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준 삼척해랑영화제 조직위원장 인터뷰

2년째 이끌며 신인영화인 발굴 초점
안성기 회고전, 배창호 특별전 기획
“영화에서 받은 것 후배에 돌려줘야”

제3회 삼척해랑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은 신현준. HJ컬처

제3회 삼척해랑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은 신현준. HJ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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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의 아들'로 스크린에 선 지 36년. 배우 신현준(57)은 이제 자신이 출연할 작품만큼 후배 영화인이 설 무대를 고민한다. 신인 감독과 배우를 관객에게 소개하고, 한국영화를 일군 선배들의 작품을 다시 스크린에 거는 일이다. 지난해에 이어 삼척해랑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현준은 4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30년이 넘도록 배우로 살아오면서 영화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받았다"며 "이제는 제가 받은 것을 영화와 후배들에게 조금씩 돌려줘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4~5일 강원 삼척시 일원에서 열리는 제3회 삼척해랑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영화제 자문과 홍보, 영화인 네트워크 확대 등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신현준은 1990년 영화 '장군의 아들'로 데뷔했다. '은행나무 침대'(1996) '퇴마록'(1998) '비천무'(2000) '가문의 영광'(2002) '맨발의 기봉이'(2006) 등 장르를 오가며 30년 넘게 배우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대학에서 후배 연기자들을 가르친다. 배우와 교육자, 영화제 조직위원장이라는 세 역할의 뿌리는 결국 영화라고 했다.

"배우를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영화제 일을 하는 것이 겉으로 보면 전혀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결국에는 다 영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좋은 배우와 좋은 감독이 계속 나와야 한국영화가 이어질 수 있고, 그들이 관객과 만날 공간도 필요하죠."


조직위원장을 맡으면서 바라보는 범위도 넓어졌다. 그는 "배우는 주어진 작품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는 사람이라면 조직위원장은 영화제 전체를 바라봐야 한다"며 "어떤 영화를 관객에게 보여줄지, 어떤 감독과 배우에게 기회를 줄지, 영화와 지역이 어떻게 만날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특히 관심을 두는 것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영화인들이다. 대규모 상업영화가 아니면 관객을 직접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 영화제가 새로운 감독과 배우를 발견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신현준은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작품 이야기를 하고, 관객의 반응을 직접 듣는 순간이 다음 작품을 만들 힘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제3회 삼척해랑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은 신현준. HJ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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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영화제에서는 장편영화 15편과 단편 공모작 20편을 선보인다. 개막작은 정지영 감독의 '내 이름은'이다. 7개 작품에는 감독과 배우가 참여하는 GV를 마련했다. 영화제는 이사부독도기념관과 가람영화관 등에서 열린다. 개막식은 배우 고원희가 진행하며 박상원, 정보석, 정준호, 김보연 등 영화계 인사들도 삼척을 찾는다.


새 얼굴을 찾는 동시에 한국영화가 지나온 시간도 돌아본다. 올해는 고(故) 안성기 회고전과 배창호 감독 특별전을 마련했다. 배창호 특별전에서는 '고래사냥'(1984)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꿈'(1990) '흑수선'(2001) '배창호의 클로즈업'(2025) 등 5편을 상영한다. '꿈' 상영 뒤에는 배 감독과 배우 정보석이 관객을 만나고, '배창호의 클로즈업' 뒤에는 공동 연출자인 박장춘 감독과 배 감독이 GV에 나선다.


신현준은 신인에게 기회를 주는 것만큼 선배 영화인의 작품을 다시 관객에게 보여주는 일도 영화제의 역할이라고 봤다.


그는 "모두가 존경하는 안성기 선배님의 특별전을 마련하면서 관객들이 선배님의 영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 우리에게 남긴 수많은 작품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안성기는 배우라는 의미를 넘어 한국영화의 한 시대를 상징하는 분"이라며 "젊은 관객들이 선배님의 영화를 극장에서 다시 보고, 그 영화가 만들어졌던 시대와 영화인들의 마음을 함께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했다.


지역 영화제를 둘러싼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영화 관람의 중심이 극장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옮겨가고 작은 영화제들은 예산과 관객 확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는 "큰 영화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작은 지역 영화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영화제가 똑같아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올해 삼척해랑영화제의 주제는 '푸른 바다의 신화 & 역사'다. 삼척의 바다와 자연을 영화제 공간으로 활용하고 가족 단위 관객도 쉽게 찾을 수 있는 '피크닉형 영화제'를 지향한다.


신현준은 "지역 영화제에 가면 영화만 보고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를 함께 경험하게 된다"며 "바다를 보고 길을 걷고 그 지역 사람들과 만난다. 그런 기억까지 영화와 함께 남는 것이 지역 영화제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제가 도시와 떨어져 있는 행사가 아니라 도시 자체가 영화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가 바라는 영화제의 기준은 규모나 유명세가 아니다. 신현준은 '가까운 영화제'라는 표현을 꺼냈다. 그는 "관객과 영화인이 가까이 만나는 영화제였으면 한다"며 "가족이 아이 손을 잡고 와서 영화를 보고, 감독과 배우에게 직접 질문하고, 처음 보는 감독의 영화를 발견하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3회 삼척해랑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은 신현준. HJ컬처

제3회 삼척해랑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은 신현준. HJ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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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영화인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로 영화제의 성공을 판단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신현준은 "여기에서 처음 본 배우가 몇 년 뒤 좋은 배우로 성장하고, 처음 만난 감독이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찾아온다면 그게 더 기쁜 일"이라며 "'삼척에서 저 감독의 첫 영화를 봤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현준은 "영화제의 주인공은 관객이다. 영화인끼리 만나고 사진 찍는 행사가 아니라 관객이 새로운 영화를 발견하고, 영화인은 관객을 직접 만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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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앞으로도 영화를 떠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출연하는 방식일 수도 있고, 후배들을 가르치는 방식일 수도 있고, 이렇게 영화를 만날 자리를 만드는 방식일 수도 있겠죠. 영화가 30년 넘게 저를 배우로 만들어줬으니, 이제는 제가 영화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작은 역할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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