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규약에서 대남혁명론·통일노선 관련 내용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적대국'이나 '교전국'이라는 표현은 명문화하지 않아 향후 남북관계의 여지를 남겨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당 규약 에서 '전시 대비' 관련 조항도 신설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제15차 전국교원대회가 지난 2일 평양에서 성대히 개막됐다고 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제15차 전국교원대회가 지난 2일 평양에서 성대히 개막됐다고 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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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3일 서울 중구 달개비하우스에서 '북한 제9차 당대회 개정 당규약 분석 및 북한정세 평가'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월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전략연에 따르면 개정 당규약에서는 대남혁명론과 통일노선 관련 내용이 삭제됐다. '조국의 평화통일', '통일전선', '남조선', '민족대단결', '전국적 범위' 등 통일·민족 관련 표현이 사라졌다. 전략연은 대남·통일 관련 내용 삭제가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공식화하는 과정에서 2024년 6월 당규약을 개정하면서 이뤄졌으며 이번 9차 당대회 개정 당규약에서도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김인태 전략연 수석연구위원은 "대남 통일노선이 완전히 폐기된 내용이 규약에 반영됐다"고 했다.


다만 북한은 당규약에 '적대국'이나 '교전국'이라는 표현을 담지는 않았다. 김일기 전략연 평화공존전략센터장은 "당 규약상 남조선혁명론, 무력통일이 삭제된 것은 맞다"면서도 "당 규약과 교전국 관계 등의 표현을 전혀 삽입하거나 명문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대 국가로 남북관계를 관리해 나가면서 (적대성을) 명문화했을 때 다가오는 부담을 감소시키고 남북관계 향후 여지를 남겨둔 것이 당규약과 헌법의 일관된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전시 상황에 관한 조항은 노동당 규약에 처음으로 들어갔다. 전시 당 지도기관의 활동과 관련한 내용과 정치국의 전시 권한과 관련한 내용이 제15조와 제27조에 각각 신설됐다. 전시에는 당 지도기관 구성 과정에서 선거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고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전원회의의 위임을 받아 중요 문제를 토의·결정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김 센터장은 "전시 사업 대책에 있던 전시 당 지도 관행을 노동당 규약에 성문화한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신설은 평시 군사 성격보다는 유사시 당 중앙위 정치국 중심 국방 지휘체계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당내 권한은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됐다. 개정 당규약에는 당 지도기구 소집·지도 권한을 비롯해 주요 간부 임면, 당원 입·출당, 당 조직 해산과 관련한 권한이 명시됐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시기 노동당 직권으로 행하던 권한을 좀 더 정확히 규범화하고 반영한 것 같다"며 "유일영도체계 차원"이라고 진단했다.


선대 지도자와 관련한 내용도 정리됐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김일성, 김정일의 기본적 내용은 정리했다"며 "이번에 두 개 단락을 완전히 정리하면서 명실공히 김정은 규약의 성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의 성격을 김정은 수반 중심이라는 것을 명문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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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연은 이번 당규약 개정을 김정은 장기집권을 위한 통치규범 정비의 성격으로 평가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개정에 대해 "김정은 영도체계 강화가 핵심"이라며 "9차 당규약 개정은 '김정은 시대 2.0'을 시작하는 새로운 계기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 2026년부터 2031년까지 9기 기간 동안 수령제도를 공고화하고 장기체제 기반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이한나 기자 im21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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