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고용 거북이걸음…이 속도면 '반반'까지 100년[2026 양성평등지수]
⑥대기업·금융사 여성 고용 현황 살펴보니
100대 기업 정규직 여성 21.9%…5년간 고작 1.4%P↑
CJ프레시웨이 69.6% vs KG모빌리티 2.4%…10% 밑도는 기업도 32곳
100대 기업 '여성 정규직화율' 남성의 94.4%…금융권은 여성이 앞서
37개 금융사의 정규직 여성 비율은 평균 49.3%로 절반에 바짝 다가섰다. 반면 100대 기업은 21.9%로 최근 5년간 1.4%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 속도를 단순 대입하면 대기업에서 여성 비율이 50%에 이르기까지 약 100년이 걸린다. 같은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두 세계에서 여성 고용의 시계는 전혀 다른 속도로 흐르고 있다.
올해 아시아양성평등지수 조사 결과 100대 기업의 지난해 정규직 여성 비율은 평균 21.9%였다. 5년 전 20%대 초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조사 대상 100대 기업과 37개 금융사에 소속된 직원은 모두 약 1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여성 고용의 풍경은 업종과 기업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정규직 여성 비율을 업종별로 계산하면 도·소매업은 평균 36.1%, 정보통신업은 32.8%였다. 운수·창고업도 27.9%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조사 대상의 60%를 차지하는 제조업은 17.7%, 건설업은 12.1%에 그쳤다. 대기업 여성 고용의 전체 평균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데엔 업종별 인력구조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CJ프레시웨이 69.6% vs KG모빌리티 2.4%
기업별 격차는 더 컸다. 지난해 정규직 중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CJ프레시웨이로 69.6%였다. 롯데쇼핑이 66.1%, 오뚜기 64.4%, CJ ENM 62.8%, 아모레퍼시픽 62.5%로 뒤를 이었다. 상위 5개 기업에서는 이미 여성 직원이 남성보다 많았다.
이마트는 57.6%, 아시아나항공 57.3%, 농심 55.6%, LG생활건강 52.2%, 호텔신라는 50.5%로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유통·식품·콘텐츠·서비스 기업이 상위권을 대부분 차지했다.
반대로 KG모빌리티의 정규직 여성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CJ프레시웨이와 비교하면 약 29배 차이다. 대한유화(3.3%), 현대제철(3.5%), 현대위아(4%), 삼성중공업(4.3%), 금호타이어(4.65%), 동국제강(4.76%), HD현대중공업(4.8%)도 정규직 여성 비율이 5%를 밑돌았다.
여성 비율이 10%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은 지난해 기준 32곳에 달했다. 5년 전 34곳과 비교하면 감소했지만 여전히 조사 대상 100곳의 약 3분의 1이다. 여성 비율이 50%를 넘는 기업(10곳)과 5%에도 못 미치는 기업(8곳)이 같은 100대 기업 안에 공존하고 있다는 건 같은 대기업이라도 여성에겐 전혀 다른 두 개의 취업 시장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KT 5년 새 7.8%P 상승…24곳은 오히려 후퇴
5년간의 변화에서도 기업별 차이는 뚜렷했다. 여성 정규직 비율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KT였다. 2021년 18.7%에서 지난해 26.5%로 7.8%포인트 상승했다. 뒤이어 GS글로벌(6.9%포인트), 네이버(6.2%포인트), 코오롱글로벌·SK가스(각각 5.9%포인트) 등의 순으로 상승폭이 컸다.
반면 24개 기업은 5년 전보다 여성 정규직 비율이 오히려 낮아졌다.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현대코퍼레이션은 24.9%에서 18.7%로 6.2%포인트 감소했다. 이마트는 3.9%포인트, GS리테일 3.8%포인트, 코웨이 3.7%포인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3.7%포인트가량 줄었다.
