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서의 몇천 호 현장에선 교통·학교·주차 민원
발표했다고 공급되는 게 아냐…입주 가능 시점 밝혀야
도시 수용력과 용산 일대 전체 봐야

정부가 용산공원을 주택용지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면서 용산 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희영 전 용산구청장은 4일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용산공원에 몇 호를 지을 수 있는지가 첫 번째 질문이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에 도시 수용력 검증을 요구했다.

박 전 구청장은 "용산공원을 주택용지로 활용하는 방안에 반대한다. 국제업무지구의 공동주택도 당초 계획된 6000호를 유지해 국제업무지구 본래의 기능을 살려야 한다”며 “용산공원은 국가공원으로 지키고, 국제업무지구는 일자리 중심의 경제 거점으로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희영 전 용산구청장. 본인 제공.

박희영 전 용산구청장.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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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용산공원 주택 활용 검토와 국제업무지구 주택 확대 방안을 어떻게 보나.


▲두 문제는 따로 떼어 볼 사안이 아니다. 용산공원은 서울 도심의 녹지와 환경, 휴식과 공공 기능을 담당해야 할 녹색 인프라이고, 국제업무지구는 글로벌 기업과 산업, 일자리가 집적되는 경제 거점으로 만들어야 할 경제 인프라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국가공원에 주택을 짓는 방안이 거론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제업무지구의 주거 비중을 크게 늘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주택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이 두 공간의 본래 기능까지 흔드는 것이 올바른 도시 전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택 공급 확대 자체에 반대하는 것인가.


▲아니다.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 확대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 주택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다만 주택을 어디에 얼마나 늘릴 것인지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어떤 도시 기능을 포기하게 되는지까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계획된 도시의 핵심 기능을 약화해서는 안 되고, 그 부담을 주민에게 떠넘겨서도 안 된다.


-'도시 수용력'을 특히 강조하는 이유는.


▲도시행정을 맡아보면 주택 몇 세대를 더 지을 수 있느냐보다 먼저 살펴야 할 것이 있다. 그 인구를 도시가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느냐다. 주택이 늘어나면 교통과 학교, 보육, 주차, 안전, 생활 기반 시설의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개발계획서에서는 '몇천 호'라는 숫자로 표시되지만, 그 숫자가 현실이 되는 순간부터는 주민의 일상이 된다.


-어떤 방식으로 검증해야 하나.


▲국제업무지구의 주택을 늘리고 용산공원에까지 주거 기능을 추가한다면 각각의 사업을 따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국제업무지구와 용산공원은 물론 주변 개발·정비사업까지 함께 놓고, 교통과 교육, 안전과 생활 기반 시설이 추가 인구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그 영향은 용산구의 행정 경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교통과 이동, 상권과 생활권은 인접 지역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용산 일대 전체의 도시 수용력을 먼저 검증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공급 계획과 지역 현장의 시각차가 있다는 뜻인가.


▲중앙정부의 공급 계획에서는 '몇천 호'가 하나의 행정 목표일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서는 그 숫자가 교통과 교육, 안전과 복지, 생활민원이라는 구체적인 현실로 나타난다. 주택은 숫자로 발표되지만, 그 변화와 부담은 주민의 일상에서 발생한다.


-정부 공급 계획의 실효성은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가 말하는 '주택 공급'이 도대체 언제 실제 입주로 이어지는지 물어야 한다. 용산공원은 일반적인 신규 택지가 아니다. 미군기지 반환과 환경 조사·정화, 각종 계획 수립과 행정 절차 등 여러 선행 과정을 거쳐야 하는 공간이다. '몇 호를 지을 수 있다'는 숫자보다 언제 착공할 수 있고 언제 실제 입주할 수 있는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


-입주 시점이 왜 중요한가.


▲주택 공급은 발표했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부지를 확보하고 행정 절차와 기반 시설 조성을 거쳐 착공·준공한 뒤 국민이 실제로 입주해야 공급의 효과가 나타난다. 당장의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라면 더욱 그렇다. 실제 입주 가능 시점이 제시되지 않은 계획을 주택난 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공급 대책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정부가 답해야 한다.


-주민 의견 수렴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용산구민의 의견을 계획 단계부터 반영해야 한다. 구민은 이미 결정된 정책을 사후에 통보받는 대상이 아니라 교통과 교육, 환경과 안전의 변화를 가장 먼저 겪는 정책의 직접적인 당사자다. 구정을 맡아보면 계획 단계에서는 보이지 않던 문제가 현장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교통과 학교, 주차 문제는 계획서에서는 하나의 항목일 수 있지만, 주민에게는 매일 부딪히는 생활의 문제다. 큰 개발일수록 현장의 조건과 주민의 의견을 계획 단계부터 살펴야 한다.


-정부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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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일대의 교통·교육·안전·생활 기반 시설은 추가 수요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정부가 말하는 주택은 언제 실제 입주할 수 있는가. 주택을 늘리는 대가로 우리가 잃게 되는 도시 기능은 무엇인가. 정부가 용산에 주택 몇 호를 더 짓겠다고 발표하기 전에 답해야 할 질문들이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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