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연구원, 에너지 고속도로 제안
송전망 건설 기간 13년서 5~7년 단축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난 해법
도내 고속도로 유휴부지에 태양광 설치
주민 투자·수익 배당 방식 추진

세계 최대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가동으로 급증할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 고속도로 지하에 송전망을 설치하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경기도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 경기연구원 제공

경기도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 경기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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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연구원은 연구보고서 '반도체 시대의 전력난, 고속도로 위에서 답을 찾다'를 통해 도내 약 840㎞의 고속도로 부지와 유휴 공간을 송전과 태양광 발전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50년 경기도의 연간 전력 사용량은 약 28만5000GWh로, 현재의 두 배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경기 남부의 AI 데이터센터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전력 수요는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발전 시설보다 송전망 확충 속도가 늦다는 점이다. 대규모 송전탑과 송전선로를 새로 건설하려면 주민 반대와 토지 보상 문제 등으로 입지 선정에만 10년 이상이 걸린다. 기존 송전선로 건설에는 평균 13년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연구원은 이미 국가가 확보한 고속도로 부지를 활용하면 사유지 보상과 주민 갈등을 줄이고, 지하에 송·배전 관로를 신속하게 설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송전선로 건설 기간을 기존보다 5~7년 이상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시화·화옹·평택호 등 서해안 간척지에서 생산되는 약 3GW 규모의 태양광 전력을 서해안고속도로와 평택시흥고속도로를 통해 경기 남부 반도체 산업단지로 보내는 방안이 제시됐다.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될 용인 반도체 공장과 송전망 구축 시점 사이의 전력 공급 시차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속도로 자체를 태양광 발전소로 활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도내 고속도로 비탈면과 성토부, 방음벽 등 유휴 공간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면 총 588MW 규모의 발전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연간 예상 발전량은 773GWh로, 중소도시 한 곳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나들목 등에는 4MW급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한다. 낮에 생산한 태양광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ESS를 활용하면 기존 배전선로가 수용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 규모를 14MW에서 18MW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연구원은 전망했다.


특히 이번 구상은 지역 주민과 발전 수익을 나누는 '상생형 모델'로 설계됐다. 도민과 지역 주민이 전체 사업비의 4% 이상을 투자하고 발전 수익을 정기적으로 배당받는 구조다. 주민참여형 태양광 사업은 이격거리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입지 확보가 쉬워지고, 주민이 사업의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발전시설에 대한 수용성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연구원은 경기도와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가 참여하는 3자 협력 체계 구축도 제안했다. 경기도는 사업을 총괄하고 국가 전력망 계획 반영을 추진하며, 도로공사는 부지와 관로를 제공한다. 한전은 송전 병목을 해소하고 완성된 전력망을 인수·운영하는 방식이다.


연구원은 1단계로 서해안 간척지 태양광 발전 시설을 잇는 '서화성 집전 피더망'을 시범 구축한 뒤 경부·영동고속도로 등 경기 남부 전역과 전국 고속도로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점산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와 AI 산업의 성패는 필요한 전력을 적기에 친환경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고속도로를 활용한 에너지망은 주민 갈등과 토지 보상이라는 장벽을 넘을 수 있는 현실적이고 혁신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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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경기도와 도로공사, 한전이 참여하는 전담 추진체를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며 "서화성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전국의 도로가 '친환경 에너지의 혈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과 조기 착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정부=이종구 기자 9155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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