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진단명에도 발병 기전 제각각
"환자 세포·AI로 치료 반응군 찾아야"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약이 파킨슨병 같은 질환에 효과가 있느냐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환자에게 효과가 있느냐를 물어야 합니다. 후보물질의 수가 아니라 반응할 환자를 찾아내는 능력을 키우는 게 K-바이오 경쟁력 확대의 관건입니다."


최민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아시아경제가 주최해 '브레인 레볼루션 : GLP-1이 바꿀 인류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2026 굿브레인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제언했다. 사람에 따라 발병의 원인이 제각각인만큼, 똑같은 질환이라고 해서 무조건 한 데 묶어 평균을 내는 식으로 연구를 수행하면 약효가 감소하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GLP-1 약물을 뇌질환 치료에 써보자는 논의의 출발점에 서 있던 대표적인 학자로 손꼽힌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유학 시절 파킨슨병 환자의 체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 만든 뒤 신경세포로 분화해 병의 원인을 들여다봤고, 2017년 국제학술지 '랜싯'에 후보물질 엑세나타이드의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이 약을 투여하자 운동 증상이 나아지는 신호가 나타나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발표된 임상 3상에서는 중등도 환자 전체 집단에서 질병 조절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최민이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가 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브레인 레볼루션: GLP-1이 바꿀 인류의 미래'란 주제로 열린 ‘2026 굿브레인 콘퍼런스’에 참석해 강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최민이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가 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브레인 레볼루션: GLP-1이 바꿀 인류의 미래'란 주제로 열린 ‘2026 굿브레인 콘퍼런스’에 참석해 강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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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임상시험에서 발병 기전이 서로 다른 환자들을 한데 묶어 같은 약물을 투여했던 방식에 한계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임상 증상은 같아도 파킨슨병에 걸리는 기전은 환자마다 다르다"며 "어떤 환자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으로 세포가 죽고, 어떤 환자는 리소좀에 응집 단백질이 쌓이며, 어떤 환자는 인슐린 신호나 염증이 주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3~2024년 진행된 연구에서는 아형을 4개로 제시했는데, 이런 아형은 7개일 수도, 십몇 개일 수도 있다"며 "병리적 아형이 다른 것은 분명한데 판별할 방법이 없어 지금은 같은 진단을 받은 환자를 구분하지 않고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약물에 반응하는 환자가 있더라도 서로 다른 병리적 특성을 가진 환자의 결과를 하나로 묶어 분석하면 치료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법으로는 환자 유래 iPSC 신경세포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아형 분류를 제시했다. 환자 세포를 신경세포로 분화한 뒤 그 형태와 기능적 특성을 AI로 비교하면 같은 파킨슨병이라도 어떤 기전이 주된 원인인지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아형을 구분하면 특정 약물이 어떤 환자에게 효험을 내는지를 전임상 단계에서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지금의 연구가 신약 개발로 이어지려면 약물 제조 배치·순도·제형·보관 조건은 물론 세포주와 분화 배치, 시험 기관과 분석 기준까지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밝혔다. 대형 제약사처럼 자본력과 시스템을 갖춘 기관들이 이런 작업에서 더 적극적으로 역량을 발휘해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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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차세대 GLP-1 치료제 개발을 위한 K-바이오 연합의 구축'을 제안했다. 병원은 임상·영상·장기추적 데이터를, 대학은 환자 iPSC·오가노이드와 AI를, 기업은 제조·품질관리와 임상개발 역량을, 규제기관은 바이오마커와 동반진단을 평가할 규제과학을 맡는 구조다. 최 교수는 "네 주체가 공통 환자 아형과 공통 바이오마커를 중심으로 처음부터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기자 j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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