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35~35만원 차등 지급
시행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 필요
'하후상박' 개혁 정치권 이견 커

정부가 추진했던 '하후상박(下厚上薄·아래는 두텁고 위는 얇음)'형 기초연금 개혁이 중단됨에 따라 연금개혁의 공이 국회로 넘어왔다. 정부는 소득층위별로 기초연금을 달리 지급하는 방안을 예산에 담았지만, 시행을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의 손에 달렸다. 재정에 대한 우려와 빈곤 노인 소득 보장이라는 정책 목표에 대해 국회 차원의 해법이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65세 이상 노인 하위소득 70%에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현행 수급자격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저소득 노인층에 더 많은 기초연금을 주는 방식 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수급 대상을 '기준 중위소득 80% 이하'로 낮추되, 하위소득에 지원을 강화하는 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보류됐다. 여론의 반발 등을 우려한 판단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생각한 하후상박안


올해 기초연금 1인 수급 기준은 247만원인데 반해 기준중위소득 80%는 205만원가량이다. 집계 방법이 달라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현행 제도는 노인층을 대상으로 수급액을 정하는 구조인 반면 기준 중위소득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노인이 불리하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현행 연금기준은 기준중위소득 96%에 해당한다. 정부 당초 구상대로 개혁이 추진됐다면 점진적으로 수급 대상이 줄어드는 상황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정부가 실제 추진중인 기초연금안


결국 정치권 등 여론의 반발에 밀려 수급 대상은 하위소득 70% 틀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다만 정부는 3개 층위를 나눠 연금 지급을 차등 적용하는 방향을 잡았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나은 290만명(하위소득 45~70%)에는 올해와 같은 35만원을 지급하고, 174만명(하위소득 30~45%)은 물가 연동을 적용해 9000원 상향한 35만9000원을 지급한다. 소득이 가장 적은 348만명(하위소득 0~30%)에 대해서는 3만원 인상한 38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기초연금개혁 국회 손에 다시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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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현행 기초연금법의 기초연금액 산정방식과 다르다. 법은 전년도 기초연금액에 소비자물가변동률을 반영해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45~70%구간에 한해 물가연동 원칙에서 벗어나 동결됐다. 대신 하위소득 등에 추가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연내 입법 완료를 약속했다.


이 외에도 복지부는 현행 하위소득 0~45%의 경우(234만명)에 한해 20% 부부감액을 10%로 축소하고, 직역연금 수급자 및 배우자 가운데서도 저소득층에 해당할 경우 기초연금 지급 대상이 되도록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국회로 다시 넘어온 기초연금 개혁


이에 따라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왔다. 앞서 지난달 21일 국회 연금특위에서는 민간자문위원회 활동 보고가 있었는데, 기초연금에 대한 상이한 시각이 확인됐다. 자문위 공동위원장인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궁극적으로 국민연금은 낸 만큼 받는 지속가능한 제도로 만들고 기초연금의 대상은 줄이지만 정말 어려운 어르신은 더욱 두텁게 보호하며 국민이 더 오래 일하고 준비할 수 있는 노동시장과 연금제도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공동위원장인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논의 결과) 보장성 강화 입장에서 기초연금 개혁 방향에 대한 견해는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며 "기초연금은 워낙에 성격에 대한 논쟁이 크고 규모가 큰 제도인 만큼 그 작동 논리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기초연금의 전환 이전에 저소득 노인에게 추가적인 보장을 하는 보충적인 소득 보장을 빠르게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논의한 바 있다"고 밝혔다. 기초연금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자문위 내부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주 교수는 기초연금 개혁을 위해서는 별도의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문제와 관련해 남인순 국회 부의장(민주당 소속)도 지난 3월 연금특위에서 "(하후상박 개편 시) 현재 국민연금이 덜 성숙돼 있어 국민연금 의존도가 높은 중상위 노인, 약 4~6분위 해당하는 어르신 가운데 기초연금 대상이 감소할 수 있다"며 "국민연금의 성숙 정도와 결합을 해서 기초연금 개편에 대한 방향과 속도에 대한 부분이 시나리오가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 부의장은 이 자리에서 21대 연금특위 민간자문위 보고를 인용해 "단기적으로는 준보편적 기초연금 특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에 기준점을 정할 때 기준 중위소득 100% 기준으로 설정을 해 나가면서 소득계층에 따라서 차등급여 방식으로 하는 방안이 제시된 적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다만 기초연금개혁과 관련해 국회 내 논의는 같은 당에서조차도 의견이 분분하다. 가령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월 연금특위에서 "은마아파트 한 채 정도 소유해도 기초연금 대상자가 되는 걸로 해석된다"며 "빈곤하지 않은 노인들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같은 당 소속인 안철수 의원은 지난달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평생 성실히 일하며 정직하게 세금을 납부해 온 5060에게 '기초연금 35만원조차 받을 자격이 없다'고 이재명 정부가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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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논의는 어떻게 될까. 연금특위 관계자는 "기초연금 개혁 공이 다시 국회로 넘어왔다"며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기초생활보장 제도까지 같이 연계해 좀 더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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