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이름으로 신용카드 발급 운동
재생산권 등 성평등 운동 이끌어
한국과도 인연…'위민크로스 DMZ' 참여

미국의 '2세대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여성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별세했다. 향년 92세.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타이넘 측은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가 전날 뉴욕 자택에서 가족과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하게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여성운동가 스타이넘. 아시아경제

여성운동가 스타이넘. 아시아경제

AD
원본보기 아이콘

스타이넘은 1960년대 이후 미국 여성운동을 대표해온 인물이다. 여성의 재생산권과 교육권에서부터 정치 참여 확대, 경제적 권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성평등 운동을 이끌었다. 특히 여성이 남성의 서명 없이 자신의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운동에도 앞장섰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스타이넘을 두고 "수십 년에 걸쳐 여성 평등을 위한 전체 구조를 설계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추모했다. 스타이넘은 클린턴 전 장관의 정치 활동과 대선 캠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1934년 오하이오주 톨레도에서 태어난 스타이넘은 1956년 스미스대를 졸업한 뒤 인도에서 2년간 생활하며 현지 매체 등에 글을 기고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뒤 기자로 활동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를 전국적인 유명 인사로 만든 것은 1963년 플레이보이 클럽 잠입 취재였다. 스타이넘은 '바니걸'로 직접 취업해 여성 종업원들이 처한 노동 환경을 취재한 뒤 연재 기사로 폭로했다. 당시 파격적인 잠입 저널리즘으로 주목을 받았다.


스타이넘의 영향력은 언론계를 넘어 여성운동으로 확대됐다. 그는 1971년 여성들의 정치·공직 진출 확대를 목표로 한 전국여성정치코커스(National Women's Political Caucus) 설립에 참여했다. 선출직 정치인은 물론 판사와 행정부, 로비스트 등 다양한 공적 영역에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였다.


1972년에는 페미니즘 잡지 '미즈(Ms.)'를 공동 창간했다. 창간호에는 당시 낙태가 불법이었던 시절 낙태 경험이 있다고 밝힌 유명 미국 여성들의 공개 선언이 실렸다.


이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이듬해인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통해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하기 직전이었다. 이후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약 반세기 동안 미국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는 법적 기반이 됐다.


그의 공로는 미국 정부에서도 인정받았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2013년 스타이넘에게 미국 최고 권위의 민간 훈장인 '대통령 자유훈장(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수여했다.

AD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스타이넘은 2015년 세계 여성 평화운동가들과 함께 한반도의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남북을 잇는 '위민크로스DMZ' 행사에 참여했다.


뉴욕(미국)=황윤주 특파원 h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