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9억원으로 낮추려던 방침을 철회하고 현행 12억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비거주자의 세 부담을 강화했던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29일 만에 방향을 튼 것이다. 9억원이 적절한 수준인지, 불가피하게 자기 집에 살지 못하는 사람을 어떻게 보호할지는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합리적인 제안을 받아들여 정책의 허점을 고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개편의 중요한 축을 바꿨다면 왜 판단이 달라졌는지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실거주자를 우대한다는 방향은 다행히 남았다.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원안대로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아져 비거주자와 2억원의 차이가 생긴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거주기간을 더 중시하는 방향을 유지했다. 다만 당초 5억원이던 공제 격차가 2억원으로 줄면서 주거 목적의 보유는 보호하고 비거주 보유에는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지운다는 '비거주 세 부담 정상화'의 원칙은 상당히 약해졌다.

원안 유지와 수정론 사이에서 정부가 오락가락한 과정도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정책 철학보다 정치적 반발의 크기가 더 중요하다는 인상을 시장에 줬기 때문이다. 발표하고 버티다가 반대가 거세지면 물러선다는 학습효과가 쌓이면 앞으로 더 어려운 개혁을 추진하기도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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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요한 것은 국회 심의다. 억울한 비거주 사례를 구제하고 갑작스러운 부담 증가를 완화하는 논의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나마 남은 2억원의 격차를 더 줄이거나 없앤다면 '실거주와 단순 보유를 세제상 구분한다'는 원칙 자체가 형해화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개편의 취지는 1주택이라는 형식만으로 같은 혜택을 주기보다 실제 거주 여부와 자산가치, 부담 능력을 함께 반영해 과세를 합리화하자는 데 있었다. 정책의 유연성은 필요하지만 원칙까지 협상의 대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국회에서 후퇴를 거듭해 개편 철학마저 흐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논설실 colum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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