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권력관계 불균형 이용해 범행"
취업제한 10년·보호관찰 3년 명령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 색동원에서 여성 입소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시설장이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생활지도 등을 빌미로 여성 장애인들과 강제 성관계를 맺거나 유사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 등(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피보호자 간음 등·장애인복지법상 폭행)을 받는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시설장 김모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지난 2월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엄기표)는 2일 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 등 상해)과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색동원 전 시설장 김모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아동·청소년 관련기관과 장애인 관련기관 취업도 각각 10년간 제한하고, 3년간 보호관찰을 받도록 명령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장애인 복지시설 종사자이자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자인데도 "권력관계의 불균형을 이용해 인지능력이나 항거 능력이 부족한 피해자들을 자신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며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고 했다. 이어 피해 회복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불리한 사정으로 들었다.
다만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부착을 명해야 할 정도로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징역형 실형과 보호관찰 명령의 준수사항,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취업제한명령만으로도 재범 방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다.
김씨는 지난해 2월 인천 강화군 색동원 안에 있는 A씨의 방과 2층 식당 복도에서 A씨를 강간하고 유리컵을 던져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2012년 5월부터 2023년 2월 사이 시설 화장실에서 B씨를, 2024년 2월부터 지난해 7월 사이 생활실에서 C씨를 각각 강간한 혐의도 받는다. 2021년 12월 드럼스틱으로 D씨의 손바닥을 34차례 때린 혐의도 적용됐다. 피해자들은 모두 중증 지적장애인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D씨에 대한 폭행 혐의는 인정했지만, 성폭행 혐의는 부인했다. 김씨 측은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CCTV가 작동했으며 야간근무자가 있어 범행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B씨와 C씨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행 일시가 특정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CCTV가 작동하고 야간근무자가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야간 또는 새벽 범행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범행 일시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 외에는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성범죄의 특성에 비춰 부득이하게 개괄적으로 표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다른 범죄사실과 구별될 수 있어 방어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쟁점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 지적장애인 진술의 신빙성이었다. 재판부는 A씨가 해바라기센터 조사에서 자신이 아는 단어와 몸짓으로 경험한 사실을 표현했고 법정에서도 핵심 상황을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며 신빙성을 인정했다. 특히 "피고의 독특한 행동과 구체적인 진술 등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거짓으로 지어냈다고 보기 어려운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준거기반내용분석(CBCA) 방식으로 A씨 진술을 분석한 진술분석관 3명도 허위 진술 가능성이 없다는 일치된 의견을 냈다. A씨를 검진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삽입성 기계적 외상과 학대의 패턴에 더 부합하는 소견"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C씨에 대한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피보호자 강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해당 조항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을 강간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한다. 재판부는 "자고 있던 피해자의 바지와 팬티를 내린 행위, 잠에서 깬 피해자의 음부에 성기를 삽입한 행위 그 자체가 폭행 또는 협박과 같은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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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색동원 사건은 지난해 3월 여성 입소자가 성폭력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강화군 의뢰로 진행된 심층조사 보고서에는 여성 입소자 17명 전원과 퇴소자 2명 등 19명이 성적 피해를 봤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소 6명을 피해자로 특정해 송치했고, 검찰은 피해가 입증됐다고 판단한 3명에 대한 혐의만 적용해 김씨를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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