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도 글로벌 닭고기 수출 6위 쾌거
뼈 제거 안 한 '배트맨 닭고기'로 EU 평정
닭 요리, 우크라이나 국민들 자부심이기도

편집자주최초의 과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과자는 인간 역사의 매 순간을 함께 해 온 셈이지요. 비스킷,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우리가 사랑하는 과자들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오랜 전쟁으로 황폐해진 우크라이나에도 세계 수위권에 해당하는 산업이 있다. 냉동 닭고기 수출이다. 미 농무부(USDA) 집계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세계 6위의 닭고기 수출량을 기록했으며, 브라질·미국·유럽연합(EU) 중국 등 거대한 농토를 가진 대륙 국가들과 어깨를 견주는 수준이다. 닭고기는 어떻게 우크라이나의 자랑거리자 경제적 생명줄로 자리 잡게 됐을까.


우크라 닭 산업 경쟁력…생산 52% 차지하는 MHP에



우크라이나 닭고기 산업은 닭 사육, 도축, 가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전담하는 수직 계열화 거대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도 'MHP'라는 기업이 국가 총 닭 생산량의 52%(USDA 2024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MHP는 전쟁에 덜 피해를 본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에 거대 양계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스페인 등 유럽 지역으로 진출하며 EU 수출 시장도 점령한 상태다.

날개 뼈를 남겨 커팅한 닭가슴살은 '배트맨 닭가슴살'이라 불리며 유럽연합(EU) 농부들에게는 경계의 대상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가공한 닭가슴살은 저가 고기로 취급돼 수입 할당량 규제를 회피할 수 있었고, 순수 닭가슴살보다 저렴하게 팔렸다. 사진은 정육점에서 취급하는 배트맨 닭가슴살 부위 모습. 페리스 홈페이지 캡처

날개 뼈를 남겨 커팅한 닭가슴살은 '배트맨 닭가슴살'이라 불리며 유럽연합(EU) 농부들에게는 경계의 대상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가공한 닭가슴살은 저가 고기로 취급돼 수입 할당량 규제를 회피할 수 있었고, 순수 닭가슴살보다 저렴하게 팔렸다. 사진은 정육점에서 취급하는 배트맨 닭가슴살 부위 모습. 페리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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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P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기업인은 우크라이나의 이른바 '닭 재벌' 유리 코쓔크. 그는 1998년 MHP를 창업한 뒤 불과 10여년 만에 지금 같은 규모로 사세를 확대했다. 그 비결은 닭고기 수요가 높은 EU 시장에 닭가슴살을 헐값에 대량 판매한 산업 전략에 있었다.


EU 할당량 회피하려 '배트맨 닭가슴살' 개발


MHP가 유럽연합(EU) 시장에 판매하는 닭가슴살 제품. MHP 홈페이지 캡처

MHP가 유럽연합(EU) 시장에 판매하는 닭가슴살 제품. MHP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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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서구 국가처럼 EU 시민들도 닭가슴살을 선호한다. EU는 닭가슴살을 '필레'로 분류해 비싼 값에 수입하는데, 자국 축산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해외 필레 수입에는 연간 할당량(쿼타·Quota)이 있다. 코쓔크는 해당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닭가슴살의 양옆 날개 뼈를 제거하지 않는 독특한 가공법을 개발했다. 뼈가 포함된 닭가슴살은 필레가 아니므로 저가 부위로 재분류돼 쿼타 규제에서 면제됐고, 덕분에 MHP는 우크라이나제 저가 닭가슴살을 EU 시장에 팔아치울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의 양계장. 인스타그램 캡처

우크라이나의 양계장.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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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서 온 날개 뼈 닭가슴살은 EU에서 '배트맨 닭가슴살'이라 불렸다. 날개 뼈가 붙은 닭가슴살 모양이 배트맨 마크를 닮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양계장을 경영하는 EU 농부들에게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결국 EU는 2019년 배트맨 닭가슴살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무역 협상을 벌였다. 결국 배트맨 닭가슴살에는 별도의 할당량이 부여됐지만, 그 대가로 우크라이나는 저가 닭고기가 아닌 고급 부위를 비싼 가격에 수출할 권리를 손에 넣었다. 우크라이나 닭고기 산업은 EU 시장을 발판 삼아 부흥했고, 지금은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 닭고기를 공급하는 국가로 거듭났다.


경제난 때문에 닭 키워야 했던 우크라이나


그러나 우크라이나 닭고기 산업의 성공 뒤에는 배트맨 닭가슴살 같은 기지만 있었던 게 아니다. 소비에트 연방 붕괴 후 고질적인 경제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우크라이나는 정부 차원에서 소, 돼지 등 비싼 고기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닭 사육을 장려했다. MHP를 세운 코쓔크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우크라이나 대통령직을 역임한 페트로 포르셴코 밑에서 고문을 맡았던 인물이며, 닭고기 가공업으로 우크라이나의 육류 시장을 재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체르노젬'이라 불리는 비옥한 농토를 보유한 점도 닭 산업에 도움이 됐다. 우크라이나는 밀, 옥수수 등 작물에서도 세계 5위 규모 수출국이며, 이런 작물은 닭 모이로 흔히 사용된다.


국가적 자부심 '치킨 키이우'


현대 우크라이나의 대표 요리 치킨 키이우. 올레시피 홈페이지 캡처

현대 우크라이나의 대표 요리 치킨 키이우. 올레시피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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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닭 요리 강국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크라이나 요리의 상징이자, 국가적 자부심으로 꼽히는 식품은 '치킨 키이우'다. 치킨 키이우는 저민 닭가슴살 안에 버터와 채소를 볶아 소를 채워 넣고, 고기 바깥에는 빵가루를 둘러 바싹 튀긴 음식이다. 닭고기로 만든 돈가스라 할 수 있는 음식으로, 20세기에는 고급 호텔에서나 맛볼 수 있던 정찬 메뉴였지만 지금은 유럽 전역에서 널리 판매되는 길거리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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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서도 치킨 키이우를 만들어 먹는다. 다만 러시아의 치킨 키이우는 러시아어 발음을 사용해 '치킨 키예프'라고 표기한다. 이에 반발한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 이후 요리의 치킨 키이우를 공식 표기법으로 공표했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영국 및 EU 국가들이 이를 따르고 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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