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 거주자 월평균 부동산 매입 건수
2024년 136건→올해 159건, 동탄·서울 등 중심
동탄 월평균 매입 건수 9건서 25건으로 급증
"부동산보다 소비와 실물경제 환류될 여건 조성해야"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늘어난 성과급은 지갑을 얼마나 더 열게 했을까. 한국은행이 삼전닉스가 모여 있는 반도체 고노출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해봤더니, 결론적으로 종전보다 카드를 더 긁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특이한 점이 있었다. 반도체 노출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이천시의 소비 반응이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점이다. 뜯어보니 이 지역에선 집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산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엔 올해의 약 5배 규모로 커질 삼전닉스 성과급 효과가 지역 소비로 흘러가고, 우리 경제의 체력을 더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게 하려면 놓쳐서는 안 되는 변화다.


"성과급 이후…'반도체 노출도 1위' 이천서 동탄 집 2배 더 샀다"[BOK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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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한은 BOK 이슈노트 '반도체 수혜지역의 소비는 어떻게 될까: 지역 미시데이터로 살펴본 파급효과'(정희완·이재호)에 따르면, 반도체 고노출 지역의 월별 카드 소비가 타지역과 비교해 최대 4%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있는 경기 용인시 기흥구와 화성·평택시, SK하이닉스가 있는 경기 이천시와 충북 청주시 흥덕구 등 반도체 수혜 지역의 카드 소비를 분석한 결과다. 이들 지역의 소비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작년부터 올해 6월까지 누적 1조1000억원을 더 쓴 셈이었다.

이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누적 소비 증가액은 약 1조7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을 지난해와 올해 각각 0.01%, 0.03% 높일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의 약 5배로 예상되는 내년 성과급 지급 시, 내년 성장률을 최대 0.09%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은이 지난달 27일 내놓은 올해와 내년의 성장률 전망치(각각 3.3%, 2.9%)엔 이런 분석이 이미 반영됐다.


눈에 띄는 점은 성과급 지급 이후 지역별 소비를 지역별로 뜯어봤을 때, 반도체 노출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된 이천시의 소비 반응이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것이다. 이재호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은 "이를 보다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이천시와 마찬가지로 SK하이닉스 공장이 있어 동일 기업의 성과급 지급 영향을 받은 청주 흥덕구와 소비 흐름을 비교했다"며 "분석 결과 두 지역 모두 비교집단에 비해 소비가 늘었으나, 그 증가 폭은 이천시가 청주 흥덕구보다 뚜렷하게 작았다"고 말했다. 동일 기업의 성과급 지급 영향을 받은 두 지역에서 소비 반응의 차이가 나타난 것은, 소비 파급효과가 성과급 규모뿐 아니라 지역별 여건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성과급 이후…'반도체 노출도 1위' 이천서 동탄 집 2배 더 샀다"[BOK포커스] 원본보기 아이콘

이천시의 경우 전체소비 반응은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주택 관련 소비는 오히려 크게 늘어 추가 소득이 주택 매입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포착됐다. 이천시는 반도체 수혜지역 중에서도 가구·가전, 주방용품, 부동산 중개 서비스 등 주택 취득과 연관성이 높은 품목의 소비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런 흐름은 성과급 지급 규모가 확대된 올해 초를 전후해 더 강해졌다.


주택매수자 거주지별 등기신청 자료를 이용해 실제 부동산 매입 흐름을 살펴본 결과, 성과급 지급 직후 이천시 거주자의 수도권 주택 매입이 크게 늘어난 반면, 청주시 거주자에게서는 이러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천시 거주자의 월평균 부동산 매입 건수는 2024년 136건에서 올해(1~7월 평균) 159건으로 늘었다. 이천시 거주자의 부동산 매입은 화성 동탄·용인·수원 등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와 성남·하남 등 주요 수도권 지역에 집중됐다. 특히 동탄 지역의 월평균 매입 건수는 2024년 9건에서 올해(1~7월) 25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천 거주자의 부동산 매매가 활발했던 지역은 양호한 정주 여건을 갖췄다는 점, 이천 등 주요 반도체 사업장에 대한 접근성이 좋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이 차장은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강화된 점이 더해져 주택 취득 유인이 확대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들 지역은 주택가격 수준도 높아 매입 과정에서 상당한 자금 부담이 수반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반면 비수도권에 있는 청주시 거주자의 경우 성과급 지급 이후에도 지역 내 주택을 주로 취득하는 기존의 매입행태가 유지됨에 따라 타지역 부동산 매입 건수와 매입지역 구성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청주시 거주자의 경우 전체 부동산(집합건물 기준) 매입 중 지역 내 부동산 비중(2025년 기준)이 80.5%로 이천시(49.9%)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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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더 늘어난 성과급 효과가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예상보다 과도하게 부동산 등으로 흘러간다면 내년 성장률은 한은 예상(2.9%)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 앞으로 1인당 성과급 지급 규모가 올해보다 확대될 예정인 가운데, 소비 중심의 행태가 여타 지역에서도 나타나기 위해선 늘어난 소득이 부동산으로 과도하게 유입되기보다 소비와 실물경제로 원활히 환류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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