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휴·유연근무 공시 2년차…남성 육휴 '한 자릿수 기업' 60→33곳[2026 양성평등지수]
④육아휴직·유연근무 사용 실태 보니
100대 기업 전체 육휴 29%…남성 육휴 중앙값 8.5%→12%
남성 육휴, 롯데쇼핑 70%로 최고…금융권은 9%에 그쳐
유연근무 60.1%로 상승…5곳은 이용률 0%
남성 육아휴직이 일부 선도기업의 복지제도에서 대기업 전반의 일상적인 제도로 확산하고 있다. 100대 기업 중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한 자릿수에 머문 곳은 1년 새 60곳에서 33곳으로 줄었다. 반면 10%대 기업은 26곳에서 50곳으로 2배가량 늘었다. 공시 의무화 2년차를 맞으면서 기업별 제도 활용 수준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올해 아시아양성평등지수 조사 결과 100대 기업의 전체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4년 평균 26.5%에서 지난해 29%로 2.5%포인트 상승했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역시 12.2%에서 14.6%로 2.4%포인트 올랐다. 2024년도 사업보고서부터 육아휴직·유연근무 활용 현황이 공시되면서 올해는 기업 간 변화까지 비교할 수 있게 됐다.
눈에 띄는 건 평균보다 분포의 변화다. 남성 육아휴직률 10% 미만 기업이 60곳에서 33곳으로 급감한 반면 10% 이상 20% 미만 기업은 26곳에서 50곳으로 늘었다. 100대 기업의 남성 육아휴직률 중앙값도 8.5%에서 12%로 올라 두 자릿수에 진입했다. 일부 선도 기업의 성적이 아니라 기업 전반의 저변이 함께 올라섰다는 의미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아예 0%인 기업도 올해 100대 기업에서는 E1·팬오션·동국제강 등 3곳으로 좁혀졌다. 육아휴직을 여성 직원의 제도로 인식하던 기업 문화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흐름을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쇼핑 남성 육휴 70%…롯데 계열사 줄줄이 상위권
상위권에서는 롯데 계열사의 강세가 뚜렷했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가장 높은 기업은 롯데쇼핑으로 70%였다. 뒤이어 롯데케미칼이(65%), 효성티앤씨(50%), 롯데칠성음료(46%), SK네트웍스(41%) 순이었다. 롯데웰푸드도 38.9%로 상위권에 들었다.
LG생활건강(37%)·LG유플러스(32%)·아모레퍼시픽(31%)이 30%를 웃돌았고 현대코퍼레이션·롯데렌탈·IPARK현대산업개발·풍산도 25%를 웃돌았다. 남성 대상자 4명 중 1명 이상이 육아휴직을 쓰는 기업이 1년 새 9곳에서 13곳으로 늘었다.
남성 육아휴직 확대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육아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되면 휴직과 복직, 승진 과정에서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남성의 제도 사용이 자연스러워질수록 출산·육아에 따른 직장 내 성별 비용 차이도 줄어들 여지가 있다. 아시아양성평등지수가 전체 육아휴직률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두는 이유다.
다만 기업 간 격차는 여전히 상당하다. 남성 육아휴직률이 30~70%에 달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100대 기업의 3분의 1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업종이나 조직 규모만으로 차이를 설명하기도 어렵다. 같은 그룹이나 유사 업종 안에서도 사용률이 크게 엇갈렸다.
유연근무 평균 60% 넘었지만…5곳은 이용률 '0'
육아휴직과 함께 공시 2년차를 맞은 유연근무제도 활용이 소폭 늘었다. 100대 기업의 시차출퇴근제·선택근무제·원격근무제 이용 현황을 합산한 유연근무 활용률은 2024년 평균 58.1%에서 지난해 60.1%로 약 2%포인트 높아졌다.
카카오는 196.5%, 네이버는 193.7%로 가장 높았다. 현대글로비스(183.8%), SK텔레콤(178.3%), 현대오토에버(173.3%), SK가스(170.5%), 삼성SDS(168.6%) 등도 높은 수준이었다. 유연근무 활용률은 시차출퇴근·선택근무·원격근무 이용 인원을 합산하기 때문에 한 직원이 둘 이상의 제도를 사용하면 중복 집계된다. 이에 따라 100%를 넘을 수 있으며 아시아양성평등지수에서는 100% 이상을 모두 만점으로 처리한다.
반대편에서는 S-Oil·LG씨엔에스·현대코퍼레이션·삼천리·대한유화 등 5곳의 유연근무 이용률이 0%로 집계됐다.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정도에서도 기업 간 차이가 여전히 큰 셈이다.
금융권 육휴 47.3%로 개선…7곳은 남성 사용률 '0'
금융권도 육아휴직과 유연근무 모두 개선됐다. 37개 금융사의 전체 육아휴직 사용률은 평균 41.3%에서 47.3%로 6%포인트 상승했다. 남성 육아휴직률은 6.2%에서 9%로 높아졌지만 100대 기업 평균 14.6%에는 못 미쳤다. iM뱅크·메리츠화재·전북은행·KB증권·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 등 7곳은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0%였다.
금융사 중 남성 사용률은 우리카드가 30%로 가장 높았다. 현대카드 21.7%, 롯데카드·케이뱅크가 각각 18%, 카카오뱅크 17.9%, 삼성카드 17% 순이었다. 전체 사용률만 놓고 보면 광주은행이 88.8%로 금융권 1위였지만 남성 사용률은 6%였다. 제도의 존재와 남녀의 실제 이용 정도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됐다.
금융권의 유연근무 활용률도 50.7%에서 53.2%로 높아졌다. 삼성화재가 153.3%, 메리츠증권이 146.1%로 높았고 KB국민카드·롯데카드·비씨카드도 100%를 넘었다.
공시가 육아휴직과 유연근무 이용 증가를 직접 이끌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공시 전에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던 '누가 실제로 제도를 쓰는가'를 기업별로 비교할 수 있게 됐다. 공시 첫해가 제도의 존재를 확인한 시기였다면 2년차인 올해는 실제 이용이 어느 기업에서 확산하고 어느 곳에서 정체됐는지를 가려내는 단계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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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보다 중요한 건 조직문화의 변화다. 박은정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유연근무제 등 육아친화적인 직장 문화가 일생활 균형 만족도를 높이는 주요 요인"이라며 "기업 대표나 경영진은 기업문화를 기업의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육아친화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통로로 인식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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