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의 1000%는 되고 영업익의 10%은 안 된다?"…논란 커지는 성과급 기준[Why&Next]
영업이익 경영판단 직접 영향
다른 이익과 충돌 문제 있어
법적 구속력 없어 논란 불씨
정부가 3일 'N% 성과급' 요구를 쟁의 대상에서 제외한 기준은 성과급 액수가 아니라 무엇을 기준으로 산정하느냐다. 예를 들어 노조가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달라"라고 요구할 경우 정부는 요구 수준이 과도하다는 이유만으로 교섭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본다. 기본급 500만원이라면 성과급은 5000만원에 달하지만, 기본급을 기준으로 한 성과급은 임금·근로조건에 관한 요구인 만큼 교섭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회사의 영업이익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라는 요구는 다르다. 영업이익이 1조원이라면 성과급만 10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기업 이익의 일정 몫을 노동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은 단순한 임금 수준을 넘어 이익 처분과 경영 판단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임금은 세금이나 주주배당 등을 고려해 지급할 여지가 있지만,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N% 성과급을 지급하면 다른 이익과 충돌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영업이익 N%는 왜 쟁의 대상에서 빠졌나
영업이익은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는 물론 주주·채권자 등 제3자의 권익과도 연결된다. 정부는 기업 이익의 일정 비율을 노조에 배분하도록 정하면 경영진의 이익 처분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같은 성과급이라도 기본급 등 임금 항목을 기준으로 삼느냐, 기업의 이익 자체를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법적 성격이 달라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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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장에서는 두 가지를 명확히 나누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성과급 산정에 활용하면서 최종 지급액은 기본급 등에 연동하는 등 여러 기준을 결합한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제도 설계 방식과 케이스를 봐야 한다"고 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노동자 간 형평성 문제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시행지침의 적용 문제 등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결정은 교섭 대상 어디까지인가
또 다른 쟁점은 기업의 경영 판단과 그에 따른 노동조건 변화다. 공장 신설·이전, 사업장 매각·인수, 생산라인 변경, 인공지능(AI)·자동화 도입 등 경영과 투자 결정 자체는 원칙적으로 의무적 교섭 사항이 아니다. 다만 그 결과 노동자의 고용이나 근로조건에 구체적인 변화가 예상되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방 공장의 수도권 이전 결정 자체는 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인력 감축이나 전환배치, 근무지 변경 등이 발생한다면 전환배치 기준과 지원책, 고용 유지 방안 등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업 매각 역시 매각 자체가 아니라 이후 고용승계와 구조조정, 근로조건 유지 등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건은 실제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는지 아닌지다. 단순한 장기 사업계획 발표나 언론 보도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인 투자계획이나 내부 공지 등을 통해 고용·근로조건 변화가 예상돼야 한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도 마찬가지다. 도입 자체가 쟁의 대상은 아니지만 인력 감축이나 전환배치, 근로시간·업무 형태 변화, 안전 문제 등이 발생한다면 해당 결과에 대해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업 투자 결정에 연동된 배치전환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노조에 투자 거부권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침이 노동위원회 조정과 쟁의행위 정당성 판단에 영향을 미쳐 노조의 교섭력과 쟁의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부는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노사 모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현장에서 노사 의제로 교섭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인 대화와 타협, 교섭을 촉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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