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14기 법조인들 2일 성명 발표
"대통령에게 후보자 선택권 없어…사전협의 미비는 거부 사유 안돼"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자 제청 반려 사태와 관련해 법조계 원로들이 "대한민국 헌법질서와 사법부 독립이 중대한 시험대에 서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성기문 변호사가 회장을 맡고 강민구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이 참여한 '사법부 독립 수호를 위한 사법연수원 14기 법조인 84인'은 2일 성명서를 내고 "어떠한 정치권력도 사법부의 독립을 침범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성명은 최근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이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임명동의안의 국회 제출을 거부하고 다른 후보자의 재제청을 요구한 상황을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대법관 인사권 분산은 어느 한 권력도 최고법원의 구성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한 권력분립의 핵심 장치"라며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다고 하여 후보자 선택권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보조하는 하위 권한이 아니라 사법부 독립을 위해 부여된 독립적 권한이라는 것이다. 특히 '사전 협의' 문제에 대해서도 "사전 협의가 관행이었다 하더라도 헌법이나 법률이 요구하는 제청의 효력 요건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특정 후보자를 선호하여 그 사람이 제청될 때까지 다른 후보자를 거부한다면 이는 사실상 대통령이 제청권과 임명권을 함께 행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통령 제청 반려권 신설' 등의 입법 움직임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직접 부여한 권한을 법률로 축소할 수는 없다"며 "사후적으로 법률을 변경하는 것은 제도 개선이 아니라 권력배분을 흔드는 입법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법개혁과 사법장악은 엄연히 다르다"며 "진정한 개혁은 어느 대통령도, 정당도 사법부를 마음대로 지배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요구사항을 발표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의 헌법에 근거 없는 재제청 강요 중단 ▲국회의 대법원장 제청권 축소 입법 중단 ▲여야 정치권의 대법관 인선 정쟁화 중단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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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을 향해서도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들은 "대법원장은 정치적 압력에 흔들리지 말고 사법부 독립을 지켜야 한다"며 "거부 사유가 헌법상 정당하지 않거나 아예 거부 사유 제시가 없으면 이를 국민에게 공지하고 재제청 요구에 불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대법관을 얻기 위해 헌법의 경계를 허문다면 잃게 되는 것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독립과 권력분립,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라며 "헌법의 경계를 넘지 말라"고 거듭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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