전체 평균이 1.4%포인트 높아졌다는 숫자만 보면 완만한 개선으로 읽힐 수 있지만 내부를 뜯어보면 고용을 빠르게 늘린 회사와 오히려 후퇴한 회사가 동시에 존재한다. 여성 고용 확대가 대기업 전체에서 일률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올해 새로 잰 '고용의 질'…여성 정규직화율, 남성의 94%
올해 지수 산출을 위해 새로 도입한 지표는 이 격차의 결을 한 겹 더 들여다본다. ‘여성 근로자 중 정규직 비중을 남성 근로자 중 정규직 비중으로 나눈 비율(여성 정규직화율)’은 고용 안정성의 성별 격차를 재는 잣대다. 이 값이 100%면 여성이 남성과 같은 수준으로 정규직 고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100대 기업 평균은 94.4%로 5년 전(92.7%)보다 1.7%포인트 개선됐다. 여성 비율 자체는 5명 중 1명에 그치지만 일단 고용된 여성의 정규직 안정성은 남성의 94% 수준까지 따라왔다는 의미다. 여성의 정규직화율이 남성보다 오히려 높은 기업도 35곳에 달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순위표가 여성 비율과 정반대로 뒤집힌다는 점이다. 이 지표 1위는 방산·소재기업 풍산(132.5%)이었고 팬오션(109.9%), 대한유화(109.5%), 삼성E&A(109.4%), 현대자동차(108.9%)가 뒤를 이었다. 여성 비율이 3~11%대에 그치는 남초 기업들이다. 채용의 문은 좁지만 일단 들어온 소수의 여성은 대부분 정규직으로 일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최하위권은 현대건설(51.5%), DL이앤씨(54.3%), 코오롱글로벌(55%), IPARK현대산업개발(61.2%) 등 건설사가 많았다. 건설업은 여성 비율(12.1%)이 낮은 데다 그마저 비정규직 비중이 높아 고용의 양과 질 모두에서 불리한 '이중 격차'가 확인된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지표가 평균 107%로 100%를 넘었다. 37곳 중 22곳에서 여성의 정규직화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메리츠증권은 223.2%로 압도적 1위였는데, 고용 부문에서 금융권 최고점(25.25점)을 받은 배경이 여기에 있다. 다만 이 수치는 여성이 우대받는다는 뜻이라기보다 성과급 기반 계약직이 많은 증권업 남성 인력 구조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더 정확하다. 하위권은 메리츠화재(76.9%), 비씨카드(77.5%), 롯데카드(78.2%), 현대카드(79.1%) 등 보험·카드사에 몰렸다.
다만 5년 추세에는 경고등도 있다. 100대 기업 중 38곳은 이 비율이 5년 전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현대코퍼레이션(-24.4%포인트), HL만도(-20.6%포인트)의 낙폭이 특히 컸다. 여성 정규직 '비율'을 늘리는 일과 여성 고용의 '안정성'을 지키는 일은 별개의 과제라는 뜻으로 올해 지수가 두 지표를 나란히 배점한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권 정규직 여성 비율 49.3%…이미 '반반'에 가깝다
37개 금융사의 정규직 여성 비율은 평균 49.3%로 절반에 육박했다. 5년 전 평균 47.2%보다 2.1%포인트 상승했다. 100대 기업 평균 21.9%와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하나은행은 여성 정규직 비율이 64.6%로 금융권에서 가장 높았다. 뒤이어 KB국민은행(58.1%), 하나증권(56.5%), 우리은행(56%), DB손해보험(55.4%) 등의 순이었다. 키움증권·iM뱅크·광주은행·부산은행·메리츠화재도 여성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여성 정규직 비율이 가장 낮은 비씨카드도 30.7%로 100대 기업 평균보다 높았다. 삼성카드는 36.6%, 카카오뱅크 41.7%, 케이뱅크는 41.8%였다. 금융권에서는 여성 인력의 절대적인 부족보다 어떤 직급과 직무에 배치되고 어느 단계까지 올라가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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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변화폭에서는 케이뱅크가 가장 컸다. 2021년 34.2%에서 지난해 41.8%로 7.6%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하나증권은 6.6%포인트, 메리츠증권 5.5%포인트, KB국민은행은 5%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키움증권은 6.7%포인트 감소했고 우리카드도 6.3%포인트 낮아졌다. 금융사 37곳 중 7곳은 5년 전보다 여성 비율이 감소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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