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금융권 성적 가른 핵심 요인은
우리은행 61.75점으로 137개사 통틀어 1위
삼성증권 8계단 뛴 2위…'고용'·'보상' 모두 강점
케이뱅크 17계단 하락…이사회 여성 부재 탓

편집자주숫자는 공개되는 순간 힘을 갖는다. 지난해부터 육아휴직 사용률이 공시되자 남성 사용률이 한 자릿수에 그치던 기업이 1년 새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올해 합계출산율이 7년 만에 0.9명대 진입을 바라보는 배경에도 이러한 일터의 변화가 있다. 올해 11년 차를 맞은 '아시아양성평등지수'는 137개 기업 데이터와 현장의 목소리를 분석해 우리 일터의 진전과 한계를 가려냈다. 투명한 데이터가 일터를 바꾸고 일터의 변화가 저출생의 해법이 된다. 아시아양성평등지수가 그 변화를 측정하는 자이자, 재촉하는 동력이 되고자 한다.
서울 중구 소공로 51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사. 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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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양성평등 순위의 얼굴이 바뀌었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3위에서 두 계단 올라 종합 1위를 차지했고 삼성증권은 8계단을 뛰어 2위에 올랐다. 지난해 금융권 전체 1위였던 하나카드는 8위로 밀렸다. 은행과 카드 중심이던 상위권에 증권사가 치고 올라오고 보험사도 약진하면서 업종 간 순위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올해 아시아양성평등지수에서 조사 대상 37개 금융사 중 우리은행이 총점 61.75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삼성증권이 61.5점으로 불과 0.25점 차이로 뒤를 이었다. 신한카드와 삼성화재는 각각 59.5점으로 공동 3위, 삼성생명이 59점으로 5위를 기록했다. 메리츠증권은 56점으로 6위였다. 100대 기업까지 포함한 전체 137개 조사 대상에서도 우리은행과 삼성증권은 나란히 1·2위에 올랐다.

우리은행은 특정 평가 항목에 치우치지 않은 고른 성적이 강점이었다. 고용 15.75점, 보상 16점, 육성 9점, 양립 15점, 기타 6점을 받았다. 육성 부문 9점은 삼성화재·삼성생명과 함께 금융권 공동 최고점이다. 미등기임원 중 여성 비율이 19.1%로 높아졌고 여성 사외이사 비율도 50%였다. 육아휴직과 유연근무를 평가한 양립 부문에서도 15점을 받았다. 지난해 3위에서 올해 1위로 올라선 배경이다.


여성이 오래 다니는 회사라는 점도 숫자로 확인된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여성 근속연수는 남성의 1.2배(122.8%)로 2023년부터 남성을 역전했다. 남성 대비 여성 연봉 비율도 5년 새 78.2%에서 83.6%로 올라 여성 평균연봉이 1억1200만원에 달했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15.8%)은 금융권 평균(9%)을 크게 웃돌아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유엔(UN) 여성역량강화원칙(WEPs)’ 공식 지지기관으로 여성인재 성장 기반 강화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에 힘쓰고 있다”며 “매년 그룹 여성리더 네트워킹 데이를 실시하고 여성 임직원 소통 프로그램과 강연을 여는 등 여성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와 비교해 상승세가 가팔랐다. 지난해 공동 10위에서 올해 2위로 8계단 뛰었다. 고용 부문에서 22.75점을 받아 금융권 최상위권에 올랐다. 여성을 얼마나 뽑는지뿐 아니라 뽑은 여성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고용하는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금융사 37곳 중 유일하게 여성 사내이사를 뒀던 점도 점수를 끌어올렸다.


보상 측면에서도 양성평등을 위한 노력의 흔적이 엿보였다. 삼성증권의 남성 대비 여성 연봉 비율은 2021년 65.2%에서 지난해 72.5%로 5년 연속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여성 근속연수도 남성의 87.4%에서 94.4%까지 따라붙었다. 지난해 여성 평균연봉은 약 1억3900만원으로 금융권 5위 안에 들었다. 고용의 질을 측정하는 평가 항목인 '여성 근로자 중 정규직 비중을 남성 근로자 중 정규직 비중으로 나눈 비율(여성 정규직화율)'의 경우 107.5%로 남성보다 오히려 높아 만점을 받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성별 동등급여 비율을 모니터링 함으로써 성별에 의한 보상 측면에서의 부당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점검하고 있다"며 "지난해엔 이사 전원을 특정 성별만으로 구성하지 않는다는 이사회 및 위원회와 관련된 정관을 정비하는 등 양성평등 정착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 평균 연봉 1억1200만원 '남성보다 오래 다녔다'…금융권 종합 1위 찍은 이곳[2026 양성평등지수] 원본보기 아이콘

