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남아공 청년들 한국 등 아시아로
"빚 갚고 저축·여행까지 가능"

주거와 의료보험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처우를 제공하는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려는 젊은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자국에서 일자리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미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일부 국가의 젊은이들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영어교사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북적이는 인천공항. 연합뉴스

북적이는 인천공항. 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던 아리아나 마리(25)는 1년 전까지만 해도 교실에서 학생들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대학 졸업 후 얻은 첫 직장이었지만 교사 부족으로 학급당 학생 수가 많았고, 높은 집값을 아끼기 위해 부모와 함께 살면서 교직에 대한 열정도 빠르게 식어갔다.


마리는 당시 상황에 대해 "극도로 번아웃된 상태였다"며 "교사가 부족해 모든 학급이 과밀 상태였다"고 말했다.

주거·항공료·의료보험 지원…"한국에선 나를 존중해준다"

당시 재직 중인 학교에선 다른 학교로 전근을 제안했으나 그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이후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구해 현재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다. 급여와 복지 혜택 덕분에 저축과 여행도 가능해졌다. K팝과 K드라마의 인기도 한국행을 선택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다시 교직에 대한 만족감을 찾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마리는 "학생들의 행동 문제를 통제하느라 애쓸 필요가 없고 학생과 교사 모두 나를 존중해준다"며 "오롯이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원어민수업 자료사진. 아시아경제DB

원어민수업 자료사진. 아시아경제DB

원본보기 아이콘


마리는 대학 학위와 외국어로서의 영어교육(TEFL) 자격을 갖춘 영어 원어민을 국내 공립학교에 배치하는 한국 정부의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일자리를 얻었다. 가디언은 한국이 교육 관련 지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무료 주거와 항공료 지원, 의료보험, 월 1400달러(약 191만원)부터 시작하는 급여 등이 제공된다고 전했다.


청년들이 해외 취업에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자국의 불안정한 고용 환경도 있다. 미국에서는 대학 졸업장이 과거만큼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대졸 초기 취업자의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임금 상승 속도가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직을 비롯한 미국 공공부문에서도 낮은 임금과 높은 업무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일을 그만두는 신입 직원들이 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고 해외 영어교사 생활에 관심을 갖거나 실제 외국행을 선택하는 젊은층도 있다. 해외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부 교사들은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현지 생활을 소개하고 있다. 마리 역시 자신의 여행과 수업 경험 등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언스플래시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언스플래시

원본보기 아이콘

한국·일본·대만, 복지 앞세워 외국인 교사 유치

TEFL 자격 과정을 운영하는 TEFL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영어교육 시장 규모는 950억달러(약 1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일자리도 200만개가 넘는다.


시장 규모는 2034년 1810억달러(약 247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세가 가장 빠를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 등도 정규직 영어교사 채용을 확대하고 주거 지원 등 각종 복지 혜택을 내세워 젊은 외국인 인력을 끌어들이고 있다.


가디언은 "미국 연방정부의 교육부 기능 축소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다수가 여성인 미국 공립학교 교사들이 해외 일자리에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더반에서 행정 보조원으로 일했던 즈위웨 들라미니(28)는 반복되는 사무 업무에 지쳐 회사를 그만뒀다. 그는 "늘 책상 뒤에서 회의록을 정리하고 회의를 준비하며 최고경영자(CEO)들을 위해 일했는데 극도로 지쳤다"고 말했다.


남아공의 청년 실업률이 70%에 육박해 더 나은 일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들라미니는 6개월간 구직을 이어간 끝에 해외로 눈을 돌렸다.


마리와 같은 프로그램에 지원한 들라미니는 인천에서 영어교사로 일하게 됐다. 무료 주거와 상대적으로 낮은 생활비 덕분에 빚을 갚으면서도 여행을 위한 돈을 모으고 대학원 진학까지 준비하고 있다. 그는 "1년 전만 해도 지금과 같은 상황은 상상할 수 없었다"며 "당시에는 음식도 제대로 살 수 없고 빚까지 쌓였는데, 지금은 빚을 갚으면서도 삶을 누릴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AD

해외 영어교사 자격과정을 제공하는 인터내셔널 TEFL 아카데미 공동창업자 존 벤틀리는 "정치·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Z세대가 TEFL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처음에는 1년만 머물 생각으로 떠나는 사람이 많지만 현지 국가나 경험에 매력을 느껴 3~4년, 때로는 그보다 훨씬 오래 머물기도 한다"고 말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