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통폐합 후폭풍
주택도시기금 내 별도 계정
기존 교차보전 방식과 비슷
활황 전제, 구조개혁 의미 퇴색
임대주택 등 주거복지 예산↑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개발사업과 주거복지를 맡는 회사로 쪼개는 방안을 내놨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 회사 분리 이후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주택도시기금 내 별도 계정이 기존의 교차보전 방식과 별반 달라질 게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LH는 택지 매각으로 마련한 재원을 임대주택 운영에 활용하는 교차보전 구조를 갖췄는데, 앞으로는 이를 외부에 둔다는 것 외에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또 개발사업으로 인한 수익구조가 불안할 경우 기금 적립이 어려울 수 있다. 정부는 어떤 경우라도 주거복지사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3일 발표한 LH 기능개혁 추진방안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은 주택도시기금 내 별도 계정 신설이다. 택지개발·주택건설 사업을 하는 주택도시개발공사(가칭·이하 동일)와 주거복지·토지비축을 담당하는 주택도시자산공사로 분사하는 방안을 잠정 결정하면서 양사 간 자금이 오갈 수 있는 통로를 구축하는 것이다. 별도 계정은 개발공사가 개발사업으로 번 수익 가운데 일부를 적립하는 역할을 한다. 자산공사는 이를 재원으로 삼아 주거복지 사업에 쓰는 구조다.

"개발이익에 기댄 주거복지로는 한계"…분사 앞둔 LH에 재정 투입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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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적립 비율이나 출연·출융자 규모를 공개하진 않았다. 다만 개발이익을 주거복지 사업에 쓰는 기존의 교차보전 방식과 결과적으로는 자금 흐름이 비슷한 양상을 띤다. 백두진 서울시 부동산금융분석팀장은 "교차보전을 한 회사에서 하느냐, 두 회사에서 하느냐 정도의 차이"라며 "주거복지를 수십 년간 부동산시장 활황을 전제로 한 개발이익 교차보전이나 청약저축, 국민주택채권에 의존하는데, 이를 전환하지 않는 구조개혁은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택도시기금은 부채를 포함한 자산이 200조원이 넘는 규모로 특정한 사업목적을 갖는 기금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 기금으로 꼽힌다. 현재는 공공주택 임대·분양 등에 쓰는 주택계정, 도시재생 등에 활용하는 도시계정으로 구성돼 있다. 기금의 목적이나 용처가 분명한 만큼 기금을 활용하는 게 적절한 방안이라는 견해도 있다.

LH개혁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임재만 세종대 교수(현 국토연구원장)는 "기존 기금은 재원 조성 원천과 용도가 정해져 있다"면서 "기존 내부 교차보조를 외부로 드러나게 해서 개발 이익을 자산 쪽에서 전적으로 사용하게 하려는 조치이므로 별도계정으로 분리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 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왼쪽부터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이 참석했다. 2026.9.3 조용준 기자

한성숙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 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왼쪽부터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이 참석했다. 2026.9.3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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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임대주택 등 주거복지에 쓰일 예산이 꾸준히 불어나는 상황에서 개발사업으로 인한 수익구조가 안정적이지 못한 걸 어떻게 보완할지다. 지난해 공사 설립 후 처음으로 손실을 낸 것도 정부의 공공택지 매각 불가 방침 영향이 컸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택지 외에도 산업단지나 단독주택, 상업용지 등 다양한 토지가 있고 매각이 가능해 당장 수익구조가 완전히 끊기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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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원장은 "택지매각을 원천적으로 하지 못하는 건 아니고 (개발공사가) 민간참여사업으로 직접 시행한 후 주택을 분양하는 방식이라 택지 조성 후 주택건설 기간 택지매각이 지연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곧 발표할 LH 개혁방안에서 재정 투입방안을 담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LH가 (공공택지 매각 대신) 직접 분양에 따른 이익이 늘어날 수도 있어 현재로선 개발이익이 단순히 줄어든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면서 "개발이익이 감소해 재원이 줄어들 경우 주택도시기금이 아닌 정부 재정으로 충당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8월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LH 개혁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8월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LH 개혁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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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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