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왜 이래, 도저히 못 참아" '대만관'에 발끈한 중국, 광주비엔날레서 "짐 뺄래"
'대만관' 갈등, 전시장 밖 외교전으로
광주비엔날레 중국관 철수
중국관 "잘못된 명칭 사용…정치가 예술에 개입"
대만 "처음부터 'Taiwan Pavilion'으로 합의"
재단 "기관 참가에 따른 행정 표기"…결국 명칭 복원
中대사관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 공개 반발
외교부 "민간 판단"…중국 지방정부 교류에도 파장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이틀 앞두고 '대만 파빌리온(Taiwan Pavilion)'이라는 이름을 둘러싼 양안 갈등이 중국관의 전면 철수로 이어졌다. 당초 전시 명칭을 두고 광주비엔날레재단과 대만 측이 충돌했고, 재단이 결국 '대만관' 사용을 허용하자 이번에는 중국이 반발했다. 전시장에서 시작된 갈등은 주한중국대사관과 한국 외교부의 입장 표명에 이어 중국 지방정부 대표단의 방한 취소 등으로까지 번졌다.
3일 오전 전남광주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루안 웨라이(사진 왼쪽 네번째) 중국 국적 큐레이터가 광주비엔날레 중국 파빌리온 전시 철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파빌리온 전시팀은 3일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시 철수를 공식 선언했다. 루안 웨라이 중국관 전시 기획팀 큐레이터는 "광주비엔날레 주최 측이 중국 대만 지역의 전시 참가와 관련해 잘못된 명칭을 사용했다"며 "정치적 요소가 예술 영역에 개입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측은 "강력한 항의"를 위해 철수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견은 별도 질의응답 없이 약 3분 만에 끝났다.
중국 측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미 작품 설치를 중단한 상태였다. 해외 미술전문지 '더 아트 뉴스페이퍼'에 따르면 하정웅미술관에 마련될 중국 파빌리온에는 중국미술학원을 중심으로 한 기관들이 참여해 18명의 작가·콜렉티브를 소개할 예정이었다. 중국-유럽 화물철도와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교류의 역사를 다룰 계획이었지만, 이번 철수 결정으로 전시는 열리지 않게 됐다.
갈등의 출발점은 중국이 아니라 대만이었다. 국립대만미술관(NTMoFA)과 대만 문화부는 광주비엔날레 참가 과정에서 줄곧 'Taiwan Pavilion'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협의했으나, 재단이 지난 6월부터 공식 홍보물에서 이를 'NTMoFA Pavilion'으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대만 측은 전시 제안이 'Taiwan Pavilion'이라는 이름으로 승인됐고 이후 전시장과 전시 준비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이름을 사용했다며 일방적 변경이라고 반발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대만 파빌리온(Taiwan Pavilion)’ 홍보물(왼쪽)과 파빌리온 공식 홈페이지 참가자 명단. 명칭 논란 끝에 재단은 ‘Taiwan Pavilion’ 사용을 승인했고, 홈페이지에도 ‘Taiwan’으로 표기됐다. 대만 문화부
원본보기 아이콘반면 광주비엔날레재단은 국립대만미술관이 국가가 아닌 '기관' 자격으로 파빌리온 프로젝트에 참가했기 때문에 기관명을 공식 표기로 사용한 것이라며 정치적 검열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재단은 파빌리온을 국가관과 기관관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전시 내용이나 작품·큐레이팅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양측의 설명은 계약 및 협의 과정에 대한 해석에서 엇갈렸다.
대만 측 작가와 큐레이터들은 지난달 15일 공동 성명을 내고 'Taiwan' 삭제를 '정치적 검열'이라고 비판했고, 대만 문화부도 명칭 복원을 요구했다. 논란은 한국과 대만뿐 아니라 해외 미술계로 확산했다. 더 아트 뉴스페이퍼와 아트리뷰, 유로뉴스 등은 이번 사안을 예술기관의 행정적 명칭 결정과 대만 참여자들의 자기 정체성·표현 문제 사이의 충돌로 집중 보도했다.
결국 재단은 지난달 25일 대만 문화부가 국립대만미술관이 대만을 대표해 참가한다는 내용의 공식 문서를 보내오자 'Taiwan Pavilion' 명칭을 승인했다. 대만 문화부는 이를 환영하며 "Taiwan" 명칭을 되찾았다고 발표했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 마련된 대만관 설치 작업도 다시 진행됐다.
그러자 중국 측이 움직였다.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달 27일 민형배 전남광주시장을 만나 '대만관' 명칭 승인에 유감과 우려를 전달했고, 다음 날 중국 파빌리온 설치 인력이 작업을 중단했다. 중국과 대만의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참가가 같은 시기에 겹치면서 전시 명칭을 둘러싼 충돌이 직접 표면화한 셈이다.
주한중국대사관도 3일 대변인 담화문을 내고 수위를 높였다. 대사관은 '대만관'이라는 명칭을 허용한 것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어긋나며 한중 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내 일부 정치인과 단체가 대만 문제에서 중국의 '레드라인'을 건드리고 있다며 명칭 사용 철회를 요구했다.
3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하정웅미술관에서 광주비엔날레 중국 파빌리온 작품 설치가 멈춰 있다. 중국 전시팀은 이날 광주비엔날레에서 철수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한국 정부는 이번 명칭 결정과 정부의 대만 정책을 분리했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만관 명칭은 "문화예술 분야 민간에서 자체 판단하에 결정한 것"이라며 정부 입장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동시에 대만과 관련한 정부의 기본 입장, 즉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남광주시도 앞서 파빌리온 준비 과정에서 참여 기관 간 소통이 충분하지 못했다며 사과하고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는 '대만 파빌리온'이라는 표현이 예술 영역에서 참여자들에게 맡겨진 명칭일 뿐 광주시나 비엔날레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광주비엔날레재단 역시 2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명칭 사용 및 공식 홍보물 표기를 둘러싼 행정적·협약적 이견"이 있었다며 운영 과정의 혼란을 사과하고 중국관의 참여가 다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관은 하루 뒤 최종 철수를 선택했다. 파장은 비엔날레 밖으로도 이어졌다. 중국 광저우시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대표단은 6~7일 예정됐던 전남광주 방문을 취소했다. 광주시장 예방과 시의회 교류, 광주비엔날레 관람 등이 예정돼 있었다. 중국 저장성 저우산시도 여수세계섬박람회 홍보 공간 운영과 관련 행사 참석을 취소하겠다는 뜻을 전달해 조직위가 참여를 설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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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은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와는 별도로 운영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에서 발생했다. 파빌리온은 2018년 시작된 국제 문화예술기관 교류 프로그램으로, 광주비엔날레재단도 이를 국내외 기관과 예술가들이 별도 전시를 통해 교류하는 플랫폼으로 설명하고 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본전시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You Must Change Your Life)'는 예정대로 오는 5일 개막해 11월15일까지 72일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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