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똑같은 스펙으론 살아남기 힘들잖아요"…1억짜리 세계 일주 보내는 美부모들
북미서 매년 4만명 갭이어 선택
대학 진학 전 세계일주+인턴십 체험 인기
미국 부유층 사이에서 대학 등록금에 맞먹는 비용을 지불하고 자녀에게 특별한 경험을 안겨주는 '초고가 갭이어 프로그램' 유행이 확산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LA타임스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최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들이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한 스펙으로 최대 1억원에 달하는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주목하고 있다.
최소 수천만 원에서 최대 1억
갭이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대학에 바로 진학하는 대신, 또는 학업 도중 약 1년의 시간 동안 개인적, 학업적 성장에 집중하는 체험학습 기간을 뜻한다.
갭이어 협회(AGA)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학생 평균 4만명이 매년 갭이어를 선택하고 있다. 특별히 정해진 기간은 없으며, 주로 3~6개월 동안 해외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파타고니아 등 오지를 탐험하며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등으로 일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실제로 자녀의 '갭이어'를 도운 학부모 나탈리아 벨트란은 "아들의 대학 첫해 등록금으로 쓰려던 자금 대부분을 갭이어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기숙사 대신 공항으로 향한 아들은 바렛 스콜라스(Baret Scholars)의 8개월짜리 세계 일주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빅토리아폭포에서 번지점프를 하고, 브라질 은행을 방문해 앱을 코딩하는 등 실무 경험을 쌓은 뒤 이탈리아 보코니 대학교에 진학했다. 프로그램 참가 비용만 9만 4500달러(약 1억 3000만 원)에 달했으나, 벨트란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값진 경험이었다며 둘째 아들 역시 같은 프로그램에 보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갭이어' 인기에 힘입어 최근 몇 년간 고가의 전문 갭이어 프로그램들은 폭발적인 수요를 누리고 있다. 갭이어 협회(AGA) 조사 결과 지난 6년 사이 회원사는 두 배로 늘어 관련 프로그램만 90여 개에 달하며, 일부 프로그램은 지원자가 몰려 정원이 마감되기도 했다.
영국에서 시작, 한국서는 '해외 대학 교류 프로그램'으로
갭이어는 2000년대 초 영국에서 먼저 일반화됐다. 윌리엄과 해리 왕자 형제가 이튼스쿨 졸업 후 각각 칠레와 호주에서 휴식 기간을 보낸 것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이어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딸 말리아 오바마의 하버드대 진학을 미루고 갭이어를 보내겠다고 발표하면서 한때 '부유층의 전유물'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2008년 '한국 갭이어'가 설립된 이래 60개국에서 의료봉사, 우물 만들기 등 1800여 개의 프로젝트를 개발하며 매년 2000명 이상의 참가자에게 기회를 제공해왔다.
나아가 지자체 차원의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는 2023년부터 19~39세 청년을 대상으로 외국대학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비용 전반을 지원하는 '경기 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청년들의 진로 재설계를 돕고 있다.
대학 교육에 대한 불신이 만든 '물밑 스펙 작업'
반면 일각에서는 고액 갭이어가 장기적인 학업 성취나 커리어에 미치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다수 참가자가 값비싼 프로그램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경제적으로 유복한 가정 출신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부모들이 지갑을 여는 근본적인 원인은 고등교육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학 교육에 대한 신뢰도는 2015년 약 60%에서 최근 38%까지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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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들은 "갭이어를 갖는 것은 좋지만, 사전 계획 없이 가벼운 휴식이나 여행이 주가 된다면 오히려 대학 입시에서 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원하는 대학으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은 후, 대학에 입학을 한 학기에서 1년 정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4년제 학위가 고소득 일자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이력을 자녀에게 쥐여주려는 부모들의 욕구가 초고가 갭이어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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