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면책 같은 보완책도
전력 확보·좋은 데이터 등 여건 갖춰야

"미·중 간의 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두각을 나타내 치고 나가려면 국가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데 규제부터 먼저 설치해두고 뛴다는 건 마라톤 경주에서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는 것과 비슷하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최초로 시행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에 대해 규제 등을 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황 의원은 지난해 규제 부분을 3년 유예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발의, 현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AI기본법은 현재 과태료를 1년 유예한 상태다.

황 의원은 "AI기본법을 만들면서 벤치마킹했던 게 유럽연합(EU)이었는데, 올해 6월 유럽의회는 압도적 표차로 고위험 AI 규제를 2027년 12월까지 미뤘다"며 "우리가 벤치마킹한 선진국조차 규제에 관해서는 내년 말까지 다 미룬 상황인데, 우리가 시행을 먼저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를 전부 덜어내자는 얘기가 아니라, 고위험이 예상되는 규제 같은 경우엔 핀셋 규제로 하나하나만 적용해도 될 텐데 모두 다 일괄로 적용하면 산업계가 매우 힘들어진다"며 "규제를 유예한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뜻이 아니라, 기업이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을 성실하게 따랐다면 실수를 하더라도 책임을 면해주는 '세이프 하버(면책 제도)' 같은 보완책도 같이 마련해야 한다. 국가가 기업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의원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8.24 김현민 기자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의원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8.24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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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AI 3대 강국 비전과 관련해 황 의원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자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등을 승부수로 꼽았다. 지난해 그는 이재명 정부의 청사진을 그리는 국정기획위원회에 참가해 AI를 비롯해 과학기술·우주항공·방위산업 등을 담당하며 국정과제를 만들었다.

AI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산업공학 같은 것으로 시스템을 굴려보고 공장을 운영해본 경험 같은 것에서 우리가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며 "요소요소 기술에서는 우리가 부족하지만 다 모아서 조합해서 운영하는 능력이 있다"고 평했다. 피지컬 AI에 대해서도 "물성이 있는 AI로 자율주행, 드론, 로봇, 휴머노이드처럼 움직이는 모든 것에 AI라는 머리가 탑재될 것"이라며 "한국이 원래 자동차 강국·제조 강국이니 여기에 얹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다만 관련 규제 증가에 대해서는 우려가 크다. 황 의원은 "피지컬 AI는 소프트웨어 세계에서 물리적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라 문제가 훨씬 커진다"며 "로봇 하나만 투입해도 산업안전·도로교통·개인정보 등 어마어마한 규제가 걸리고, 사고 등이 나면 책임 소재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전면 도입 전에 규제가 없는 작은 공간(규제 샌드박스)에서 충분히 실증·테스트를 거친 뒤 사람이 있는 공간으로 꺼내놓자는 제 생각"이라며 "각 부처가 다 걸려 있는 문제라 규제 샌드박스는 합의가 필요한데, 그걸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관련법안은 지난 6월 '피지컬 인공지능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업계, 학계 등과 만났을 때 가장 많이 듣는 요구는 무엇인가.

▲놀랄 만큼 일치한다. AI 시대에 맞게 규제를 혁신해달라, 산업 진흥 지원을 전폭적으로 해달라는 두 가지다. 특히 기업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건 하나의 큰 규제가 아니라 '거미줄식 규제'다. AIDC 특별법 이전에는 데이터센터 하나 지으려 해도 인허가가 부처와 지자체에 흩어져 있어 어디서 막힐지 몰랐다. 그래서 특별법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심의 통합 인허가 창구, 일정 기간 안에 결론이 안 나면 자동 승인되는 타임아웃제, 비수도권 일정 규모 이하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서버 시설에 주차장·미술작품 설치를 요구하던 상업시설 기준 철폐 등을 담았다.


-대한민국이 잘할 수 있는 AI 분야를 도메인 특화라고 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카카오를 예로 들면, 카카오는 AI 요소 기술을 직접 다 개발한 회사가 아니다. 그런데도 서비스로 사람들에게 가닿아 돈을 받고 판다. 대한민국은 그런 서비스 특화에 강한 나라다. 저는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이라 파운데이션 기술에 지속적·안정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동시에 실제 가치는 의료 AI, 국방 AI처럼 각 도메인에 특화된 곳에서 나올 거라고 본다. 그래서 각 분야 전문가가 AI를 잘 활용하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전력과 데이터를 강조해왔다. 데이터 확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좋은 모델은 좋은 데이터에서 나오는데, 정작 질 좋은 데이터는 기업과 연구자들이 자산으로 여겨 내놓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국가 과제로 만들어진 연구데이터를 국가가 표준화해 관리하고 무상으로 제공하는 국가연구데이터법을 냈다. 민감 데이터 제공을 두고 시민사회의 반발이 컸지만, 민감 데이터는 별도 절차를 거치게 하고, 국가 자산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데이터만 기업에 제출을 요구하는 식으로 보완책을 여러 겹 만들어 난항 끝에 통과시켰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의원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8.24 김현민 기자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의원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8.24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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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도 숙제다. AIDC법에서 LNG가 빠진 것에 여전히 아쉬움이 있나.

