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금리 4.79% 돌파
30년물도 19년래 고점 눈앞
월가에서는 5.7% 베팅
베선트 "심각한 상황 아냐" 진화에도 불안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채권시장 안정 시도에도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다시 2025년 1월 이후 고점을 갈아치웠다.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에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따른 회사채 발행까지 겹치면서 장기금리 상승 압력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4.798%까지 치솟으며 2025년 1월14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여전히 4.7%대 후반에 머물렀다. 주택담보대출 등 미국의 장기 차입비용과 밀접한 30년물 금리도 5.25% 안팎까지 올라 지난달 기록한 19년 만의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미 국채 금리가 현 수준보다 더 오를 것에 대비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 국채 옵션시장에서는 30년물 금리가 오는 11월 말까지 최대 5.7%까지 상승할 경우 수익을 내는 650만달러 규모의 거래가 등장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10년물 금리가 향후 수주 내 4.85%, 5년물이 4.6% 안팎까지 오르는 시나리오를 겨냥한 포지션도 새로 구축됐다. 채권가격 하락에 대비한 헤지 비용도 오르고 있다. 장기 국채 선물 옵션시장에서는 채권 가격 하락 시 이익을 얻는 풋옵션의 프리미엄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데이비드 로버츠 네드그룹인베스트먼츠 채권부문 대표는 "현재로서는 채권시장의 상황이 반전될 요인을 찾기 어렵다"며 이란 사태의 장기적인 해결이 이뤄져야 시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베선트 "심각한 상황 아냐"…시장 진화에도 금리 상승
채권시장 불안이 커지자 베선트 장관은 직접 진화에 나섰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 국채시장과 관련해 "우리가 어떤 종류의 심각한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한 달간의 국채시장 변동보다는 장기적인 성과를 봐야 한다면서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채권시장이 주요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안정돼 있고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과 AI 분야의 경쟁력 등을 고려하면 최근의 채권시장 불안이 경제 펀더멘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달 19일 장기 국채시장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재무부의 바이백 규모를 회당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두 배 이상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 안정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당시 바이백 확대 발표 직후 장기 국채 가격이 상승하고 금리가 하락했지만 이후 매도세가 재개되면서 30년물 금리는 바이백 확대 발표 이전 수준에 다시 근접했다.
장기금리 4중 압박…유가·금리인상·재정적자 등
베선트 장관의 시장 안정 노력에도 장기금리가 계속 상승하는 것은 최근 채권시장의 매도 압력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다시 급등한 국제유가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재격화하면서 이날 브렌트유는 배럴당 94달러대로 치솟았다. 국제유가 상승이 미국의 물가 압력을 다시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Fed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에도 힘이 실렸다.
지난주 케빈 워시 Fed 의장이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둔화하지 않을 경우 추가 긴축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이후 금리 인상 기대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시장은 현재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약 70% 반영하고 있다.
구조적인 채권 공급 부담도 장기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 미국의 정부 부채가 40조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막대한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한 국채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채권시장 내 자금 확보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FT는 국제유가 급등이 정부와 기업의 대규모 채권 공급과 동시에 나타나면서 장기 국채금리 상승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높은 차입비용이 정부의 이자 부담을 키우고, 늘어난 이자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다시 국채 발행을 늘리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쇼크 바티아 뉴버거버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채권시장의 불안은 Fed가 직접 통제하는 단기물이 아니라 장기물에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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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장기금리 상승세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3%를 기록하며 1996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영국 10년물은 장중 5.26%까지 올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고 30년물도 5.9%까지 상승해 199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 국채금리도 10여년 만의 고점권으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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