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10주년 맞아 코엑스서 '읽는 미래' 컨퍼런스
철학·데이터·인지심리·문학 전문가 총출동
누적 가입자 1000만명·독서시간 198억7000만분…10년 데이터로 독서 변화 짚어
스마트 글래스 체험부터 AI 독서 전략까지…"요약 넘어 질문·사고 확장하는 읽기"

AI가 책 한 권을 몇 초 만에 요약하고 질문에 곧바로 답을 내놓는 시대다. 그런데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는 오히려 '왜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듣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객석 앞 대형 화면에는 '읽는 미래'라는 네 글자가 떠 있었고, 행사장 밖 노란색 전시 공간에서는 관람객이 책을 펼쳐 든 채 스마트 글래스를 시험했다. 종이책과 전자책, 인공지능(AI)이 한 공간에 놓인 풍경 자체가 이날 행사의 질문을 압축했다.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kt 밀리의서재 창립 10주년 컨퍼런스 ‘읽는 미래’ 행사장 전경. 철학·데이터·인지심리학·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AI 시대 읽기와 사고의 가치를 주제로 강연과 대담을 진행했다. kt 밀리의서재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kt 밀리의서재 창립 10주년 컨퍼런스 ‘읽는 미래’ 행사장 전경. 철학·데이터·인지심리학·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AI 시대 읽기와 사고의 가치를 주제로 강연과 대담을 진행했다. kt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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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밀리의서재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마련한 컨퍼런스 '읽는 미래'의 주제는 'AI 시대의 한가운데서 비추는 읽기의 청사진'. 행사를 관통한 질문은 단순했다. 정답을 기계가 대신 찾아주는 시대에도 인간에게 읽기가 필요한가. 정가 10만원인 유료 행사임에도 얼리버드 티켓이 조기 매진됐고, 이날 오전 코엑스 오디토리움 객석에는 참가자들이 빼곡히 자리했다. AI 시대 '읽기'에 대한 위기감과 관심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밀리의서재 정재욱 대표가 첫 답을 내놨다. 정 대표는 오프닝 키노트에서 지난 10년 동안 독서가 '소유에서 접속으로', '검색에서 발견으로', '집중에서 일상으로', '하나의 포맷에서 다양한 포맷으로', '혼자에서 함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서점에서 책을 골라 소유한 뒤 읽던 행위가 필요할 때 콘텐츠에 접속하고, 오디오북과 웹툰·웹소설 등 여러 형태로 일상 속에서 소비하며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누는 경험으로 확장됐다는 것이다.

이 변화의 끝에 AI가 등장했다. 검색하고 찾아 읽은 뒤 스스로 내용을 정리하던 상당 부분을 이제 AI가 대신한다. 정 대표는 그래서 역설적으로 인간의 읽기가 '정보 습득'보다 질문하고 생각하고 타인과 세상을 이해하는 경험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는 독서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닌 발견과 이해, 사고의 확장을 돕는 도구"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독서의 모습을 다섯 가지로 제시했다. 기기와 장소의 제약 없이 읽는 '경계 없는 독서(Omni Reading)', AI가 취향에 맞는 책을 발견하도록 돕는 '나를 이해하는 독서(Reading Fit)', AI와 대화하며 생각을 확장하는 '대화하는 독서(Reading Talk)', 독자끼리 생각을 나누는 '서로 연결되는 독서(Reading Mate)', 작가·출판사·플랫폼·독자가 연결되는 '함께 만들어가는 독서(Reading Alliance)'다. 단순히 책을 AI로 요약해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읽기 전후의 경험 전체에 기술이 들어오는 그림이다.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kt 밀리의서재 창립 10주년 컨퍼런스 ‘읽는 미래’ 행사장 전경. 철학·데이터·인지심리학·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AI 시대 읽기와 사고의 가치를 주제로 강연과 대담을 진행했다. kt 밀리의서재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kt 밀리의서재 창립 10주년 컨퍼런스 ‘읽는 미래’ 행사장 전경. 철학·데이터·인지심리학·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AI 시대 읽기와 사고의 가치를 주제로 강연과 대담을 진행했다. kt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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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가 이런 전망을 내놓는 배경에는 10년간 쌓인 독서 데이터가 있다. 2016년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밀리의서재는 현재 누적 가입자 1000만명, 제공 콘텐츠 약 24만권 규모로 성장했다. 이용자들이 서재에 담은 책은 누적 2억7000만권을 넘고, 누적 독서 시간은 198억7000만분에 이른다. 회원 한 명이 한 달 동안 열람하는 책은 평균 6.8권이다. 전자책에서 오디오북, 웹툰과 웹소설까지 읽기의 형태도 넓어졌다.


행사는 플랫폼의 10년을 자축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AI 이후에도 인간에게 남는 읽기는 무엇인가'로 질문을 확장했다. 철학자 김재인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으로 생존하는 방법'을 언어에서 찾고, 데이터 전문가 안나 로슬링은 '질문하는 독자'를 이야기했다. 오후에는 인지심리학자 김경일의 '리딩 테라피'를 비롯해 소설가 은희경, 편집자 박혜진, 웹툰 작가 이종범, 스탠드업 코미디언 원소윤 등이 읽기와 창작의 관계를 풀어낸다. 마지막에는 김초엽 소설가, 신형철 문학평론가, 홍한별 번역가 등이 참여하는 대담도 이어진다.


밀리의서재가 이날 공식 자료에서 밝힌 행사 취지도 같은 지점에 놓인다. AI의 확산 속에서 읽기와 사고의 가치가 어떻게 달라질지 철학·데이터·인지심리학·문학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시선으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행사장 밖 체험존에서는 미래 독서 환경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벽면에는 '시선이 닿는 곳, 읽는 미래가 펼쳐집니다'라는 문구가 걸렸고, 참가자들은 스마트 글래스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읽기를 체험했다. 밀리의서재는 종이책과 전자책, 오디오북, AI 등 다양한 기술이 결합하는 방향으로 독서 경험이 확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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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철학·데이터·인지심리학·문학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강연과 대담이 이어졌다. 김재인 경희대 교수, 데이터 전문가 안나 로슬링,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 등이 AI 시대의 읽기와 사고를 주제로 발표했고, 김초엽 소설가와 신형철 문학평론가, 홍한별 번역가 등이 참여하는 대담도 마련됐다. 밀리의서재는 이번 행사를 통해 지난 10년간의 독서 경험 변화를 돌아보고 AI 시대 독서 문화와 서비스의 방향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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