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팔래치아 트레일 최고령 종주 기록
입원·팔 마비·가족상까지 극복

91세 미국인 남성이 약 3500㎞에 이르는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 완주에 성공하며 자신이 한때 보유했던 '최고령 완주자' 기록을 되찾았다. 2일 연합뉴스TV는 AP통신과 영국 인디펜던트 등을 인용해 미국 테네시주에 거주하는 데일 샌더스(91)는 지난달 31일 메인주 백스터 주립공원의 카타딘산 정상에 올라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를 해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고 소개했다.

91세 미국인 남성이 약 3500㎞에 이르는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 완주에 성공하며 자신이 한때 보유했던 '최고령 완주자' 기록을 되찾았다. AP연합뉴스

91세 미국인 남성이 약 3500㎞에 이르는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 완주에 성공하며 자신이 한때 보유했던 '최고령 완주자' 기록을 되찾았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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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들 사이에서 그는 긴 흰 수염 때문에 '그레이 비어드(Grey Beard)'라는 트레일 네임으로 불린다. 샌더스가 이번 도전에서 넘어진 횟수는 무려 71차례. 특히 이 가운데 6차례는 심각한 부상을 야기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 번은 병원에 입원해야 했고, 마지막 날에는 완주 지점을 불과 183m 남겨두고 다시 넘어졌다. 그러나 그는 결국 다시 일어나 카타딘산 정상까지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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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팔래치아 트레일은 미국 조지아주 스프링어산에서 메인주 카타딘까지 14개 주를 가로지르는 세계 최장급 도보 전용 장거리 트레일로 코스 이전과 재측량 등으로 공식 거리가 해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AP통신은 샌더스가 2193마일(약 3530㎞)를 완주했다고 전했다.

애팔래치아 트레일 보전협회(ATC)는 트레일 전 구간을 12개월 이내에 모두 걸으면 '스루하이크(thru-hike·종주)'로 인정한다. 반드시 조지아에서 메인까지 한 방향으로 연속해서 걸을 필요는 없으며, 구간을 나눠 걷거나 순서를 바꿔도 상관없다. 샌더스 역시 지난해 9월 6일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이번 도전을 시작한 뒤 계절과 상황에 따라 구간을 옮겨가며 트레일을 걸었다. 시작부터 완주까지 걸린 기간은 약 359일로 ATC가 정한 12개월 기준 안에 들어왔다. 그는 마지막 구간으로 카타딘산을 택해 정상에 도착한 뒤 표지판 앞에서 잠시 기도를 올렸다.

91세 미국인 남성이 약 3500㎞에 이르는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 완주에 성공하며 자신이 한때 보유했던 '최고령 완주자' 기록을 되찾았다. AP연합뉴스

91세 미국인 남성이 약 3500㎞에 이르는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 완주에 성공하며 자신이 한때 보유했던 '최고령 완주자' 기록을 되찾았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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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 6월 버몬트주 킬링턴산을 내려오던 중 바위 지대에서 앞으로 넘어지면서 다리와 팔, 손 등에 상처를 입었다. 그는 당시 "뼈가 부러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며 "피를 닦지도 않고 계속 걸었다"고 회상했다. 몇 주 뒤에는 왼팔에 갑자기 마비 증상이 나타나 메인주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은 처음 뇌졸중 가능성까지 우려를 했으나 검사 결과 신경이 눌린 것이 원인으로 확인됐다. 다시 걸어도 된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샌더스는 이때 처음으로 도전을 포기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사도 겹쳤다. 그는 지난달 초 장모가 세상을 떠나자 아내 곁을 지키기 위해 테네시의 집으로 돌아갔다. 오히려 아내가 "다시 가서 끝까지 해보라"고 격려했고, 샌더스는 다시 트레일로 향했다. 이번 완주는 샌더스에게 더욱 특별하다. 그는 이미 2017년 82세의 나이로 애팔래치아 트레일 전 구간을 걸어 당시 최고령 기록을 세웠다. 이전 기록 보유자는 2004년 81세로 완주한 리 배리였다.

산악인들 사이에서 그는 긴 흰 수염 때문에 '그레이 비어드(Grey Beard)'라는 트레일 네임으로 불린다. 샌더스가 이번 도전에서 스스로 센 횟수만 무려 71차례 넘어졌다. AP연합뉴스

산악인들 사이에서 그는 긴 흰 수염 때문에 '그레이 비어드(Grey Beard)'라는 트레일 네임으로 불린다. 샌더스가 이번 도전에서 스스로 센 횟수만 무려 71차례 넘어졌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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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의 기록은 4년 뒤 깨졌다. 그의 친구인 M.J. '서니' 에버하트가 2021년 83세의 나이로 트레일을 완주한 것이다. 당시 샌더스는 에버하트의 완주 현장을 직접 찾아 축하하면서 "기록은 깨지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ATC도 당시 에버하트가 샌더스를 넘어 최고령 완주자가 됐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샌더스는 몇 달 뒤 다시 최고령 기록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약 5년 만인 올해 91세의 나이로 타이틀을 되찾았다. 종전 기록보다 단숨에 8살이나 높은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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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AP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내가 지금보다 더 좋은 몸 상태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91세다. 이렇게 장거리를 걷는 것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일이라고 스스로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샌더스에게 이번 도전의 가장 큰 목표는 빼앗긴 기록을 되찾는 것이었다. 그러나 트레일을 걷는 동안 그의 생각도 달라졌다. 온라인을 통해 수천 명이 그의 여정을 지켜보고, 트레일에서 만난 사람들이 "당신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고 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샌더스는 "기록을 되찾고 싶지만, 지금은 그것이 두 번째"라며 자신의 도전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동기와 용기를 얻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완주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 6월 버몬트주 킬링턴산을 내려오던 중 바위 지대에서 앞으로 넘어지면서 다리와 팔, 손 등에 상처를 입었다. AP연합뉴스

완주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 6월 버몬트주 킬링턴산을 내려오던 중 바위 지대에서 앞으로 넘어지면서 다리와 팔, 손 등에 상처를 입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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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의 '고령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35년생인 그는 미 해군에서 복무했고 공원·레크리에이션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일한 뒤 은퇴했다. 2022년에는 87세의 나이로 미시시피강을 카누로 종단해 미시시피강 전 구간을 노로 이동한 최고령 남성으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됐다. 당시 기록은 87세 86일이었다. 또 2020년에는 85세 113일의 나이로 미국 그랜드캐니언을 '림 투 림 투 림(Rim-to-Rim-to-Rim)' 방식으로 왕복해 이 부문 최고령 남성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91세가 된 샌더스에게 '완주'가 곧 은퇴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이번 기록 이후에도 새로운 야외 활동과 도전을 이어갈 뜻을 밝히고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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