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 1주택 종부세 강화안 등 29일 만에 사실상 유턴
레버리지 ETF·부동산 정책 등으로 민심 이반
야당 공세 속 여당 내 우려도 확산
후임자, 부동산·민생·메가프로젝트 이끌어야
부처 장악력·정책 조정력 요구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침 사실상 철회한 1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전격 퇴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김 실장의 사의 표명 하루 만에 사표를 수리하면서다. 불과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중폭 개각에서 유임됐던 김 실장이 이튿날 사의를 표명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하루 만에 이를 수리하면서다. 부동산 세제를 둘러싼 당정 간 이견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책임론 등이 겹치면서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을 총괄해온 김 실장의 퇴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8.25 연합뉴스

김용범 정책실장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8.25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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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날 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법과 소득세법 등 11개 세법 개정안을 정부안으로 확정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강화안의 후퇴다. 정부는 지난달 3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며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기로 했지만, 이날 이를 철회하고 12억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현행 150%에서 200%로 높이려던 방침도 접었다. 세제개편안 발표 29일 만의 사실상 '유턴'이다.

김 실장 퇴진은 부동산 세제 정부안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발표돼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청와대는 당초 정부가 마련한 세제개편안의 골격을 유지한 채 국회에 제출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정부안을 먼저 내놓고 국회 심사 과정에서 여당과 추가 조율하자는 판단이었다. 김 실장 역시 국무회의를 비롯한 내부 논의에서 정부가 마련한 원안을 가급적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민의힘 등 야당의 공세가 거센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도 갈수록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민심이 이반하는 상황에서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까지 큰 폭으로 높일 경우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김민석 대표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실거주·비거주에 따른 차등 세제를 확대하는 방안에 잇따라 신중론을 피기도 했다.

여기에 김 실장을 둘러싼 정책 책임론은 부동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단일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ETF 도입 이후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추진 인사들을 겨냥해 "일정 부분의 책임이 필요하다"며 사퇴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지난달 30일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면서 김 실장을 유임시키자 당내 반발은 한층 거세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와 정책위, 서울 등 수도권 지역구 의원 사이에서 부동산·증시 민심 악화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은 채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국정 지지율이 추가로 하락할 경우 당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강도 높은 문제 제기도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 1년을 평가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 실장을 둘러싼 이슈가 적잖은 부담 요인이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이 민심과 당심의 눈높이에 맞추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개각 당시까지는 김 실장 교체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이 요구해온 '김용범 경질론'을 그대로 수용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는 데다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 등 주요 경제부처 개각으로 당장의 혼란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진행 중인 대미투자 협상과 3대 메가프로젝트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고 한다.


사의 표명과 수리 과정은 전격적이었다. 김 실장이 전날 사의를 밝혔다는 사실은 청와대 주요 참모들에게도 폭넓게 공유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대변인실이 현안 브리핑을 예고할 때까지도 김 실장의 사임 사실을 알지 못했던 참모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경제정책 운용 '무게중심' 달라지나…후임 정책실장에 이목 집중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남권 산업단지 후보지 항공시찰 중 김용범 정책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6.6.30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남권 산업단지 후보지 항공시찰 중 김용범 정책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6.6.3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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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의 퇴진과 부동산 세제안 수정이 잇달아 이뤄지면서 경제정책 운용의 무게중심이 일부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청와대는 세제 일부를 수정했다고 해서 이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기조까지 바뀐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개각 발표 직후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타파할 것"이라며 투기 억제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후임 정책실장이 누가 될지도 관심이다. 정책실장은 경제·산업·부동산·금융뿐 아니라 사회정책까지 조정하는 사실상의 청와대 정책 컨트롤타워다. 차기 실장은 부동산 시장 안정과 민생 회복은 물론 9월 중 가시화를 목표로 진행 중인 대미 투자협상, 반도체·피지컬 인공지능(AI)·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까지 동시에 넘겨받아야 한다.


이에 청와대 안팎에서는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함께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산업통상부·국토교통부 등 경제부처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조율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정부와 진행 중인 투자·통상 협상의 맥락까지 빠르게 이어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국제금융과 통상 경험 역시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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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에 이어 정책실장까지 바뀌면서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지휘부는 사실상 새 판을 짜게 됐다. 차기 정책실장 후보군으로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윈장,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등 현 국무위원을 비롯해 윤창렬 전 국무조정실장 등이 거론된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번 인적 개편 자체가 2기 경제?정책 라인 활성화 및 가속화를 위한 조치인 만큼 국정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후속 인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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