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대응은 속도와 정보 연결이 핵심
감독·정책·안전망 기능, 물리적 거리도 변수
기관 이전보다 시장 접근성과 대응력 따져야

금융당국이 시장에서 멀어질수록 금융위험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원칙과 추진 방향을 내놓으면서 금융당국과 금융공공기관의 입지 문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를 단순한 공공기관 배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 핵심은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에서 제 기능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느냐다. 이전하려면 시장 감시와 위기 대응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설계부터 제시돼야 한다.


지역균형발전은 중요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일반 행정기관과 성격이 다르다. 금융시장의 위험을 먼저 포착하고 상황이 악화하기 전에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은 서류와 숫자만 보는 일이 아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단기자금시장 경색, 금융회사의 유동성 변화와 투자심리 급변은 통계보다 시장에서 먼저 나타날 때가 많다. 담당자 간 대화와 자금 흐름, 시장가격의 미세한 움직임 같은 비정형 정보가 첫 신호가 되기도 한다. 자료는 전산으로 받고 회의는 화상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는 정해진 일정에 맞춰 움직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흩어진 신호를 연결해 위험을 판단하고 조치를 결정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8월24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지방이전 결사저지를 위한 예금보험공사·금융감독원 노동조합 공동 대응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서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을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고, 금융시스템 수호 및 위기 대응 실효성을 기준으로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8월24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지방이전 결사저지를 위한 예금보험공사·금융감독원 노동조합 공동 대응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서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을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고, 금융시스템 수호 및 위기 대응 실효성을 기준으로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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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따로 움직일 수 없다. 금감원이 검사·감독과 시장 모니터링으로 위험을 포착하면 금융위는 이를 정책과 시장안정 조치로 연결한다. 물리적 거리가 정보와 판단의 시차를 키운다면 금융안정에는 위험이 된다.

예금보험공사도 금융안전망의 한 축이다. 예금자 보호와 부실 금융회사 정리를 맡는 만큼 위기 때는 금융위·금감원, 한국은행 등과 정보 공유부터 의사결정과 집행까지 신속하게 이어져야 한다. 평상시에는 기능이 나뉘어 있지만 위기 순간에는 하나의 대응체계로 움직여야 한다.


국책은행은 성격이 다르지만 입지를 기능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는 점은 같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은 기업금융·자금조달·구조조정·수출금융에서 시장과 기업을 연결하고, 시장 불안 때는 정책금융의 실행 채널이 된다. 이전이 시장 접근성과 정책금융 실행력을 약화시키지 않는지 따져야 한다.


이 점에서 런던의 금융 클러스터는 우리가 참고할 만하다. 런던의 경쟁력은 금융기관이 많이 모여 있다는 데만 있지 않다.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은 물론 법률·회계 등 전문서비스와 정책·감독·규제 기능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금융은 시장과 정보, 전문 인력과 의사결정 기능이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돼 있느냐가 중요한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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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이전 기관의 숫자보다 이 연결성을 먼저 봐야 한다. 지역 금융 역시 기관 몇 곳을 옮긴다고 저절로 성장하지 않는다. 기업과 금융회사, 투자자와 전문 인력이 함께 모이는 생태계 전략이 필요하다. 따라서 검사·감독, 시장 모니터링, 금융정책 판단과 위기 대응 등 핵심 기능은 서울 존치를 원칙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른 선택을 하려면 기능이 약화되지 않는다는 대안부터 제시해야 한다. 옮기는 비용은 미리 계산할 수 있지만 대응 시점을 놓친 비용은 위기가 닥친 뒤에야 드러난다.


이선애 금융부장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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