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작 'Work' 북미 미술관 이사회 멤버가 매입…첫날 게니 17억원대 기록 넘어서
프리즈 참가 국내 갤러리 지난해 31곳→올해 57곳
국내 7곳 첫날 공개 판매액만 최소 51억원
로팍·글래드스톤 이틀째 판매 지속…해외 기관 컬렉터 140곳 이상 서울 찾아

프리즈 서울 5년차, 개막 이틀째 최고가의 주인공이 바뀌었다. 전날까지 해외 블루칩 작가 아드리안 게니가 차지했던 자리를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유영국이 넘겨받았다. 작품을 사들인 사람도 국내 컬렉터가 아닌 북미 미술관 이사회 멤버였다. 프리즈 서울에서 공개된 올해 판매작 가운데 한국 작가가 최고가에 오른 것이다.

유영국 1971년작 ‘Work’(137x137cm). 프리즈 서울에서 3일 최소 22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국제갤러리

유영국 1971년작 ‘Work’(137x137cm). 프리즈 서울에서 3일 최소 22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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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국제갤러리에 따르면 프리즈 서울에 출품한 유영국의 1971년작 'Work'가 22억~25억원에 판매됐다. 현재까지 공개된 프리즈 서울 2026 판매작 가운데 최고가다. 구매자는 한국을 방문한 북미 지역 미술관 이사회 멤버로 알려졌다. 전날 최고가였던 타데우스 로팍의 아드리안 게니 회화 'Figure with Funerary Stele'가 110만유로(약 17억원대)에 판매된 지 하루 만에 기록이 바뀌었다.


해외 개인 컬렉터가 아니라 미술관 운영에 관여하는 기관 관계자가 구매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최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유영국 탄생 110주년 기념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국제 미술계에서 한국 근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실제 구매로 연결됐다. 국제갤러리는 키아프에서도 유영국의 1979년작 'Work'를 6억~7억2000만원에 판매했다.

올해 프리즈에서는 한국 갤러리의 숫자도 크게 늘었다. 프리즈 서울에 참여한 국내 갤러리는 지난해 31곳에서 올해 57곳으로 증가했다. 2022년 첫 행사 당시 12곳과 비교하면 5년 사이 참여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올해 전체 참가 갤러리 133곳 가운데 40%가 넘는다. 갤러리현대와 국제갤러리, 가나아트, 학고재, PKM갤러리, 조현화랑 등 국내 주요 화랑들이 프리즈 안에서 해외 대형 갤러리들과 나란히 컬렉터를 맞고 있다.


실적도 뒤따랐다. 프리즈에 참가한 국내 갤러리 7곳이 공개한 첫날 판매액만 최소 51억원을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처럼 한 작품이 60억원을 넘기는 초고가 거래는 없었지만 김창열과 박서보, 이배, 이승택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수천만원에서 10억원대까지 여러 가격대에서 거래됐다.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 2026'을 찾은 관람객이 미술품을 감상하고 있다. 올해로 5회째인 프리즈 서울은 30개 국가·지역에서 133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가고시안, 하우저 앤 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페이스, 화이트 큐브, 리만머핀, 타데우스 로팍 등 세계 주요 갤러리와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가나아트, 학고재, 조현화랑 등이 부스를 마련했다. 2026.9.2 강진형 기자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 2026'을 찾은 관람객이 미술품을 감상하고 있다. 올해로 5회째인 프리즈 서울은 30개 국가·지역에서 133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가고시안, 하우저 앤 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페이스, 화이트 큐브, 리만머핀, 타데우스 로팍 등 세계 주요 갤러리와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가나아트, 학고재, 조현화랑 등이 부스를 마련했다. 2026.9.2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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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에서는 김창열 작품이 110만달러에 판매됐고, 화이트큐브가 내놓은 박서보의 '묘법' 연작은 30만달러에 주인을 찾았다. 조현화랑도 이배의 청동 조각 7점을 각각 약 5000만원에서 2억원에 판매했다. 키아프에서도 국제갤러리의 유영국과 장-미셸 오토니엘 작품을 비롯해 수억원대 거래가 이어졌고, 수천만원대 젊은 작가 작품들도 구매자를 만났다.


개막 이틀째에도 판매는 이어졌다. 타데우스 로팍은 토니 크랙의 대형 목조 조각 'Ivy'를 36만유로에 판매했고 알렉스 카츠의 'Nine Women 2'와 'Eleanore'도 각각 15만달러에 거래됐다.


글래드스톤에서는 우고 론디노네의 2026년작 회화 여러 점이 각각 7만달러에 팔렸고, 키스 해링의 1982년 종이 작업들도 점당 20만~27만5000달러에 판매됐다. 개막 첫날에는 해링의 종이 작품 10점이 한 해외 컬렉터에게 총 250만달러에 한꺼번에 판매돼 화제가 됐다.


구매자의 국적도 다양했다. 타데우스 로팍 측은 첫날부터 한국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중국, 홍콩 등 아시아권과 유럽·미국 컬렉터에게 작품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올해 프리즈 참가 갤러리의 70% 이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왼쪽)가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 연합뉴스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왼쪽)가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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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술관과 기관 관계자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올해 140개가 넘는 미술관과 기관 관계자들이 프리즈 서울을 찾았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 컬렉터와 기관 관계자의 방문을 서울 시장의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했다. 이번 주 프리즈와 맞물려 서울 전역에서 열리는 전시도 130개가 넘는다.


폭스 CEO는 지난 5년의 성과로 서울이 아시아와 세계 미술계를 연결하는 접점으로 자리 잡은 점을 꼽았다. 그는 "프리즈 서울의 영향은 단순히 아트페어를 넘어 서울 전역으로 퍼져나간다"며 해외 갤러리와 컬렉터뿐 아니라 미술관과 문화기관까지 참여하는 미술 생태계의 확장을 강조했다.


프리즈 측은 서울 시장의 회복 여부를 한두 건의 최고가 거래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폭스 CEO는 프리즈 내부 거래 데이터를 근거로 "올해 시장은 분명히 더 강해졌다"고 평가하면서도 다양한 가격대의 갤러리가 각자 맞는 컬렉터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두 페어의 개최 장소는 나뉜다. 코엑스 리모델링으로 프리즈 서울은 2027~2028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옮기고 키아프는 코엑스에 남는다. 프리즈와 키아프의 협력 계약은 2031년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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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서울은 5일까지, 키아프 서울은 6일까지 열린다. 올해 프리즈 서울에는 30개 국가·지역 133개 갤러리, 키아프 서울에는 18개국 175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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