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쿠팡 '기습 조사' 법정 공방 …법원, 공정위에 추가 설명 요구
쿠팡 "7일 전 알려야" vs 공정위 "사전통지 대상 아냐"
법원, 유사 법률과 비교 검토 주문
1주일 내 추가 자료 받은 뒤 결정
쿠팡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를 둘러싼 법정 공방에서 공정위의 사전 공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법원은 사전통지 없이 조사할 수 있다는 공정위의 주장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법원은 일주일일 내 추가 서면을 받고 이를 검토해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서울고등법원 행정6-2부(최항석 박영주 김민기 고법판사)는 2일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직권조사 결정 집행정지 신청 심문에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조사에 '7일 전 사전통지' 원칙이 적용되는지를 놓고 공정위 측에 추가 검토를 주문했다. 특히 재판부는 공정위가 근거로 제시한 법 규정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다른 법률과 비교해 사전통지 의무가 없는지를 다시 살펴봐 달라고 요구했다.
양측간 공방의 핵심은 공정위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를 조사할 때 쿠팡에 조사 사실을 미리 알려야 하는지다.
행정조사기본법은 원칙적으로 현장조사를 시작하기 7일 전 조사 대상자에게 조사 목적과 기간, 내용 등을 서면으로 알리도록 하고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별도 규정이 있거나 미리 알릴 경우 증거가 없어지는 등 조사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쿠팡은 공정위가 조사 7일 전에 미리 통지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지난달 19일 사전통지 없이 현장조사에 나선 만큼 조사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공정위는 사전통지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공정거래법 위반의 경우 7일 전 통지 원칙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공정위는"대규모유통업법 조사도 공정거래법 방식으로 조사하기 때문에 미리 통지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정위의 이같은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도급법과 가맹사업법, 표시광고법 등 다른 법률도 공정거래법의 조사 규정을 따르고 있지만, 모두 사전통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대규모유통업법도 공정거래법의 조사 규정을 따른다는 이유만으로 사전통지 의무가 없다고 볼 수 있는지 다시 검토해달라고 공정위에 요구했다.
사전통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 상황'에 해당하는지를 두고도 양측은 맞섰다.
공정위는 "조사 사실을 미리 알려줄 경우 자료 삭제나 관계자들의 말맞추기 등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어 현장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이번 조사의 경우 계약서와 정산자료 등 납품업체와의 거래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남아 있고 납품업체를 통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공정위가 쿠팡이 실제로 증거를 없앨 우려가 있었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미 조사 예정 기간이 끝난 상황에서 법원이 조사를 계속 중단시킬 필요가 있는지도 쟁점이 됐다.
공정위는 조사 공문에 적힌 현장조사 기간이 지난달 끝났기 때문에 현재 법원이 효력을 정지할 조사 자체가 남아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쿠팡을 다시 현장조사하려면 새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이번 집행정지 사건과는 별개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사기간이 끝나기 전 법원이 조사 결정의 효력을 잠정 정지했다는 점을 짚으며 중단된 조사기간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27일 쿠팡의 집행정지 신청을 심리하는 동안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직권조사 결정의 효력을 오는 23일까지 잠정 정지했다.
공정위가 쿠팡에 '무엇을 조사하는지' 충분히 알려줬는지도 쟁점이 됐다. 쿠팡은 최초 조사 공문에 대규모유통업법상 여러 위반 혐의가 폭넓게 적혀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조사받는지 알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최초 공문만으로도 조사 범위를 알 수 있었으며 쿠팡이 문제를 제기하자 조사 내용을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이후 조사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 당초 조사 결정을 공식적으로 변경한 것인지, 단순히 쿠팡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추가 설명을 한 것인지도 명확하게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공정위가 보낸 현장조사 공문 자체를 법원에서 취소하거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는지도 다툼이 됐다. 쿠팡은 현장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는 만큼 조사 결정만으로도 기업의 권리와 의무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정위는 조사 계획을 알리는 공문과 실제 사업장에 들어가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하는 조사 행위는 별개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양측에 관련 내용을 보완한 서면을 1주일 내 제출하도록 했다. 이후 추가 자료를 검토해 쿠팡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지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공정위는 이날 오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관련 자료 확보를 위해 재차 현장조사에 나섰고, 쿠팡은 거부없이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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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행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정립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는 "공권력의 행사는 내용뿐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돼야 한다"며 "공정위 현장조사 역시 공권력 행사인 만큼 조사 절차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 처분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실체적 정당성뿐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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