRRMA)이 3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네팔에서 1252명의 시신이 수습됐으며 4216명이 실종 또는 연락 두절 상태다. 1만1993명은 구조됐다. 피해 지역에서는 약 900명의 수력발전소 근로자들이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아 구조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또 네팔 당국은 홍수로 완전히 파괴되거나 거주가 어려워진 주택 등을 고려하면 향후 약 2만 채의 주택을 다시 지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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