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조사로 드러난 수상한 자금 흐름
라이선스료 우회·무단 송금 등 주장

일본 인기 만화 '세인트 세이야'의 작가 구루마다 마사미(車田正美·72)가 25년 가까이 믿고 일을 맡겼던 전 매니저 등에게 수십억엔 규모의 회사 자금을 빼돌리는 피해를 봤다며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일 일본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현지 매체는 구루마다가 대표로 있는 저작권 관리회사 '구루마다 프로덕션' 등 3개 사는 전 매니저와 그의 친족 등 개인 7명, 법인 4곳을 상대로 약 28억8600만엔(약 249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도쿄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인기 만화 '세인트 세이야'의 작가 구루마다 마사미의 기자 회견 모습. 아사히신문

일본 인기 만화 '세인트 세이야'의 작가 구루마다 마사미의 기자 회견 모습. 아사히신문

AD
원본보기 아이콘

구루마다 측이 주장하는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 원고 측은 전 매니저 등이 적어도 2018년부터 2024년까지 회사 자금과 라이선스 수입 등 총 400억 상당을 빼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190억원가량은 회수했고, 남은 금액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구루마다 측에 따르면 문제의 전 매니저는 관련 회사의 이사 등을 맡아 회계와 자금 출납, 외부 업체와의 협상 등 회사 사무 전반을 총괄했다.

구루마다 측 변호인들은 기자회견에서 자금이 유출된 수법이 크게 세 가지였다고 설명했다.


우선 구루마다 측 회사로 들어와야 할 라이선스 사용료의 입금처를 다른 회사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 매니저가 구루마다 측의 라이선스 관리회사 'NEXT WING'과 이름이 비슷한 별도 회사를 만든 뒤 라이선스료를 이 회사 계좌로 받도록 했다는 것이 원고 측 설명이다. TV아사히는 구루마다 측 주장을 인용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파친코 관련 라이선스료 약 12억엔이 이 같은 방식으로 흘러갔다고 전했다.

회사 계좌에서 전 매니저 본인이나 그가 관리하는 회사, 관계자 계좌로 직접 자금을 송금하는 방식도 동원됐다고 원고 측은 주장했다.

보험과 재보험을 이용한 자금 이동도 있었다는 게 구루마다 측 설명이다. 일본에서 보험료를 낸 뒤 재보험 등을 거쳐 여러 회사를 통과하도록 하고 최종적으로 전 매니저가 지배하는 해외 법인으로 자금이 들어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일부 자금은 암호자산 투자 등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구루마다 측은 밝혔다.


거액의 자금 유출이 장기간 드러나지 않은 배경에는 구루마다와 외부 관계자 사이의 접촉을 차단한 정황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구루마다는 전 매니저와 약 25년 전 '링에 걸어라2'를 연재하던 시절 알게 된 뒤 오랜 기간 함께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루마다는 창작에 집중하기 위해 경리와 대외 업무 대부분을 그에게 맡겼다고 한다. 구루마다 측은 전 매니저가 주변 사람들에게 구루마다를 두고 '사람을 만나는 것을 싫어한다'는 식으로 설명하면서 편집자와 관계자들이 작가 본인과 직접 접촉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계기는 일본 국세 당국의 세무조사였다. 구루마다 측에 따르면 도쿄국세국은 2024년 초 수상한 자금 흐름과 관련해 회사 측에 질의서를 보냈다. 원고 측 변호인들은 당시 전 매니저가 구루마다 본인에게 세무조사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대응하다가 이후 국세당국과 구루마다 측이 직접 연락하면서 자금 흐름이 확인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회수한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은 전 매니저가 투자했던 암호자산의 가치가 상승한 덕분에 되찾을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루마다는 1974년 '스케반 아라시'로 데뷔한 뒤 '링에 걸어라', '후마의 코지로', '세인트 세이야' 등을 연속으로 흥행시킨 일본의 대표적인 만화가다.  kurumadapro

구루마다는 1974년 '스케반 아라시'로 데뷔한 뒤 '링에 걸어라', '후마의 코지로', '세인트 세이야' 등을 연속으로 흥행시킨 일본의 대표적인 만화가다. kurumadapro

원본보기 아이콘

구루마다는 기자회견에서 "50년 넘게 애니메이션과 만화 세계에서 활동하면서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며 오랫동안 믿었던 인물에게 배신당한 데 대한 허탈감을 드러냈다. 한때 사람을 믿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전 세계 독자들을 위해 계속 작품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향후 피해금을 추가로 돌려받게 된다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AD

구루마다는 1974년 '스케반 아라시'로 데뷔한 뒤 '링에 걸어라', '후마의 코지로', '세인트 세이야' 등을 연속으로 흥행시킨 일본의 대표적인 만화가다. 1985년 '주간 소년 점프'에서 연재를 시작한 '세인트 세이야'는 별자리와 그리스 신화를 결합한 작품으로 이듬해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이후 게임과 피규어, 영화 등으로 영역을 넓혔으며 전 세계 누적 발행 부수는 5000만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