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길 산책]오딧세우스에게 배우는 위기 소통 3가지 키워드
'리더십 딜레마' 속 위기소통 방식 교훈
맥락 공유하고 주체성 존중…책임도 필요
얼마 전 임원그룹 코칭에서 오디세우스의 리더십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갑론을박이 심했던 곳은 '위기소통 방식'이었다. "그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오디세우스의 위기소통 방식에 공감과 반론이 팽팽히 맞섰다. 사실 오늘날의 리더들도 3000년 전 오디세우스 못지않은 리더십 딜레마와 위기 상황에 부닥친다. 조직 통폐합, 성과 보상 갈등, 예기치 못한 사고 등 위기 상황에서 리더는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오디세우스의 리더십은 위기 소통에 3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는 맥락이다. 지시에는 맥락을 공유하라. 처음부터 이 항해가 험난했던 것은 아니었다. 코앞의 고향이 다시 험난한 먼바다로 밀려난 데는 위기소통의 실패가 있었다. '바람자루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는 오디세우스에게 거센 바람을 가둔 가죽 자루 하나를 건넸다. 순풍만 남겨둔 덕분에, 자루만 열지 않으면 무사히 항해할 수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목표에만 골몰한 나머지, 자루를 직접 관리하고 밤낮없이 배를 직접 노를 젓는 등 실무에만 골몰했다. 소통은 정작 뒤로 밀려났다. 그가 피로에 지쳐 잠이 든 사이, 전우들은 자루를 열었고 거센 바람이 터져 나와 먼바다로 밀려나고 만다. 오디세우스는 자루를 열지 말라고만 했을 뿐,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이유는 알려주지 않았다. 전우들은 금은보화가 그 안에 들어 있어 혼자 차지하려 한다고 의심했던 것. 오디세우스는 훗날 이 일을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정보의 비대칭화는 불신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긴박할수록 리더에게 필요한 건 강력한 지시보다 '왜'이다. 맥락을 공유해야 구성원은 명령을 통제가 아니라 공동 항해의 안내로 받아들인다.
둘째는 주체성이다. 구성원을 위기 대응의 주체로 존중하라. 세이렌은 아름다운 노래로 선원들을 홀려 배를 난파시키는 존재다. 오디세우스는 이전 실패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전우들을 불러 "이것은 여러분도 알아야 하는 일이다. 한두 사람만 알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자세히 설명한다. 위험과 대응법을 말하고 역할을 나눈다. 전우들의 귀에는 밀랍을 막고, 자신은 돛대에 단단히 묶어달라고 한다. "내가 풀어 달라고 애원하더라도 더욱 단단히 묶어라." 전우들은 지시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리더를 붙잡아주는 안전장치가 된다. 위기의 대응력은 구성원이 함께 판단하고 주체로 존중할수록 강해진다.
셋째, 책임이다. 결단의 위험을 리더가 감당하라. 위기소통 딜레마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아니라 '나쁜 것'과 '더 나쁜 것' 중 선택해야 하는 데서 생긴다. 좁은 해협을 통과하는 모험에서 한 쪽에는 여섯 명의 선원을 낚아채는 '괴물 스킬라'가, 다른 쪽에는 배 전체를 집어삼키는 '소용돌이 카리브디스'가 있다. 오디세우스는 둘 중 하나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예정된 희생을 전우들에게 의도적으로 알리지 않는다. 미리 알린다고 피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며, 공포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정이 옳았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주목할 점은 그가 선실에 숨지 않고 위험의 최전선인 뱃머리에 서서 괴물과 싸운다는 점이다. 전우 여섯 명의 희생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던 그는 "내가 겪고 본 모든 고통 가운데 가장 참혹한 광경"이라고 회고한다. 위기 국면에 따라 모든 것을 알릴 수 없을 때도, 전체를 살릴 수 없을 때도 있다. 깜깜이 은폐도 문제지만, 과도한 생중계의 '투명성의 역설'도 있다. 위기소통에서 정보량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가 위기에 동참하느냐이다.
지금 위기 앞에 선 리더라면 세 가지를 물어보자. 구성원이 '무엇을' 넘어 '왜'를 이해할 만큼 맥락을 나누고 있는가. 구성원을 지시의 대상이 아니라 공동 주체로 참여시키고 있는가. 끝내 혼자 결정해야 한다면, 위기의 최전선에 앞장설 태세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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