▲당장 다시 넣기는 어렵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금도 잉여 전력을 돌리면 된다고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우리나라는 송전망 문제도 크다. 동네마다 송전탑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매우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재생에너지가 1순위라는 방향성 자체는 맞지만, LNG라는 징검다리 없이 다른 나라 빅테크 공장을 유치하기는 어렵다.


-전력 문제를 유독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I를 브레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브레인을 감당하려면 결국 전력이 문제라고 봤다. 제가 지역구로 있는 대전만 해도 전력 자체 수급률이 3%밖에 안 된다. 서울·경기 등 대도시는 지금 쓰는 전력도 감당을 못해 AIDC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니 비수도권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전력을 가용할 방법까지 포함한 계획서가 필요하다. 2024년 6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3선 의원이던 시절 저한테 "AI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으신 적이 있는데, 그때 제가 "AI는 전력의 문제"라고 말씀드렸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피지컬 AI 도입과 관련해 노동계 반발은 없나.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로봇(아틀라스) 도입에 반대해 이미 파업에 들어갔다. 산업혁명 때도 그랬듯 효율을 높이는 변화에는 노동자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는 필연적이라고 본다. 다만 이 갈등을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AI 인재는 어떻게 키워야 하나.

▲AI 이전에는 컴퓨터공학이 압도적 1위였는데, 지금은 24명 모집에 2명이 지원할 정도로 미달이다. 신규 개발자를 잘 안 뽑기 때문이다. 나는 물리학 전공자로서 항상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대한민국은 요소 기술보다 말단 서비스, 도메인 특화 AI에 강점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기초과학에는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고, 동시에 각 도메인 전문가도 더 많이 필요하다는 두 가지 생각을 갖고 있다.


-AI로 인해 신입 채용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로 보이는데.

▲변리사·회계사 같은 전문직도 요즘은 신입을 잘 안 뽑는다. 신입이 하던 일을 AI가 더 잘하기 때문이다. 대신 어느 정도 경력이 있고 사람의 판단이 개입돼야 하는 업무를 할 수 있는 중견급을 원한다. 그러면 결국 지금 막 전문성을 쌓기 시작하는 주니어 세대는 언제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가 또 다른 숙제로 남는다. 산업혁명 같은 큰 전환기에는 늘 있었던 문제이지만, 우리 세대의 교육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과도기라고 본다.


-연구자 처우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해왔다.

▲최근 본회의에 통과한 법안 가운데 하나가 4대 과학기술원과 출연연구기관 연구자가 본인이 개발한 기술로 창업한 회사에서 자문료를 받거나 직을 맡을 수 있도록 한 법이다. 그동안은 이게 제도적으로 막혀 있어서 '바지사장'을 세우는 편법이 쓰이기도 했다. 연구자의 기술이 창업으로 이어지는 게 가장 빠른 길인 만큼, 이런 '딥테크 창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과학기술 R&D 예산이 올해 35조5000억원으로 국가 총예산의 20분의 1을 쓰는데, 300명 국회의원 중 깊이 들여다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향후 2~3년이 대한민국에 매우 중요한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기피 상임위가 됐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맞다. 이번에 국민의힘이 과방위에 7명을 할당했는데 6명밖에 못 채웠다. 그만큼 일이 많은 상임위라는 뜻이다. 과학기술 R&D 예산이 올해 35조5000억원으로 국가 총예산 약 700조원의 20분의 1을 쓰는데, 이걸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의원은 많지 않다. 방송·통신 이슈에는 다들 관심이 많은데, 정작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과학기술 법안 논의에는 관심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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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방위를 과학기술과 방송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성적으로는 맞는 얘기다. 다만 현실적으로 과학기술 입법이 워낙 많고 중요한 일인데, 이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의원 자체가 적다는 게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본다. 상임위를 나누는 것보다, 국회 전체가 과학기술 예산 규모에 걸맞은 관심을 갖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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