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등록금 0원·서울대 10개 만들기
성적 좋다면 돈 때문에 명문대 포기할까
타 지역 학생이라면 주거비도 추가 부담
등록금 0원만으로는 유인책 충분치 않아

지역 사립대와 불공정 경쟁 고민도 안해
경쟁력 낮은 국립대 연명에만 도움 될 뿐
지역 대학 생태계 '국립대 단일'로 만들 것

'국립대 등록금 0원' 정책은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함께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려는 대학정책의 핵심축을 이룬다.


이들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거점 대학을 육성함으로써 청년 인재의 지역 정주를 높이겠다는 국정 목표를 근간으로 한다. 다만 이는 학생들이 비슷한 조건 아래에 놓였을 때 등록금이 없는 대학을 선택할 것이란 섣부른 예측과, 그에 따라 수도권 쏠림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는 단순한 '공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설계라는 한계가 있다.

지난 8월2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80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던지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2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80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던지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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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과 과학은 명확하게 다르다. 과학이 원리를 규명하는 과정이라면, 공학은 그 원리를 활용해 응용 장치를 설계하는 영역이다. 그래서 정책을 공학이라 한다면, 그 정책이 뿌리내려야 할 과학은 곧 '인간학'이다. 이에 따라 본다면, 인간 본성의 원리를 무시한 정책은 공학적으로 아무리 정교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물의 흐름이나 중력의 법칙을 따라 기계를 만들면 원활하게 작동은 하겠지만, 이를 거스르는 변수에 직면했을 때는 막대한 에너지와 과도한 장치가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심지어 물을 거스르는 역리를 만들려 해도 '만유인력의 법칙'이라는 과학을 완벽히 이해해야 설계가 가능하다.


사실 어떤 정책이 과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람들의 행동과 생활패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정책을 놓고 "나라면 과연 이 정책이 기대하고 있는 바대로 움직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된다. 인간은 다 다른 것 같아도 사실은 아주 비슷한 본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대다수의 경우,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인간의 본성에 역행하도록 설계된 정책은 절대로 의도한 성과를 낼 수 없다.

그럼 이제 '국립대 등록금 0원' 정책을 놓고 담당자에게 질문해 보자. 당신의 자녀가 국립대에 갈 성적보다 훨씬 높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가정하면, 단지 등록금이 없다는 이유로 수도권 명문대 대신 지역 국립대를 선택하라고 권할까. 아마도 그러진 않을 것이다. 물론 성적이 비슷한 수도권 대학과 지역 국립대를 두고 고민할 때는 등록금 면제가 변수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역시도 주거지가 수도권인 경우, 지역 대학에 진학했을 때 부담해야 할 추가적인 주거비를 감안하면, 등록금 0원이라는 혜택은 지역 대학을 선택할 충분한 유인이 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이 정책은 지역 출신으로 수도권 대학과 지역 국립대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정된 성적군의 학생 중에서도 이 정책이 아니었으면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했을 학생들에게만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수도권 대학의 학비와 높은 주거비를 감당할 여력이 되어 여전히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을 원하는 지역 출신 학생이 많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정책의 기대효과는 더욱 낮아진다. 결과적으로는 '국립대 등록금 0원' 정책으로 지역에 남게 되는 학생은 애초에 교육부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적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로 인해 발생한 수도권 대학의 빈자리는 성적순에 따라, 또는 지역 대학으로 진학하려 했던 다른 수도권 학생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풍경들은 수도권 집중 해소라는 정책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정책의 더 큰 문제는 지역 내 사립대학과의 불공정 경쟁까지 유발한다는 점이다. 가장 큰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국립대 등록금 0원' 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립대와 지역의 사립대 사이에서 고민하는 성적대의 학생들은 이제 비슷한 수준, 동일한 조건이라면 등록금이 전혀 없는 국립대로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지역의 사립대들이 외면당하고 존폐의 기로로 몰릴 수 있다. 이런 경우의 학생들은 어차피 수도권이 아닌 지역 내 대학으로 진학했을 경우란 점에서, 지역 내에서 청년 인재 유출을 막았다거나 균형 발전을 이룬 성과라고 할 수 없다. 더구나 이 정책으로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쟁력 낮은 국립대는 연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특정 전공에서 국립대보다 훨씬 우수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지역 사립대들은 등록금이라는 불공정한 환경 아래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될 수 있다. 이는 거점국립대, 지역 중심 국립대, 교대 등 30여개 국립대에만 부여되는 혜택이 2030년대 학령인구 급감을 앞두고 생존을 위해 어떻게든 체질 개선을 도모하고 있는 지역 사립대의 의지를 꺾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 이러면 지역 대학 생태계는 국립대 단일 체제로 만들어지고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학생 입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지역 사립대와 학과를 선택하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이롭지 않다. 인간 본성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공학적 접근이 모두에게 환영받을 수 없는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는 것이다.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시행일인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에서 학생들이 시험 응시를 준비하고 있다. 2026. 09. 02 사진공동취재단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시행일인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에서 학생들이 시험 응시를 준비하고 있다. 2026. 09. 02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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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등록금 0원' 정책은 공학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부실하다. 모든 공학 설계의 성과는 명확한 지표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지역 균형을 도모하는 이 정책의 성과지표는 '지역 출신 학생들의 지역 대학 진학률' '수도권 지역 출신 학생들의 지역대학 진학률'로 정리된다.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하는 데 고려하는 무수한 요인을 고려치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된다. 하지만 이보다 이런 지표가 등장하면 다른 대학 사업에도 유사 지표로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란 점이 더 큰 우려다. 실제로 재정난에 처한 대학들은 교육부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시기마다 정부가 선호하는 콘셉트로 사업을 설계하고 성과지표를 만드는 일이 반복돼 왔다. 지역정주, 지역취업, 지역창업 등 지역에 한정된 성과지표는 이런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국립대 등록금 0원' 정책으로 인한 혼란을 되돌아보고 대학 정책이 바라봐야 할 '과학'의 본질은 간단하다. 학생과 학부모는 사회적 평판이 높고 취업이 잘되며 교육의 질이 뛰어난 대학을 원한다. 그렇다면 '나는 아니고 다른 사람이 진학해 주길 바라는 대학'이 아니라, '나라도 내 자식을 먼저 보내고 싶은' 대학이 많아져야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교육부의 대학정책은 이런 본질에 투자해야 한다. '국립대 등록금 0원'과 같이 연구와 교육의 질 개선이라는 대학의 본질적인 경쟁력 강화를 외면한 채 가격 할인이라는 조악한 공학에만 의존하는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정책에도 공학만이 아닌 철저한 과학적 성찰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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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우의 프레임 너머]'인간 본성 역행' 대학정책, 절대로 의도한 성과 낼 수 없다 원본보기 아이콘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좋은규제시민포럼 규제모니터링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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