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산성 목조 집수지, 밀폐가 만든 보존
일정한 비율의 설계…100년 만에 묻힌 이유는
연구소, 정상부 생활공간으로 조사 확대

충주 장미산성 발굴조사 성과보고회 현장/국가유산청.

충주 장미산성 발굴조사 성과보고회 현장/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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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1600년 전 목재라는 게 믿기십니까?" 지난 1일 충주 장미산성 발굴 현장 공개회에서 최관호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특별연구원이 집수지 벽면을 가리키며 물었다. 밤나무와 참나무로 짠 목재는 결이 살아 있었다. 몇 년 전에 벤 것을 갖다 놓았다고 해도 믿을 만큼 상태가 좋았다.


집수지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2024년 11월이다. 2022년 7월부터 현장 조사를 벌여온 연구소가 계곡부에서 물에 잠긴 목재를 확인하고 발굴을 시작했다. 바로 작업에 들어가진 않았다. 발굴이 어려운 겨울 동안 국내외 고대 목조 집수지 조사 사례를 면밀하게 검토했다. 시설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집수지 목재가 오랫동안 버틴 데는 이유가 있다. 내부가 진흙과 지하수로 채워지면서, 그 위로 미세한 퇴적물이 쌓였다. 이후 유입된 토사는 시설을 완전히 밀폐시켰다. 최 연구원은 "목재가 훼손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사광선과 산소 접촉"이라며 "흙에 묻혀 있던 긴 시간이 이 위험 요소를 차단해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발굴 이후였다. 흙 밖으로 드러나는 순간 위험이 되살아나는 셈이라, 연구소는 조사에 앞서 직사광선을 막을 보호 시설부터 세웠다.


충주 장미산성 목조집수지에 쓰인 목재/국가유산청.

충주 장미산성 목조집수지에 쓰인 목재/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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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지 벽체를 이루는 목재는 평균 길이가 7.2m, 폭이 약 20㎝다. 쌓는 방식은 기존 방식과 달랐다. 고대 지하식 목조 구조물은 대개 기둥을 세우고 그사이에 널판을 끼우는 '간주(間柱)' 기법을 쓰는데, 장미산성 집수지는 긴 목재를 가로로 눕혀 층층이 쌓았다.

바닥의 기초인 지대목(地臺木)은 우물 정(井)자 형태로 짜였다. 최 연구원은 "井 모양의 지대목에서, 가로 방향의 두 목재가 만든 세 칸의 간격이 1대 2대 1의 비율로 양쪽 모두 일정하게 적용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벽면, 어느 위치에 어떤 길이와 두께의 나무를 쓸지, 백제 사람들이 미리 치밀하게 계산해뒀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집수지는 장미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흘러내리는 계곡물이 성벽을 넘기 전 모이는 지점에 있다. 지금도 지하 용출수가 나와, 배수하지 않으면 다음 날 아침 수위가 절반 가까이 다시 찬다. 바로 옆에는 돌로 쌓은 소형 집수시설이 있다. 대형 집수지의 물이 한 번 걸러져 스며드는 구조로, 비교적 맑은 물을 따로 확보하려 한 시설로 연구소는 보고 있다.


충주 장미산성 목조집수지에 쓰인 목재/국가유산청.

충주 장미산성 목조집수지에 쓰인 목재/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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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는 집수지 안에 쌓인 흙을 물체질로 걸러 미세 유물과 유기물을 수습하고 있다. 총 83t 규모로, 현재까지 4분의 1 정도를 마친 상태다. 발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남은 3~4개월 동안 물체질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는 있다. 이렇게 공들여 만든 시설이 100년도 채 되지 않아 묻힌 이유다. 연구소는 백제가 물러난 뒤 이 지역을 차지한 세력이 성의 용도를 바꾸면서 집수지를 불필요하게 여겼다고 잠정적으로 추정한다. 이 과정에서 성벽도 토성에서 석성으로 바뀌었다고 판단한다. 다만 뒤이은 세력이 고구려인지 신라인지는 특정하지 않았다.


연구소는 집수지 주변보다 장미산 정상부에 주요 생활공간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정상부가 폭 30~50m, 길이 200m 규모의 평탄지이기 때문이다. 성을 지휘한 관리나 장군의 건물지 혹은 중소형 주거지가 있었을 법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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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장미산성 목조집수지 근경/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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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집수지 계곡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면에는 저장시설과 철 생산 관련 시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그 근거는 이번 조사에서 나온 슬래그(광석을 제련하고 남은 찌꺼기)와 송풍관 조각이다. 최 연구원은 "현재 진행 중인 조사를 마무리하고, 장미산 북쪽 권역을 중심으로 백제 토성의 전체 범위와 내부 시설을 단계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주=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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