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서 긍정 신호
"치매 치료 가능성 있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비만치료제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지만 알코올 중독 등에서는 치료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치매도 초기부터 쓰면 좋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형진 서울대학교병원 뇌인지과학과·해부학교실 교수는 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6 굿브레인 콘퍼런스'에서 "GLP-1이 뇌의 어느 부위에 작용해 어떻게 효과를 내는지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라며 이렇게 말했다. 최 교수는 이날 GLP-1을 중심으로 식욕을 조절하는 뇌 회로, 비만 치료제가 중독·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로 확장될 가능성 등을 소개했다. 아시아경제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브레인 레볼루션 : GLP-1이 바꿀 인류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렸다.

최형진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해부학교실 교수가 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브레인 레볼루션: GLP-1이 바꿀 인류의 미래'란 주제로 열린 ‘2026 굿브레인 콘퍼런스’에 참석해 ‘GLP-1 기반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의 임상 가능성과 상용화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최형진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해부학교실 교수가 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브레인 레볼루션: GLP-1이 바꿀 인류의 미래'란 주제로 열린 ‘2026 굿브레인 콘퍼런스’에 참석해 ‘GLP-1 기반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의 임상 가능성과 상용화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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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비만이라는 질환을 현대 환경과 뇌의 보상체계가 결합한 결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뇨병과 고지혈증이 나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도 계속 먹는다"며 "자신에게 해로운 줄 알면서도 계속하는 것이 중독의 정의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과 도박, 마약,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중독이 존재하는 시대에 음식도 대표적인 중독 대상이 됐다"고 덧붙였다.

인간이 음식을 찾는 과정에는 배고픔뿐 아니라 욕망과 쾌락, 학습이 함께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반복적인 음식 섭취와 스트레스가 결합하면 음식 자체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강한 갈망이 생기는 중독 회로가 형성될 수 있다고 한다. 최 교수는 "뇌는 에너지가 얼마나 필요한지 계산하고 무엇을 먹고 싶은지 결정한 뒤 음식을 찾는 행동을 만들어낸다"며 "음식을 먹고 좋은 결과를 경험하면 뇌가 이를 기억해 다음에도 같은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GLP-1은 음식을 섭취한 뒤 분비돼 포만감을 높이는 호르몬이다. 최근 비만 치료제로 쓰이는 GLP-1 계열 약물은 이 신호를 강화해 음식 섭취를 억제한다. 최 교수 연구팀은 동물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GLP-1이 단순히 위장관에서 포만감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뇌의 식욕 조절 회로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점을 확인했다.

시상하부에 있는 GLP-1 수용체 신경을 활성화하자 동물이 먹는 행동을 즉시 멈춘 것을 확인한 시험사례가 특기할 만하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반복적으로 특정 음식을 경험한 뒤에는 음식을 실제로 먹기 전에 이를 예상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신경이 활성화되는 현상도 관찰됐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GLP-1 계열 약물을 투여하면 음식을 삼키기 전부터 포만감이 높아지는 변화가 나타났다.


최 교수는 이러한 작용이 GLP-1 치료제가 비만을 넘어 다양한 뇌질환으로 영역을 넓힐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대표적인 분야가 중독이다. 음식 중독은 스트레스나 보상 경험이 반복되면서 뇌의 욕망·보상 회로가 변화한 결과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그는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한 환자의 의료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알코올 중독은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고 도박 등 다른 중독에서도 좋아지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형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가 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브레인 레볼루션: GLP-1이 바꿀 인류의 미래'란 주제로 열린 ‘2026 굿브레인 콘퍼런스’에 참석해 ‘GLP-1 기반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의 임상 가능성과 상용화 전략’이란 주제로 강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최형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가 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브레인 레볼루션: GLP-1이 바꿀 인류의 미래'란 주제로 열린 ‘2026 굿브레인 콘퍼런스’에 참석해 ‘GLP-1 기반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의 임상 가능성과 상용화 전략’이란 주제로 강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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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향적 의료 빅데이터 연구에서는 GLP-1 계열 치료제를 사용한 환자에서 치매 위험이나 관련 증상이 감소하는 결과도 잇따라 보고됐다. GLP-1이 면역세포와 염증 반응, 신경세포와 시냅스 기능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최 교수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기전을 통해 치매나 다른 뇌질환이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GLP-1은 근본적인 원인 치료가 아니다"며 "중독 회로 자체를 치료하지 않고 그날그날 식욕을 잡아주는 약으로, 안경을 쓰면 잘 보이지만 벗으면 다시 안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약을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증가하고, 감량 과정에서 근육이 빠졌다가 체중이 늘 때 지방이 증가하는 문제도 있다"며 "앞으로 필요한 것은 증상 치료가 아니라 병인을 바꾸는 치료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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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과제로는 환자별로 다른 비만 원인을 구분하는 정밀의료를 제시했다. 같은 비만이라도 외부 음식 자극에 민감한 사람, 감정 때문에 먹는 사람, 음식 중독 성향이 강한 사람 등 원인이 다를 수 있는 만큼 각각 다른 치료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비만을 하나의 질환으로 볼 것이 아니라 원인에 따라 유형을 나누고 각각에 맞는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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