업종별 성적 살펴보니…1위 대부분 바뀌어

업종별 선두도 대부분 바뀌었다. 은행권에서는 선두 우리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이 55.75점으로 2위(종합 7위), iM뱅크가 53.5점으로 3위(종합 10위)다. 신한은행(52.75점)과 하나은행(51.75점)이 그 뒤를 이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 61.5점으로 독주했다. 뒤이어 메리츠증권(56점), 신한투자증권(54점), NH투자증권(52.75점), 대신증권(51.5점) 순이다. 메리츠증권은 고용 부문에서 25.25점을 받아 금융사 전체 성적이 가장 좋았다. 정규직 중 여성 비중이 51.6%로 절반을 넘었고 최근 5년간 여성 비율도 5.5%포인트 상승했다. 대신증권은 종합 순위가 14계단 오르며 15위에 진입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삼성화재가 지난해보다 9계단 상승해 종합 3위이자 보험사 1위에 올랐다. 고용 18.75점, 육성 9점, 양립 13.75점 등 고른 점수를 받았다.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높고 미등기임원 중 여성 비율도 17% 수준이었다. 삼성생명은 59점으로 불과 0.5점 뒤진 보험사 2위이자 전체 5위를 차지했다.


카드업계 판도는 크게 흔들렸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종합 8위에서 올해 공동 3위로 5계단 상승하며 카드사 1위가 됐다. 고용 부문 20.75점에 이어 보상 부문에서는 18점으로 금융사 37곳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남성 대비 여성 연봉 비율도 92.3%로 금융권 최고였다.


반면 지난해 금융권 전체 1위였던 하나카드는 총점이 61.25점에서 54점으로 떨어지며 종합 8위로 내려갔다. 카드업계에서도 2위로 밀렸다. 전체 육아휴직 사용률이 2024년 61%에서 지난해 41%로 20%포인트 급감하는 등 일부 지표에서 뒷걸음질쳤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종합 23위에서 올해 공동 10위로 13계단 뛰었고 우리카드는 7계단 상승했다. 반면 현대카드는 12계단 떨어져 21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카드사 중심의 상위권 구도가 올해는 증권·보험까지 분산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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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립 우수해도 이사회 '남성 일색'이면 순위 하락

상위권의 변화만큼 하위권에서도 공통점이 확인됐다. DB손해보험은 36.25점으로 37개 금융사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고용 13.75점, 보상에서는 11점을 얻었지만 육성 3점, 양립은 4.5점에 그쳤다. 미등기임원 중 여성 비율은 1.8%에 불과했고 사내이사 중 여성은 없었다.


케이뱅크도 지난해 공동 6위에서 올해 23위로 17계단 급락했다. 고용 18.25점, 양립 부문은 15.5점으로 여성 고용과 일·가정 양립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육성은 2점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기준 여성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가 한 명도 없었다. 여성 직원 채용이나 육아 지원이 활발하더라도 이사회와 경영진까지 여성의 진입이 이어지지 않으면 높은 종합점수를 받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올해 처음 육아휴직 현황을 공개한 금융사도 나왔다. 지난해 관련 수치를 공시하지 않았던 한국투자증권과 광주은행이 올해 사업보고서에 육아휴직 현황을 담았다. 광주은행의 전체 육아휴직 사용률은 88.8%로 금융사 37곳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다만 여성 사용률은 100%인 반면, 남성은 6%에 그쳐 성별 격차는 컸다. 한국투자증권도 전체 육아휴직률은 42.5%였지만 남성 사용률은 0%였다. 단순한 제도 보유나 전체 이용률만으로는 양성평등 수준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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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정규직 여성 비율은 이미 평균 49.3%로 절반에 가깝다. 결국 올해 금융권 순위를 가른 건 '여성을 얼마나 고용했는가'만이 아니었다. 여성 직원이 얼마나 오래 일하고 남성과 비슷한 보상을 받으며, 임원과 이사회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가 기업 간 점수 차를 만들었다. 지난해보다 순위 변동 폭이 커진 것도 양성평등의 평가 무게중심이 고용 규모에서 조직 내부의 성장 경로와 의사결정 참여로 옮아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성 평균 연봉 1억1200만원 '남성보다 오래 다녔다'…금융권 종합 1위 찍은 이곳[2026 양성평등지수] 원본보기 아이콘

최동현 기획팀장 nell@asiae.co.kr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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