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1~3시 투표…321명 선거인단 간접선거
경우 '종권교체·분권' vs 진우 '안정·도약'…정념 사퇴로 양자 구도
진우 1998년 특별구족계 자격 놓고 막판 공방…선관위는 후보 자격 인정

한국 불교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의 향후 4년을 이끌 총무원장을 뽑는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선운사 주지를 지낸 경우스님과 연임에 도전하는 현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맞붙는다. 복수 후보가 실제 투표에서 경쟁하는 총무원장 선거는 2017년 이후 9년 만이다. 선거 막판에는 진우스님의 과거 구족계 수계 자격을 둘러싼 승적 논란과 금권선거 관련 제보, 고발전까지 겹치며 종책 경쟁보다 후보 자격과 선거 공정성을 둘러싼 공방이 부각되고 있다.


제38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한 진우스님(왼쪽)과 경우스님. 조계종

제38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한 진우스님(왼쪽)과 경우스님. 조계종

AD
원본보기 아이콘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제38대 총무원장 선거를 실시한다. 중앙종회의원 81명과 전국 24개 교구본사에서 각각 선출한 240명 등 321명의 선거인단이 한 표씩 행사하는 간접선거 방식이다. 투표가 끝나면 곧바로 개표해 당선인을 확정한다. 새 총무원장의 임기는 오는 28일 시작된다.

총무원장은 전국 사찰 3500여곳과 스님 1만2000여명이 속한 조계종의 일반 행정과 대외 업무를 총괄하는 실질적인 행정 수장이다. 본·말사 주지 인사와 연간 1000억원대 총무원 예산 집행, 종단 소속 사찰의 재산 감독·처분 등에 폭넓은 권한을 행사한다. 임기는 4년이다.


당초 선거는 경우·정념·진우스님의 3파전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월정사 주지를 지낸 정념스님이 지난달 후보에서 사퇴하고 경우스님 지지를 선언하면서 양자 대결로 재편됐다. 진우스님이 승리하면 2013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자승스님 이후 13년 만에 연임 총무원장이 나오게 된다.

두 후보의 종책에는 공통분모가 적지 않다. 중앙에 집중된 권한의 교구 이양과 비구니 위상 강화, 승려 복지 확대, K-불교 진흥 등을 나란히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경우스님은 말사 주지 임명권의 교구 이양과 교구법 제정을 통한 '지방분권형 교구자치제', 인공지능(AI) 종책위원회 구성 등을 내걸었다. 진우스님은 중앙분담금의 점진적 감면과 기본수행비 지원,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편 등을 약속했다. 진우스님은 지난 4년간 종단 안정과 불교의 대사회적 위상 확대를 성과로 내세우며 '안정에서 도약으로'를 강조하고 있다.


선거 막판 최대 쟁점은 진우스님의 승적 문제다. 조계종 기록상 1961년생인 진우스님은 1978년 사미계를 받고 1998년 특별구족계를 수지했다. 당시 특별구족계 공고에는 수계 대상의 연령을 40세 이상으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우스님을 비판하는 측은 당시 40세 미만이었던 진우스님이 애초 수계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구족계의 적법성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진우스님 측과 총무원은 이미 종법상 정리가 끝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2013년 제정된 '승적관련특별조치법'을 통해 관련 승적이 확정됐고 이후 교육원장과 총무원장 등 주요 종무직을 맡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자격 심사를 거쳤다는 것이다.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지난달 19일 제434차 회의를 열어 당시 등록한 총무원장 후보들의 자격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다.


반론의 중심에는 조계종 입법기구인 중앙종회의장 주경스님이 섰다. 2013년 당시 총무원 기획실장으로 특별조치법 제정을 설명했던 주경스님은 해당 법이 1981년 단일계단 이전의 승적 기록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지, 1998년 특별구족계 당시 수계 자격을 사후적으로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진우스님 측은 종단의 권한 있는 기관에서 이미 후보 자격을 인정받은 사안을 선거 직전에 다시 문제 삼는 것은 정치적 공세라고 반박했다. 진우스님 선거대책위원회는 주경스님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주경스님은 이를 '정치 공세'라고 맞받았다.


승적 논란은 법정으로도 번졌다. 진우스님의 총무원장 후보자 등록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서울중앙지법에 제기돼 계류 중이다.


금권선거를 둘러싼 잡음도 이어지고 있다. 조계종 호법부는 지난달 31일 일부 교구 선거인단을 상대로 특정 후보 측이 금품을 제공했거나 제공하려 한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호법부는 관련 진정이나 고발, 증빙이 접수될 경우 후보 진영이나 지위와 관계없이 조사해 종법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조계종 선거법은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받은 경우 해당 금액의 10배를 벌금으로 부과하고 선거권·피선거권 등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종단 원로들도 공정선거를 주문하고 나섰다. 조계종 원로의장 자광대종사는 지난달 31일 유시를 통해 이번 선거가 '원융과 화합의 모범적인 선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D

3일 투표는 현 집행부의 연속성을 선택할지, 종권교체를 통해 새로운 운영체제를 택할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된다. 동시에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승적 논란과 고소·고발, 금권선거 관련 제보까지 이어진 만큼 누가 당선되더라도 선거 이후 종단 내부 갈등을 수습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차기 총무원장의 첫 과제로 꼽힌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