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 여경 갑질 의혹 조사하던 감찰 담당자
동료 진술기록 상부 보고도 없이 임의로 삭제
서울청, 진상조사 거쳐 전출…직무고발 방침

서울 강남경찰서 갑질 의혹을 조사하던 서울경찰청 감찰 담당자가 동료의 진술을 임의로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술 사실이 알려지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기록을 없앴다. 서울청은 뒤늦게 진상조사를 거쳐 해당 경찰관을 직무 고발하기로 했다.


서울경찰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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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실은 서울 동작경찰서 소속 A 경위에 대해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3일 밝혔다. A 경위는 서울청 감찰정보계에서 근무하다 지난달 말 인사 조처됐다.

A 경위는 지난해 10월 갑질 첩보를 입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피해 여경들은 육아를 이유로 단축근무를 사용한 뒤 소속 부서 간부로부터 화장실을 갈 때마다 허락을 맡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청은 해당 간부의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올해 6월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이후 피해자로 지목된 여경들도 '내부결속 저해' 등을 이유로 새로운 감찰 대상이 됐다. 이 과정에서 A 경위가 일부 진술기록을 삭제한 사실이 드러났다. A 경위가 앞서 갑질 의혹을 조사할 당시 B 경찰관만 참고인으로 진술하고 피해 여경들은 모두 진술을 거부했다. 이에 B 경찰관의 진술은 절차상 종결 처리를 거쳐야 했지만, A 경위는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기록을 삭제했다.

A 경위 측은 진상조사 과정에서 B 경찰관이 진술기록 삭제에 동의했다고 주장했지만, B 경찰관은 그와 무관하게 삭제 절차가 위법하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서 갑질 의혹의 피해 여경들에 대한 감찰이 시작되면서 B 경찰관도 감찰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청 관계자는 "다른 여경들은 당시 진술을 완강하게 거부했는데 진술 사실이 알려지면 곤란해지거나 피해를 볼 수 있고 어차피 종결할 사안이라는 판단으로 (B 경찰관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삭제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술조서를 받았다고 다 보고하진 않지만, 보고했다면 상급자가 그렇게 (삭제)하라고 했겠느냐"며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진술 당사자가 기록 삭제에 동의하거나 종결 절차가 예상됐다 하더라도, 형사책임은 별개 문제다. 공무에 사용되는 서류를 임의로 폐기할 경우 형법상 공용서류무효죄가 적용될 수 있다.


대법원은 과거 경찰관이 작성한 진술조서를 상사에게 정식 보고하거나 수사기록에 편철하지 않은 상태에서 폐기한 사건에서도 '공무소에서 사용되는 서류인 이상 정식 절차를 밟아 접수됐거나 완성돼 효력이 발생했는지는 묻지 않는다'며 혐의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A 경위가 삭제한 진술기록이 전자문서 형태라면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죄 적용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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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록 삭제와 별개로 갑질 피해 여경들에 대한 감찰은 현재도 진행 중이며 경찰 내부에서 보복 감찰이라는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한 피해 여경의 배우자인 또다른 경찰관은 익명 게시판에 이 같은 조치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9시간 넘게 조사를 받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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